[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사진=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사진=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얼마 전부터 주말 밤이면 1998년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한다. 힘을 잃었던 과거가 마치 마법처럼 그 순간으로 데려간다. IMF 직후의 그때로.

tvN에서 방영 중인 <스물다섯 스물하나>(이하 <2521>)는 IMF 사태가 터진 다음해인 1998년에 만난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 그리고 로맨스를 다룬 청춘로맨스물이다. <2521>을 상처 받고 성장하며, 그들의 사랑을 그리는 그저그런 청춘로맨스 드라마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에는 시대적 배경이 한몫한다. 어린 세대에게는 레트로로, 중장년에게는 추억으로 즐거움을 준다.

<2521>의 시간적 배경은 1998년이다. IMF로 인해 자신이 속한 펜싱부의 해체에 직면한 18살 고등학생 나희도(김태리)와 재벌집 도련님에서 아버지의 기업 부도로 몰락한 도련님이 되어버린 백이진(남주혁).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주인공들의 평온한 일상은 흔들리고,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주인공들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무대포 정신을 발휘하거나, 경험해보지 못한 각종 아르바이트와 굴욕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무겁지 않은 건 슬픔과 웃음이 적절히 치고 빠지는 구성 때문이다. 상황은 슬픈데 웃게 되는 그러면서 비극이 희극으로 빠르게 전환된다. 기승전코믹이랄까... 그래서 그 시대의 아픔이 느껴지지만 시청을 한 이후 슬프기보다는 웃게 된다. 당시의 어려웠던 기억은 미화되고, 그 시절 어려움들은 추억이 되어 어느덧 마음은 몽글몽글해진다.

사진=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사진=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IMF라는... 그 전에는 듣도보도 못한 국제금융기구가 뉴스에 도배되고, 점차 국가적 위기가 실생활에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평범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특별해지던 그 시대. <2521> 속 청춘을 통해 시청자들의 고통스런 기억은 휘발되고 아련하게 필터링 된다. 드라마는 부도, 실직, 자살이 연이어 보도되던 당대의 고통스런 상황의 원인을 ‘시대’라는 말로 에둘러 말할 뿐이다. 펜싱부가 해체되면서 선생님은 “니 꿈을 뺏은 건 내가 아냐. 시대지”라 말하고, 희도는 “시대가 다 포기하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행복까지 포기해?”, “한달전엔 시대가 내 꿈을 뺏었단 얘기를 들었는데, 얼마 전엔 시대가 날 살렸단 말을 들었어”라 한다. 이렇듯 드라마의 대사에서 어려움의 원인으로 시대가 부각되면서 금융위기를 초래한 책임 있는 이들의 무능력함과 당대의 한국을 둘러싼 정치경제적인 요인들은 흐릿해진다. 물론 청춘로맨스라는 장르에서 정치적, 경제적, 국제적 상황에서 대한 설명이 채워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시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온전하지 못한 역사적 지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진=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사진=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런 점에서 ‘티빙톡’은 그 틈을 메우며 현재와 과거가 만나는 가교의 역할을 한다. 티빙톡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앱에서 특정 방송을 시청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사회적 시청(social viewing)의 일종이다. 아주 오래 전 동네 사람들이 마당에서 TV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던 경험이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티빙톡에는 <2521>을 시청하는 이들이 드라마 시청 중에 혹은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짧은 글로 만난다. 그런데 가장 재미있는 상황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중에 생긴다. 1998년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너무 어려서 기억에 없는 어린 세대와, 그 시절을 겪었던 중장년 세대가 만나 1998년의 시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받는다. ‘1998년에는 버스 탈 때 토큰을 사용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그때도 버스카드를 사용했어요’, ‘10만원이면 저 시대에는 큰 돈이었나?’라는 글에는 ‘저 시대에도 10만원은 그리 큰돈은 아니었어요’라던가, ‘IMF때에는 정말 저랬나?’라는 질문에는 ‘IMF때에는 뉴스만 틀면 부도나고 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라는 식의 짧은 문답들이 오고간다. IMF를 교과서로 배운 이들과 직접 경험한 이들이 소통을 하면서 교과서 지식과 실제 경험이 모여 드라마의 빈틈을 채우는 것이다. 사회적 시청의 장으로서의 티빙톡의 중요성은 세대 차이로 인해 점점 소통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현재와 과거가 대화하는 장이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대 간 이해가 가능해지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 19로 인한 고립된 상황에서 드라마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은 고립된 경험을 벗어나게 한다.

1998년이라는 특정 시대를 담아낸 시대극인 <2521>은 과거를 미화하지만,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들을 뉴트로의 감성으로 현재에 되살리며, 새로운 세대와 기성세대가 끊임없이 대화하며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진=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사진=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