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한 문체로 여성독자들에게 어필

'여자 하루키'로 불리며 <냉정과 열정 사이> 출간 국내에 본격 소개

아오이와 준세이의 사랑을 2명의 남녀 작가가 써내려 간 <냉정과 열정 사이>, 호모인 남편과 알코올 중독자인 아내가 그리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 <반짝반짝 빛나는>, 8년 동안 같이 산 애인을 단 사흘 만에 버리는 무모한 사랑 <낙하하는 저녁>은 모두 일본작가 에쿠니 가오리(40, 에쿠니)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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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로 평가받는 에쿠니는 요시모토 바나나(40), 야마다 에이미(45)와 함께 일본 여성작가 3인방으로 꼽힌다. 그녀의 소설 중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냉정과 열정 사이>는 영화와 연극으로도 재현됐다. 또 에쿠니가 쓴 <냉정과 열정 사이(ROSSO)>는 일본소설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 여성독자가 선정한 베스트셀러(2003년, 교보문고 집계) 10위 안에 들었다.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가 10대와 20대 독자층을 확보하는 반면, 에쿠니는 청아한 문체로 20대∼40대의 두터운 여성 독자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번역되어 출간된 에쿠니의 책을 모두 갖고 있다는 임연진(24, 학생)씨는 “중심을 잃지 않고 차분히 써내려 가는 필체가 좋다”며 “빨리 신간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쿠니의 가장 최근 작품인 <낙하하는 저녁>에 대해 장순찬씨는 “무겁고 고통스럽기만 할 수 있는 '실연'이란 주제를 일상 속에서 담담하게 써내려 간 이 소설은 제목만큼 한 단계 성숙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반디북스(www.bandibook.com)에 서평을 올렸다.

국내 소설이 5천만 부도 팔리기 어려운 현실에서 에쿠니의 소설은 출간할 때마다 1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다. 일본문학 번역가 김난주씨는 “에쿠니의 책을 읽다 보면, 거대한 사랑의 실험장을 보는 느낌”이라며 “소유할 수도 집착할 수도 없는 사랑을 섬세한 필체로 그려낸다”고 역자 후기를 적었다. 올해 나오키상을 수상한 에쿠니의 <울 준비가 되어 있다(소담)>가 3월 말 출간되며 소담출판사는 출간에 맞춰 작가의 방한도 추진중이다.

조유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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