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계·섹계 운영 10대 노린
성착취 범죄 여전히 기승
대응 최소화·빠른 신고 필요
“피해자 탓하는 사회 분위기가 신고 막아”

‘일탈계’를 운영 중인 미성년자 K씨가 1월 23일 하루 동안 트위터에서 받은 메시지 수십 통 중 일부. K씨가 미성년자임을 알고도 성적 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남성들이 많다. ⓒ여성신문
‘일탈계’를 운영 중인 미성년자 K씨가 1월 23일 하루 동안 트위터에서 받은 메시지 수십 통 중 일부. K씨가 미성년자임을 알고도 성적 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남성들이 많다. ⓒ여성신문

성착취 범죄 타깃이 된 ‘일탈계’ ‘섹계’ 운영 10대들

“성적인 동영상을 보내라는 요구를 거부하자 제 전화번호와 주소를 유포했어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고 결국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어요.” (SNS ‘섹계’ 운영 중 성착취 협박을 받은 10대 청소년 H씨)

자신의 노출 사진·영상 등 성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SNS 계정 ‘일탈계’를 운영하다 성범죄 피해에 노출되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 하지만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회적 낙인과 음란물을 유포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공포로 인해 피해 신고와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다른 ‘섹계’ 운영자 K씨의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제 사진이 유포됐다면서 메시지로 링크를 보내줬어요. 당황해서 링크를 눌렀더니 자신이 경찰이라며 증거 영상(노출 영상)을 보내라고 하더라고요. 얼떨결에 부모님 연락처까지 넘기자 갑자기 돌변했어요.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신상을 유포하고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했어요. 응하지 않자 가족에게 제 나체 사진을 전송했어요.” 그는 가해자들이 어린 피해자들의 절박한 마음을 악용해 갈취한 영상과 사진이 음지에서 거래되며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1월 23일 하루 동안 트위터에서 여러 남성들로부터 받은 30여 건의 메시지(DM) 내역을 보여줬다. 이들은 ‘미자’(미성년자), ‘고삼’(고등학교 3학년) 등 K씨가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성적인 만남을 요구했다. 성적 수치심을 주는 노골적인 발화도 서슴지 않았다. 

여성만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피해 지원을 요청하는 남성 피해자 수는 2019년 255명에서 2020년 926명으로 3.6배 증가했다. 권주리 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남성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남성 피해자의 경우 금품 갈취 등 다른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십대여성인권센터

사회적 낙인에 신고·처벌 '골든타임' 놓쳐 

탈계 운영자가 성착취 가해자의 협박 대상이 되기 쉬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온라인에 성적인 사진을 올리는 행위가 불법이기 때문에 피해자 자신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공포를 느낀다는 이유가 크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탈계 운영자도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두번째는 일탈계 운영자들이 가해자에게 범행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사회적 낙인이다. 피해자들은 ‘내가 올렸으니 내 잘못이야. 어디에 도움을 요청하겠어’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다. 가해자들은 이런 피해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착취한다. 한 달만 더, 이번만 영상 등을 보내주면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겠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의 말을 믿고 계속 피해에 노출된다. ‘n번방 사건’ 이후에도 이러한 성착취 범죄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일선에서 ‘일탈계’ 청소년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지원하는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 '단'은 “청소년 일탈계 피해자의 가장 큰 특징은 부모님에게 피해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는 것”이라며 “일탈계를 운영한 본인에게 잘못이 있다고 낙인찍는 사회 분위기가 피해 신고와 가해자 처벌을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성년 피해자의 성적 일탈행위를 지적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이를 악용해 성착취 카르텔을 만들어가는 가해자가 문제라는 인식이 만들어져야한다”고 말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십대여성인권센터

피해 입었을 땐 '대응 최소화'와 '빠른 신고'

관련기관에서는 공통적으로 피해 사례가 접수되면 대응을 최소화하고 자료를 보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기관과 협력하여 피해를 중단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피해자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관련기관들으로는 △십대여성인권센터(010-8232-1319, 010-3232-1318) △한국 사이버 성폭력 대응센터(02-817-7959) △나무여성인권 상담소(02-732-1367) △탁틴내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센터(02-338-7480) 등이 있다. 

십대인권센터에서는 낙인을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을 위해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상담내용은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부모님께 알리지 않고, 본인이 원할 경우 경찰 신고 및 법적 대응을 할수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권주리 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피해 아동이 주체가 되어 힘을 기르고, 결국 본인이 해결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의 조력을 통해 아이가 잘 진술해서 가해자가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라고 밝혔다. 

탁틴내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센터에서는 아동청소년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계정 소유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일탈계’를 운영하는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만일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면 경찰에 신고하고 법률지원, 의료 서비스 등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