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새 정부에 바라는 여성정책
[여성논단] 새 정부에 바라는 여성정책
  •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 승인 2022.02.27 09:58
  • 수정 2022-02-27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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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의 여성단체가 1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대선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성평등 외면하는 퇴행적 대선정국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시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여성단체가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대선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성평등 외면하는 퇴행적 대선정국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시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제 며칠 있으면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후보자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국가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는 활기찬 시작이어야 하는 이 시점에 여성정책은 갈 길을 못 찾고 있다.“이제 평등을 이루었고, 여성은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돈다. 과연 그럴까? 여성문제가 아예 관심을 못 받는 것보다 차라리 찬반논쟁이 나을 수도 있다. 문제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반영하기 보다는 선거용으로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에서 여성의 능력개발과 성평등을 위해 본격적으로 추진한 첫 사업은 1983년에 설립한 한국여성개발원(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일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대통령도 직접 뽑지 못했던 살벌한 군부 독재시절에 생겨났다. ‘여성발전기본법’은 헌법의 남녀평등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한 최초의 법으로 1995년에 제정됐으며, 2001년 1월에 여성정책을 종합적으로 관장하는 여성부가 정부조직법에 의해 신설됐다. 한국의 제대로 된 여성정책의 역사는 길어야 40년, 짧게는 20년인 셈이다. 수천 년 지속돼온 성차별이 완전히 없어지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

공고한 성별 격차, 성차별 문제

물론 몇몇 부문에서 성별 격차가 해소된 면도 있다. 2020년의 학사학위 취득자 중 여성 비율은 52.3%로 절반을 넘어섰다. 국가고시에서의 여성 비율 역시 급격히 증가해 절반을 넘었거나 육박하고 있다. 행정고시의 여성 비율은 39.6%, 외무고시는 63.4%, 변호사시험은 45.8%이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박사학위 취득자 중 여성 비율은 32%, 중앙정부의 관리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16.2%, 지방정부 17.8%다. 법적, 제도적으로 완벽하게 평등을 보장하고 있는 공무원조직조차 상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이 떨어진다.

시험점수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국가고시가 아닌 최종 면접이 중요한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채용결과는 여전히 채용에서 성차별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2019년 30대 기업의 직원 5명 중 1명만이 여성이다. 2016년 30대 공공기관에서 채용한 신입직원 역시 5명 중 여성은 1명에 그친다. 소위 똑똑한 여성들이 유독 국가고시에 매달리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일터에서의 성별 임금 격차도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크다. 회원국 평균인 12.5%를 훨씬 상회하는 31.5%로, 바로 아래인 이스라엘의 22.7%에 비해서도 큰 폭의 격차를 보여준다.

일터에서의 성차별과 함께 최근 들어 여성정책이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젠더폭력이다. 일터에서의 위계에 의한 성폭력과 성희롱은 새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하게, 새로운 양상으로 확산되는 디지털 성폭이 여성의 일상적인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가해자, 무한 복제와 확산, 삭제되지 않는 영상 등으로 피해자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디지털 성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지원은 물론, 왜곡된 성상품화와 성문화도 정책대상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여성정책 예산은 총 예산의 0.04%

이 외에도 여성정책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코로나19 이후 2배로 증가한 20대 여성 자살률, 여성이 대부분인 가족돌봄자와 돌봄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인권, 성과 재생산권 확보, 1인 가구를 비롯한 다양한 가족형태의 지원, 양성평등 추진 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행정적 조직과 예산의 확보 등이 그것이다.

여성가족부의 2022년 편성예산은 1조4650억원으로 정부 전체 예산인 603조4000억원의 0.24%이다. 이 중 가족관련 정책과 청소년 관련 사업을 제외한 여성정책이라 할 수 있는 여성권익 예산과 여성·성평등 예산은 2407억원이다. 정부 전체 예산 기준으로 0.04%이다. 국가에서 성평등정책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다. 새 정부가 여성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정부예산을 대폭 늘려 실질적으로 해당 부처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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