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한국여성학회·동아대 젠더어펙트연구소·한국성폭력상담소 공동개최
“보수·진보 모두 2030 남성 의식해
반페미니즘 적극 활용...실질적 대안·비전은 없어”
“현 정치 상황, 여성만이 아닌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여성연대 페미니스트 정치 필요”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활동가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차별과 혐오, 증오선동의 정치를 부수자' 집회를 열고 있다. ⓒ홍수형 기자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활동가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차별과 혐오, 증오선동의 정치를 부수자' 집회를 열고 있다. ⓒ홍수형 기자

‘여성’이 없다. 2022년 대선 이야기다. 반(反)페미니즘을 동력 삼아 지지를 얻으려는 ‘남성연대의 정치’가 판친다. 유력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 반성평등 공약을 내놨다.

분노한 여성들이 모였다.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다. 미투운동 당사자, 젠더 연구자, 인권활동가 등 20~60대 패널들이 성평등 의제가 실종된 선거, 페미니즘 백래시(반발)가 심해진 현실을 진단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월 7일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페이스북에 적어 파문이 일었다.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월 7일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페이스북에 적어 파문이 일었다.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캡처

참석자들은 유력 대선후보의 노골적인 반페미니즘 메시지를 성토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중도·보수에선 여가부가 역사적 기능을 이미 다 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젊은 사람들은 여성을 약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자신이 세대와 성별을 나누어 한쪽 편을 대표하고 있다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편가르기를 통한 갈등 조장이 문제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통령으로 선출되고자 하는 사람의 태도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탄식했다.

윤 후보가 공식 활동에서 ‘석열이 형’이라는 호칭을 자주 사용하는 것을 두고도 “‘60대 남자’의 입장에서 자신은 20대 남자를 대변한다는 것을, 자신의 정치가 ‘형님-아우’로 묶여지는 조폭문화를 연상하게 하는 ‘남성연대’의 정치라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 현장.  ⓒ줌 화면 캡처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 현장.  ⓒ줌 화면 캡처

권명아 동아대 젠더어펙트 연구소장은 “보수, 진보 모두 정권 획득을 위해 반페미니즘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먼저 보수 진영은 “‘고용 없는 성장’ 시대 건국 이래 최악의 고용 문제에 직면한 청년 세대의 불만을 역으로 활용”하기 위해 반페미니즘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2014년의 일베, 2021년 신남성연대”까지 “보수 정치 집단과 청년 우익의 공조”가 그러한 차별 선동의 산물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의 ‘여성·청년 할당제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청년 세대를 위한 대안은 없다”, “대기업을 위한 규제 개혁, 시장 친화적 정책 대중 선전용”이라고 일침했다.

진보 진영에도 비판을 가했다. 단체장 성폭력 사건, 조국 사태 등으로 실추된 ‘진보’의 가치·신뢰 회복에 힘쓰기보다, 오히려 폐기해 버리고 ‘보수보다는 나쁘지 않다’며 회피한다고 봤다. 지난해 보궐선거 ‘무공천 원칙’을 깨고 ‘당심’의 이름으로 공천을 결정하고, 선거에 지고도 ‘페미니즘은 중요치 않고 부동산이 패배의 관건이었다’고 진단한 여당을 꼬집었다. “피해자와 페미니즘의 신뢰를 공격하고 부동산 정책에 집중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고 안심하면서 그렇게 스스로에게서 윤리와 가치, 대안과 비전의 이름을 삭제해버렸다”고 봤다. 이는 여당의 지지율 하락, ‘정권 교체’ 담론 급부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권 교수는 “누가 당선돼도 반페미니즘 차별 선동이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적 지식이나 여론으로 정당화돼 더 공고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주권자들은 윤리와 가치, 대안과 비전을 폐기하고 이해관계에 몰두하는 (정치권의) 탈정치화에 저항하면서 지금과는 다른 삶을 위한 변화, 혹은 변화에 대한 요청을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 포스터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 포스터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 현장.  ⓒ줌 화면 캡처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 현장.  ⓒ줌 화면 캡처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2030 여성이 사회적 목소리를 가지면 남성이 목소리를 못 낸다는 식의 “퇴행적 ‘제로섬 세계관’”이 팽배하다며, “반페미니즘 혹은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 유보/침묵이 2030 남성 유권자의 표를 모을 수 있는 전략으로 선택되는 상황은 여성에게만이 아니라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봤다.

또 “오랫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한 여성운동의 역사 그리고 여성의 시민권/인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불공정의 이름으로 비판받고 있다”며 “여성연대의 페미니스트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빛나리 작가는 여성 유권자들이 양당 정치 체제 프레임 속에서 “‘나 안 뽑으면 얘 된다’ 식”의 타협을 강요당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페미니스트 주권자들 하던 대로 하자, 우리의 가치에 투표하자”고 제언했다. “모든 대통령 후보가 페미니스트이길, 모든 대통령이 페미니즘 관점을 가지고 정치하길 바란다”며 “페미니즘은 여성을 사람으로 대하라는 가장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대단히 상식적이어야만 하는 세계관이고 그것에 타협할 여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90여 개 여성단체 연대체인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의 하나로, 한국여성학회, 동아대 젠더어펙트연구소,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공동주최했다. 1부 패널 토론에 이어 2부 ‘페미니스트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참여자들이 미리 보낸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변화’에 대한 의견을 취합해 공개했다. 토론회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줌)을 합쳐 500여 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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