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비누받침 강제, 플라스틱 쓰레기 양산

A사에서 판매하는 화장비누 세트. 비누 2개만 빼고 모두 쓰레기나 다름 없다.
A사에서 판매하는 화장비누 세트.  내용물은 비누2개와 받침이지만 받침도 쓸모가 거의 없다. 

 

ESG가 화두다. ESG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적(Social) 책임을 중시하고, 지배구조(Governancc) 개선에 힘써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신 경영철학의 요체다.

세 가지 요소 중 환경이 가장 먼저 나온다. 마구잡이 개발과 낭비로 병 들고 고장 난 지구를 회복시키는 일이야말로 인류의 생존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친환경 경영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과다하거나 불필요한 포장은 쓰레기 양산의 주범이다. 재활용 불가능한 재료는 말할 것도 없고 재활용 가능한 종이나 플라스틱이라고 해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기 위해 기존 용기에 필요한 만큼 덜어서 판매하는 곳도 생겨나는 마당이다.

세트상품은 과다 포장의 주범이다. 여러 개를 한 곳에 넣자니 움직이거나 부딪치지 말라고 내부에 별도 포장용기를 넣기 일쑤기 때문이다. 행사 기념품으로 세트상품을 주면 박스의 무게와 부피를 줄이기 위해 내용물만 꺼내 가방이나 장바구니에 넣어가는 이유다.

낱개 판매가 가능한 물품을 굳이 세트로 팔면서 불필요한 번들까지 끼워 넣는다면?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쓴다는 느낌을 주는 건 물론 ESG 경영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내 유수의 화장품회사에서 판매하는 화장비누가 그렇다. A사에서 판매하는 비누는 품질과 향 모두 뛰어나다. 고체 상태의 비누가 다 닳도록 무르거나 부서지지 않는다.

‘홍삼진액의 항산화 기능으로 매끄럽고 생기 있는 피부를 선사한다’는 설명처럼 피부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진 알 수 없지만, 얇은 조각이 될 때까지 인삼향도 풍부하고 거품도 잘 인다,

문제는 이 비누를 낱개로 살 수 없다는 점이다. 해당 화장품 판매점에서만 취급하는데 비누 2개와 받침 하나로 구성된 세트로만 판다. 비누를 살 때마다 딸려오는 플라스틱 비누받침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너무 납작한데다 물받침까지 딸려 있어 자칫 올려놨다간 비누가 물러지기 십상이다. 작아서 다른 용도로도 쓰기 어렵다. 결국 새로 구입할 때마다 비누받침은 그대로 쓰레기봉투로 직행하고 만다.

세트로 구성하다 보니 박스 안에 비누와 받침을 놓는 플라스틱 용기도 들어간다. 100g짜리 비누 2개를 사기 위해 쓸모 없는 비누받침에 포장용 플라스틱, 외장 박스까지 떠안는 셈이다.

매장 직원에게 비누만 낱개로 사고 싶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아무 변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물용으로 판매하기에 세트가 좋다면 그건 그것대로 만들고 낱개 판매도 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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