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부른다... 놓치기 아까운 볼탕스키 유작전
부산이 부른다... 놓치기 아까운 볼탕스키 유작전
  • 김효선 기자
  • 승인 2022.02.18 09:00
  • 수정 2022-02-21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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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
프랑스 현대미술 거장 유고전
3월27일까지 43점 전시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기념비(Monument, M002TER), 1986, 금속 프레임, 전구, 300x127cm. 볼탕스키를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으로 어린시절의 죽음을 표현했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기념비(Monument, M002TER), 1986, 금속 프레임, 전구, 300x127cm. 볼탕스키를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으로 어린시절의 죽음을 표현했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에서 열리는 화제의 전시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전 마감이 한 달 여 남았다. 지난해 10월 15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이우환의 친구들’ 세 번째 기획으로 시작된 이 전시는 준비 도중 작가가 사망해 첫 번째 유고전이 됐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타계하기 전 작품 선정, 공간구성, 전시 디자인까지 완성한, 그의 영혼이 들어간 마지막 회고전’이라며, 작가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대부분의 전시가 취소됐지만 부산 시립미술관 전시는 어렵게 성사됐다‘고 밝혔다. 전시된 작품은 총 43점. 전시회 제목인 'CHRISTIAN BOLTANSKI 4.4'의 4.4는 그가 태어난 44년을 뜻한다.

1944년 2차대전 직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유대인 예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는 ‘홀로코스트’ 또는 쇼아(shoah)의 작가, 또는 죽음의 작가라 불린다. 직접 전쟁을 겪지는 않았지만 참혹한 전쟁의 상흔은 죽음의 기억으로 살아나 볼탕스키 작품의 무게중심으로 육중하게 자리잡게 된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볼탕스키는 장르과 경계를 넘나들며 하이브리드 작업을 해왔다. 영화, 사진을 물론 거대한 설치작품 속에 전구, 옷, 종, 들풀, 소리 등 다양한 소재를 등장시켜 죽음이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 바로 옆에서 살아있는 문제임을 효과적으로 인식시킨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양은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볼탕스키의 작품은 뚜렷한 주제의식과 동시대적인 조형언어가 가장 탁월하게 결합돼 있다”고 소개하고, 죽음이라는 매우 어려운 주제를 다루면서 이를 “매우 드라마틱한 조형언어로 구현한 세계적인 거장”이라고 평가했다.

부산시립미술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 전시 포스터.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 전시 포스터. ⓒ부산시립미술관
볼탕스키가 직접 디자인한 한글 텍스트.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출발(Départ), 2021, 전구, 130x220cm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볼탕스키가 직접 디자인한 한글 텍스트.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출발(Départ), 2021, 전구, 130x220cm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볼탕스키가 직접 디자인한 한글 텍스트.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도착, 2021, 전구, 130x220cm ⓒ여성신문
볼탕스키가 직접 디자인한 한글 텍스트.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도착, 2021, 전구, 130x220cm ⓒ여성신문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아니미타스(Animitas Chili)’, 2014, 영상, 건초, 말린 꽃(video, hay, dry flowers), 러닝타임 13시간. 아니미타스는 스페인어로 ‘작은 영혼’을 의미한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종 800개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정권에서 살해된 정치범 수천 명이 묻힌 곳이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아니미타스(Animitas Chili)’, 2014, 영상, 건초, 말린 꽃(video, hay, dry flowers), 러닝타임 13시간. 아니미타스는 스페인어로 ‘작은 영혼’을 의미한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종 800개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정권에서 살해된 정치범 수천 명이 묻힌 곳이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황혼(Crépuscule), 2015(2021년 재제작), 전구(light bulbs). 전구 165개가 매일 하나씩 꺼지면서 전시 종료와 함께 암전되도록 한 작품이다.  ⓒ부산시립미술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황혼(Crépuscule), 2015(2021년 재제작), 전구(light bulbs). 전구 165개가 매일 하나씩 꺼지면서 전시 종료와 함께 암전되도록 한 작품이다. ⓒ부산시립미술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설국(Pays de Neige), 2021, 흰 천, 전구. 코로나19로 인한 병동에서의 죽음과도 연결된 작품.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설국(Pays de Neige), 2021, 흰 천, 전구. 코로나19로 인한 병동에서의 죽음과도 연결된 작품.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볼탕스키가 구현한 죽음은 개인적이거나 생물학적인 죽음이 아니다. 양은진 학예사에 따르면 볼탕스키의 작품은 거대한 권력에 의해 유린당했던 사회적 죽음이나 인간성의 상실을 죽음으로 은유한 작업들이다. “그의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언어는 죽음에 대한 환기(메멘토 모리), 즉, 거대한 바니타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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