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여친 - 내 곁의 여성친화도시 ③]
‘2단계 여성친화도시’ 서울 은평구
2015년 첫 지정...올해 ‘2단계’ 상향 재지정
임신부·아이 병의원 방문 돕는 아이맘택시 ‘인기’
AI시대 여성 전문가 취·창업 지원
궁녀길 해설사 양성 사업 등 추진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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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가 제공하는 ‘아이맘 택시’를 임신부와 아이 보호자가 이용하고 있다. ⓒ은평구 제공
은평구가 제공하는 ‘아이맘 택시’를 임신부와 아이 보호자가 이용하고 있다. ⓒ은평구 제공
은평구가 제공하는 ‘아이맘 택시’. ⓒ은평구 제공
은평구가 제공하는 ‘아이맘 택시’. ⓒ은평구 제공

어린 아이, 몸이 편치 않은 임신부는 병원에 갈 일이 늘 걱정이다. 대중교통은 불편하고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있다. 자가용이 있어도 운전할 여력이 없다. 이럴 때 무료로 탈 수 있는 대형 택시가 있다면? 서울 은평구가 2020년 선보인 ‘아이맘 택시’다. 앱으로 30분 전 호출하면 전담 기사가 관내외 병원까지 왕복 운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형승합차(카니발)라 큰 유모차도 실을 수 있다. 유아용 카시트, 공기청정기, 장난감 등도 갖췄다. 매일 차량 내부를 소독한다. 24개월 이하 영유아를 둔 가정이 1일 2회, 연 10회 이용할 수 있다.

구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2020년 8월 4대로 시작해 8대로 늘렸다. 2021년 말 앱 가입자 3850명, 이용 건수 1만2524건을 돌파했다. 올해 초 적극행정 우수 사례로 꼽혀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고, 2021 대한민국혁신박람회에서 우수 혁신사례로 선정됐다. 강동·노원·광진구 등에서도 벤치마킹하는 사업이다.

서울 은평구는 성평등·사회혁신 활동의 터전이기도 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등 공공기관이 입주했고, 한국여성의전화,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등 여러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민선 6~7기 동안 여러 지역 내 성평등 확산 사업을 펼쳐 올해 초 여성가족부의 ‘2단계 여성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김미경 은평구청장(가운데)이 2022년 1월 25일 은평구청에서 열린 여성친화도시 2단계 재지정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은평구 제공
김미경 은평구청장(가운데)이 2022년 1월 25일 은평구청에서 열린 여성친화도시 2단계 재지정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은평구 제공

은평구는 2015년 여성친화도시로 처음 지정됐다. 그해 서울시 최초로 여성정책담당관을 임명, 기존 가족복지과 여성정책팀을 부구청장 직속 부서로 확대 개편했다. 또 양성평등 기본조례를 제정하며 ‘모든 구민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양성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1단계 사업을 마치고 2021년 재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민선 7기가 출범한 2018년 여성정책담당관을 없애고 가족정책과로 개편, 여성정책을 가족정책의 하위 범주로 넣어 버리면서‘양성평등 후퇴’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은평구는 다시 여성친화도시 기반을 쌓고 재도전해 2022년 ‘2단계’로 상향 재지정됐다. 여성친화도시는 1~3단계로 나뉜다. 여성친화도시 사업을 추진해 온 지자체가 민관협력을 강화해 더 단단한 성평등 정책 추진기반을 구축하고, 조성목표 간 연계·통합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면 2단계로 지정된다. 2단계 여성친화도시는 2022년 1월 기준 전국 16곳, 서울 4곳뿐이다.

은평구는 올해부터 ‘여성이 행복한 은평, 모두가 살맛나는 은평’ 비전을 세우고 5년간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성평등 정책 추진 기반 구축 ▲여성의 경제·사회 참여 확대 ▲지역사회 안전 증진 ▲가족 친화 환경 조성 ▲여성의 지역사회 활동 역량 강화 등 5대 목표를 제시했다.

최신 고용 동향을 반영한 여성 취·창업 지원에 중점을 뒀다. 2021년 4차산업 진출을 위한 ‘AI 어노테이터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이지우 은평구 가족정책과 여성정책팀장은 “조리와 돌봄 등 여성 역할에 국한된 직업 분야에서 벗어나 다양한 과정 운영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과정을 수료한 11명 모두 취업에 성공했다. 올해 AI 데이터 어노테이터, 온라인 전문 마케터,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 K-푸드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취·창업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일자리 관련 부서, 은평여성인력개발센터, 관내 기업체와 여성 일자리 관련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내 일자리 정보를 공유하고 취업을 연계할 예정이다.

‘이말산 테마길 해설사’ 양성 사업도 눈길을 끈다. 조선 시대 궁녀와 내시들의 무덤이 산재한 진관동 이말산에 2019년 ‘궁녀를 찾아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여성테마길을 조성했다.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의 부모묘, 상궁 옥구 임씨 묘역 등이 그곳에 있다. 은평구는 궁녀를 조선 시대 전문직 여성으로 조명하고, 그들의 삶과 생활을 설명하는 내용의 스토리보드를 등산로 곳곳에 세웠다. 지난해부터 해설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은평구 ‘여성친화도시 주민리더단’이 2021년 11월 15일 해설가와 함께 진관동 이말산 궁녀묘 테마길을 둘러보며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모니터링을 통해 이말산 입구 안내판 설치와 궁녀묘 정비에 대한 개선 의견을 제시했다. ⓒ은평구 제공
은평구 ‘여성친화도시 주민리더단’이 2021년 11월 15일 해설가와 함께 진관동 이말산 궁녀묘 테마길을 둘러보며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모니터링을 통해 이말산 입구 안내판 설치와 궁녀묘 정비에 대한 개선 의견을 제시했다. ⓒ은평구 제공

 

은평가정폭력상담소 직원 등이 2021년 12월 20일 은평구 불광천에서 열린 ‘2021 여성폭력 추방주간 캠페인’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은평구 제공
은평가정폭력상담소 직원 등이 2021년 12월 20일 은평구 불광천에서 열린 ‘2021 여성폭력 추방주간 캠페인’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은평구 제공
2017년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7월 5일 은평구청에서 열린 ‘은평여성 100인 원탁회의 -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은평의 미래’ 현장.  ⓒ은평구 제공
2017년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7월 5일 은평구청에서 열린 ‘은평여성 100인 원탁회의 -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은평의 미래’ 현장. ⓒ은평구 제공

은평구는 지역 여성들의 활발한 참여와 활동을 도모해왔다. 성평등마을지기·인권활동가를 양성하고, 은평여성네트워크, 3·8여성의 날 행사, 100인 원탁회의, 여성정책포럼, 인권포럼과 토론회 등 지역 내 성평등 활동도 지원했다. 여성친화도시 주민리더단을 운영해 여성친화도시 사업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개선 제안을 받고 있다. 여성과 모두가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민관경이 힘을 합쳐 안심귀가 스카우트, 안심이앱, 안심보안관 등 제도도 운영해왔다.

이외에도 주민대상 성인지교육 실시, 여성친화도시 중장기계획수립 연구용역을 통해 은평구 특성을 반영한 중점 추진과제 발굴, 지역사회안전증진 TF를 주축으로 실질적 생활안전망 구축, 우리동네 키움센터를 확충하는 등 마을 중심의 돌봄 체계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여성친화도시 2단계 지정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행정과 주민이 함께 양성평등 가치 확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실”이라며 “정책 전반에 성평등 문화를 반영·정착시켜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모든 주민이 행복한 ‘여성친화도시 은평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우 여성정책팀장은 “주민들이 여성친화도시 사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다양한 사업 및 정책을 추진하면 지역주민 모두가 살기 좋은 은평구를 구현할 수 있다”며 “1단계 여성친화도시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일자리, 돌봄, 생활안전망 영역에서 존중과 포용의 가치를 담은 사업들을 진행해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인에 대한 배려를 포함하여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주민 모두가 존중받고 포용하는 성평등 도시를 만들어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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