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개관한 울산시립미술관
‘미래형 미술관’ 표방...공립미술관 첫 미디어아트 상설전시
전국서 관람 인기...주말엔 3000명 찾아와
‘미술관 일원 문화특구 조성’ 논의도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의 1993년작 ‘거북’. TV 모니터 166대를 거북 형상으로 설치한 대형 비디오 조각이다(10×6×1.5m).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의 1993년작 ‘거북’. TV 모니터 166대를 거북 형상으로 설치한 대형 비디오 조각이다(10×6×1.5m).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TV 모니터 166개로 만든 대형 미디어 조각, 백남준의 ‘거북’이 한국에 왔다. 요즘 가장 ‘핫한’ 공립미술관인 울산시립미술관 1호 소장품이다. 국내외 미디어아트 거장들의 작품을 보러 전국에서 관람객이 모여든다. 미술관과 주변 문화시설을 모아 울산 ‘문화 특구’를 조성하자는 논의도 시작됐다.

울산시립미술관은 ‘미래형 미술관’을 표방한다. 산업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살린 미디어아트에 초점을 뒀다. 우리나라 국공립 미술관 최초로 미디어아트 상설 전시장인 ‘XR랩’을 운영한다. 사업비 677억 원을 들여 부지 6182㎡ 연면적 1만 2770㎡,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로 지난 1월 6일 울산 중구 도서관길 72(북정동)에 개관했다. 백남준아트센터장 출신이자 미디어아트 전문가인 서진석 관장이 2019년부터 개관 준비를 맡았다.

개관전 ‘찬란한 날들’은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이론가이자 작가인 피터 바이벨, ‘비디오 그래피티’를 선보이는 인도의 날리니 말라니, 중국의 송동과 한국의 이불, 이용백, 문경원·전준호, 김윤철, 김희천 등 스타 작가 작품 29점으로 구성됐다. 개관특별전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도 개막 전부터 화제였다. 독일의 미디어아트 거장 히토 슈타이얼의 ‘이것은 미래다’, 백남준의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울산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 전용관 XR랩에서 열리는 ‘블랙 앤드 라이트: 알도 탐벨리니’ 전 현장 모습.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울산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 전용관 XR랩에서 열리는 ‘블랙 앤드 라이트: 알도 탐벨리니’ 전 현장 모습.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관람객들의 SNS에 주로 등장하는 곳은 미디어아트 전용관 XR랩에서 열리는 ‘블랙 앤드 라이트: 알도 탐벨리니’ 전이다. 백남준과 함께 비디오를 예술 매체로 사용한 최초의 실험 예술가인 탐벨리니의 유작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원주민이다’를 볼 수 있다. 10분 40초 분량의 영상으로, 전시장 공간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개관 2주 만에 누적 관람객 2만명을 돌파했고, 1월 28일 기준 3만명을 넘겼다. 일평균 관객수는 주중 1000명, 주말 3000명대에 이른다. 관람객의 23%가 타지 출신이다. 가족 단위 관람객도 95%를 넘었다.

울산시립미술관 전경. ⓒ울산광역시 제공
울산시립미술관 전경. ⓒ울산광역시 제공

기대 이상의 호응에 미술관 일대를 ‘문화특화지역’으로 조성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미술관 근처 중구 문화의거리 부근 영화관, 소극장, 갤러리 등 문화시설 약 80곳도 살려보자는 얘기다. 울산연구원이 1월 31일 발표한 관련 연구 결과를 보면 울산 시민의 66%가 찬성했다. 울산연구원은 “시민들은 특정 분야에 편중되기보다는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형태를 희망하고 있다”며 이 지역을 “융합형 문화예술특화지역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개성 있는 간판으로 거리를 정비하는 등의 물리적 환경 개선, 관람객이 주변 소규모 전시장을 찾도록 유도하는 홍보 체계 등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울산시는 지난 1월 20일 울산시립미술관으로 접근을 위한 교통문제, 미술관 옆 문화재 발굴구역과 주변 환경 정비, 미술관과 연계한 ‘미술관길’(가칭) 등 도로명 정비, 미술관 지하주차장 출입구 폭 확대, 원도심과 미술관을 연계한 관광코스 개발, 지역축제 등 상생발전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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