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인하대 국제통상학부교수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반영하는 국가신용등급이 어떻게 될지 큰 관심사로 등장했다.

국가신용등급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부터인데, 신용상태가 상당히 양호한 투자 대상국으로 꼽히던 우리나라가 하루아침에 5∼6단계 추락해 투자하기에 부적합한 나라로 낙인이 찍혀버렸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기관은 IMF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가 아니라 무디스나 스탠다드앤푸어(S&P)와 같은 민간회사다. 정부 주도의 경제체제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민간 회사가 국가의 신용도를 평가한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지만 신용평가기관의 성적표 하나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가들에게 '이 나라에 투자하면 위험하다' '이 국가에 투자하면 안전하다' 하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으면 국제 자본시장에서 돈을 조달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의 신용등급에 따라 돈을 빌릴 때 이자가 차이난다.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올라가면 이자가 0.35% 내려 연간 5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용등급을 표시하는 방법은 평가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투자적격 등급이 AAA에서 BBB-까지 열 단계이며 그 이하는 부적격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직후의 '부적격'에서 '적격'으로 회복되어 점차 상향 조정돼 왔으나 아직도 97년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친다. 현재 멕시코보다는 높지만 일본은 물론 중국 홍콩보다 낮은 수준이다.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는 그 나라의 성장전망, 대외부채, 상환능력 등을 두루 감안한다. 특히 투자가들 입장에서는 돈을 회수할 수 있는가를 중시하기 때문에 그 나라의 총 지불 수단인 외환보유고의 규모가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가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있어 성장률은 낮지만 수출이 잘되기 때문에 외환보유고에는 문제가 없으며 이를 반영해 앞으로의 신용등급 조정방향을 예시하는 전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경제사정 외에 그 나라의 정치상황이나 정책수행능력도 신용평가의 중요한 요소다. 과거 아시아나 남미의 여러나라에서 정치 불안이 소비나 투자 등 경제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효율적인 정책 집행을 어렵게 한 사례가 많은데 신용평가기관이 등급 산정 때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 정지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의 토머스 번 국장이 “한국 정국 상황은 궁극적으로 안정할 것이며 경제시스템은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S&P 사도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기존의 A- (안정적) 신용등급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며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당장 한국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경제에 대한 파장과 추이를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인만큼 정치로 인한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정부의 경제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우리의 대외신인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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