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저자 조남주
부동산 문제를 다룬 연작 소설집 펴내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계층 갈등과 욕망을 다뤄

서영동이야기(조남주/한겨레출판) ⓒ한겨레출판
서영동 이야기(조남주/한겨레출판) ⓒ한겨레출판

서영동 이야기

<82년생 김지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조남주 작가의 신작 소설집이 나왔다. 부동산 문제를 통해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계층 갈등과 이를 둘러싼 분투,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눈에 띄는 작품은 <경고맨><이상한 나라의 엘리>. <경고맨>은 대기업에서 퇴직하고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중년의 모습을 다룬다. 그는 아파트 주민들 때문에 잡무와 불합리한 노동에 시달린다. 그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합리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경고장을 만들어 단지 곳곳에 붙이지만, ‘경고맨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웃음거리로 전락한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에는 2년제 대학을 나와 학원에서 보조 교사로 근무하는 이십대 청년이 등장한다. 그는 투잡, 쓰리잡을 뛰며 서울에서의 생존을 위해 전력을 다하지만 치솟는 집값 때문에 자신이 일하던 학원에 숨어들어 숙식을 해결하게 된다. 두 이야기는 50대와 20, 나이부터 살아온 삶까지 너무도 다른 두 인물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어쩐지 닮아 있다. <경고맨>,<이상한 나라의 엘리> 속 주요 인물 모두 서영동에서의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어떨까. <교양 있는 서울 시민 희진> 속 희진은 7000만원 전세에서 가정을 꾸리기 시작해 천천히 늘려나가 결국 15억 대 집을 소유하게 된다. 아쉬울 것 없는 일상이라고 생각하던 나날들은 윗집의 소음과 아랫집 남자의 소음 항의로 얼룩진다.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소음, 소음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항의하는 아랫집 남자의 위협은 희진의 가정을 통째로 흔들어 놓는다.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경화는 백은빌딩에서 학원을 열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인물이다. 하지만 곧 백은빌딩 맞은편 상가가 철거되고 치매시설이 설립된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백은빌딩의 학원연합회 회장으로 치매시설 설립 반대 운동에 나서던 경화는 자신의 어머니가 치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희진과 경화. 두 인물들은 한국에서 생존행복에 필수라고 여겨지는 부동산을 소유한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삶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한국 사회의 일면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우리를 어렵고 괴롭고 부끄럽게만든다. 이를 통해 작가는 한국에서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동산 문제를 짚으면서도 우리 삶의 필수 요소는 부동산보다 본질적인 것임을 말하고자 한다.

조남주/한겨레출판/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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