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위원회 ‘대선 후보에 말한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여성신문 젠더위원회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각 당 대선 후보가 발표한 정책 공약을 진단하고 한국사회를 이끌 리더로서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반드시 짚어야 정책을 제언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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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여성신문 

대통령 선거일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는 ‘정권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로 집약된다. 통상 선거에서 통용되는 법칙이 있다. 이른바 ‘국정방향 공감도 35%와 ‘정권교체 55% 법칙’이다.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율이 35% 이하로 떨어지거나 정권교체 비율이 55%를 넘으면 집권 여당 후보는 승리하기 어렵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작년 11월 4주 이후 국정방향 긍정 평가는 35% 이하였고, 지난 1월 첫째 주에서는 29%까지 떨어졌다. KBS․한국리서치 조사(1월 27~29일)에서 정권교체 비율은 57.1%였다. 정권교체 비율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높은 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는 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정권교체 지지층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가 63.4%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설 연휴와 첫 4자 TV 토론 이후 실시된 SBS․넥스트리서치 조사(2월 5~6일)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30.6%, 윤석열 후보는 35.0%로 그 격차는 4.4%p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정의당 심상정 2.8%,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10.6%였다.

여론조사는 수치가 아니라 추이를 봐야 한다. 지난달 중순(1월 15~16일) SBS 여론조사와 비교해보면, 이 후보는 2.3%p 하락, 윤 후보는 3.4%p 상승했다. 표심의 풍향계'인 중도층에서 오차범위 밖 우세였던 이 후보가 6.3%p 떨어진 25.8%, 윤 후보는 5.6%p 오른 29.7%로 접전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이 후보 지지율이 정체·하락하는 근본 이유는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호남, 친문, 2030 여성’의 지지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선 SBS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54.8%에 불과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호남에서 62%를 득표했다. SBS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2%였는데 그 중 63.5%만이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2월 2~4일) 조사에서는 18∼29세 여성의 이 후보 지지율은 29.1%로 윤 후보(29.3%)와 접전이었다. 30대 여성에선 이 후보 24.5%, 윤 후보 43.5%로 격차가 19.0%포인트나 됐다. 이들 2030 여성들은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논란과 최근에 불거진 배우자 김혜경씨 갑질 의혹 등으로 빚어진 비호감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선에서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사실이 함축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현재 여론 추이에 도취되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으면 의외의 일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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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갈라치기’로 표 얻으려는 후보들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흐르는 가운데 ‘3무(無) 선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첫째, 차별화된 여성 어젠다가 없다. 여야 유력 후보들은 ‘젠더 갈라치기’를 통해 표를 얻으려고만 한다. 특히, 국민의 힘 ‘2030 청년’ 공약에는 여성이 없다. 여성가족부 폐지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나마 심상정 후보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2030 여성 후원회’ 발족식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소리치고 행동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2030 여성들의 존재가 이번 대선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녀간 임금격차 해소 등을 골자로 한 ‘여성 맞춤형 공약’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현재 초기 3개월(부부 합산 6개월)인 육아휴직을 최소 1년(부부 합산 2년)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직장 내 위계형 성범죄 무관용 원칙’을 세워 권력형 성범죄 공소시효 10년을 완전 폐지하고 징계를 강화할 것을 공약했다. 

국가적 이슈·미래도 안 보여

둘째,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국가적 이슈가 없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면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국가 발전 전략,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 회복 대책, 미·중 패권 전쟁 속에서 실리적 극복 방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등 국가 생존 전략을 갖고 논쟁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 여야 유력 후보들은 ‘탈모 건강 보험’, ‘사병 월급 200만원 등 지극히 미시적인 공약에 매몰되어 정작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큰 그림은 보이지 않고 있다.

셋째, 미래가 없다. 여야 유력 대선 후보는 나라 곳간은 비는 데 오직 표만 의식해 수백 조원의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 퍼주기 포퓰리즘에 매몰되어 있다. 심각한 것은 퍼주기 공약 경쟁에 여야가 함께 공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은 정부를 심판하는 총선과는 달리 미래에 투표하는 것이다. 미래를 준비한 후보가 없다면 국민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고 뽑을 사람을 정하지 못해 궁극적으로 차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나쁜 선거’가 되기 쉽다. 남은 대선 기간 동안 후보들은 ‘3무 선거’에서 벗어나 대선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 국가가 지향해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포퓰리즘, 네거티브, 지역감정 등 대선 3대 악습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불어 평등 민주주의와 젠더 선진국을 만들 비전과 정책을 높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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