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좀비 바이러스로 한국 사회 그리기
‘지금 우리 학교는’ 좀비 바이러스로 한국 사회 그리기
  • 권묘정 수습기자
  • 승인 2022.02.09 20:01
  • 수정 2022-02-09 2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
세계 드라마 인기 순위 최정상을 달리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

<스포일러 유의> 오징어 게임’, ‘지옥에 이어 지우학(지금 우리 학교는) 시대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세계 드라마 인기 순위 최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8일(한국시간) 글로벌 OTT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집계 결과 지우학은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9일부터 10일째다.

지우학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지난달 28일 공개됐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가상의 도시 효산시, 그 중에서도 효산고등학교에 고립된 주인공들이 고군분투 끝에 살아남는 이야기다.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등을 만든 이재규 감독이 연출을, 드라마 추노’, ‘7급 공무원등을 쓴 천성일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감독은 학교라는 공간과 그 안의 기물을 최대한 활용한다. 급식 조리실의 폐쇄성은 좀비와 인간의 숨 막히는 추격전을 가능하게 하고, 주인공들은 음악실 악기를 이용해 좀비들에게서 벗어난다. 도서관 액션씬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롭다. 주인공인 이청산(윤찬영 분)은 좀비에게서 도망치는 와중에 자신을 헤치려는 윤귀남 (유인수 분)과도 싸워야 한다. 둘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같은 책꽂이 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격투를 벌인다. 둘의 몸이 엉킬 때, 청산이 좀비에게 물릴 것같을 때 보는 이의 가슴은 졸아든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은 한계다. 주인공들이 학교에서 좀비들에게 쫓긴다는 내용이 반복되는 까닭이다. 극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회의원, 형사, 귀남, 은지 등 다양한 인물을 통해 서사의 변주를 꾀하지만 쫓고 쫓기는 패턴은 그대로다. 12편을 다 보기보다 요약본을 본다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폭력에 대한 비판적 주제 의식
여성에 대한 시선 다소 아쉬워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계기는 사소하다. 한 학생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햄스터에 물린 게 시 전체에 좀비가 퍼지는 결과를 낳은 것. 이는 작은 폭력이 큰 폭력을 불러올 수 있으며, 따라서 작은 폭력도 결코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극의 주제와 연결된다. 폭력은 바이러스처럼 순식간에 퍼질 수 있기 때문에 늘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극 중엔 이같은 주제 의식에 배치되는 장면들이 드러난다. 성폭력 피해자와 청소년의 임신출산에 대한 자극적인 묘사가 그것이다. 등장인물 중 은지는 학교 일진 패거리들에게 성추행, 불법 촬영 등의 성폭력을 당한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은지의 노출 장면에 대해 불필요한 성적 대상화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청소년의 임신출산 장면 역시 극 진행에 불필요한 장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자세히 표현돼 과도하다는 인상을 준다.

ⓒ넷플릭스
‘지우학’은 좀비물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학교 폭력, 지도층 모순, 난민 기피 같은 한국사회의 아픈 일면을 꼬집는다 ⓒ넷플릭스

몇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우학은 흥미롭다. 좀비물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학교 폭력, 지도층 모순, 난민 기피 같은 한국사회의 아픈 일면을 꼬집는다. 좀비들에게서 대피한 효산시 주민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시위가 그것이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에게 선생님이 애들이 그러는 데는 너한테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소름마저 돋는다.

오준영(안승균 분)이 스스로를 희생시켜 아이들을 구하며 이제 집에 가자고 소리치는 장면도 인상 깊다미국 영화정보 사이트 IMDB의 평점은 10점 만점 중 7.7점, 미국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84%를 유지하는 등 해외 반응도 긍정적이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