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의 보통날]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김지은의 보통날]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 김지은 작가(『김지은입니다』 저자)
  • 승인 2022.02.02 08:08
  • 수정 2022-02-03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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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도경 작가
정치인이 되기를 꿈꿨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를 소망했던 이들은 힘 있고, 안락한 선배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아무것도 없는 내 곁에 서 주었다.  일러스트=김도경 작가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 2017년 대통령 경선 캠프에서 알게 된 이들은 2018년 3월 미투 직후 함께 해주겠다며 모임을 만들었다. 정치인이 되기를 꿈꿨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를 소망했던 이들은 힘 있고, 안락한 선배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아무것도 없는 내 곁에 서 주었다. 대선 캠프를 운영했던 조직적인 세력들의 여론전에 맞서 언론 인터뷰에 응해주었고, 입장문을 발표해주었으며, 검찰과 법정에 나와 자신들이 보고 들은바 그대로를 증언해주었다. 재판이 끝난 이후에도 이들은 나의 안위를 걱정해주었고, 자기 자신의 일처럼 매번 함께 아파해주었다.

힘이 있는 쪽에 서지 않은 대가는 컸다. 천직이라 여기던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 사람, 회사 내 손가락질로 이직을 한 사람, 그리고 피해자를 향한 비난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매번 슬퍼해야 했던 사람들까지 여러 압박과 고통을 끊임없이 받아야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만나 일상을 나눴고, 서로의 힘겨움을 내려놓으며 의지했다.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이들은 꼿꼿하게 살아남아 정치인의 보좌진이 되고, 기자가 되었으며, 반성폭력 단체의 활동가가 되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며 마치 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잠시나마 느꼈다. 세상의 높은 장벽 앞에 섰을 때 이들마저 나의 곁에 서 있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스스로를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나는 땅 위에 발 딛고 있는 살아있는 사람이 되었고, 진실도 법적으로 증명 받을 수 있었다.

최근 김건희씨의 녹취록 사건이 있은 후 이들을 만났다. 가벼운 일상을 나누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며 모두가 많이 지쳐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투를 통해 ‘권력의 차이에서 오는 폭력을 일부 막아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는 세상의 시선 앞에 이들 역시 또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섭고, 가혹한 세상의 소음 속에서 ‘인권을 존중해달라. 폭력을 막아달라. 범죄자를 처벌해달라’고 목이 터져라 외친 이들의 노력이 일부 사람들의 사담 앞에 저렇게 쉽게 평가절하 될 수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나의 고마움을 표현해야했다.

반면 가해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김건희씨의 녹취록을 들으며 환호작약했다. 가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김건희씨의 팬카페에 가입해 연일 안희정 사건을 왜곡하는 글들을 공개적으로 올리고 있다. 자신도 2차 가해에 가담했다며 자랑하는 글들도 보았다. 대법원의 유죄 선고와 가해자의 구속 이후 3년이 넘도록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가해자를 옹호한 자들은 여전히 청와대를 비롯한 공공기관에 있고, 여당 선거 캠프의 공동위원장이 되기도 했다. 최근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부는 불륜이라고 하지만 불륜은 잘못 아닙니까?’라는 말을 언론에 나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가해자는 곧 감옥에서 나온다.

법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수많은 폭력 피해자들이 있다.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방어했음에도 폭력에 노출되어 고통 받은 수많은 피해자들이 존재한다. 법으로 인정받은 사건조차 왜곡과 의심이 이어진다면 이들은 누가 보호하고, 지켜줄 수 있을까?

적어도 힘의 논리가 아닌 정의의 편에 선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잘 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진실을 외면하고, 힘이 있는 자들에게 줄 선 이들은 잘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간절한 소망만이 내가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다. 언젠가 이 싸움이 끝나게 된다면 ‘지워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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