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공순이’, 이젠 ‘콜순이’…콜센터로 본 여성노동 잔혹사
그땐 ‘공순이’, 이젠 ‘콜순이’…콜센터로 본 여성노동 잔혹사
  • 권묘정 수습기자
  • 승인 2022.01.28 14:04
  • 수정 2022-01-28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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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자 김관욱
콜센터 상담사 현실 다룬 르포 『사람입니다, 고객님』 펴내
열악한 여건과 감시 속 병드는 여성 노동자들
산업구조 바뀌어야 여성노동 존중받아
사람입니다, 고객님(김관욱/창비) ⓒ창비
사람입니다, 고객님(김관욱/창비) ⓒ창비

문화 인류학자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김관욱이 무엇이 콜센터 상담사를 아프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한 사람입니다, 고객님을 펴냈다. 지난 10년간 현장 연구와 심층 인터뷰, 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추적한 내용을 모았다.

저자는 오랫동안 감정노동과 건강. 흡연 및 중독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는 콜센터가 상담사들 사이에서 흡연 천국이라고 불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콜센터 상담사가 우울증 유병률 27.1%, 근골격계 의심 유병률 31.3%, 흡연율 26.0%로 모든 지병에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는 점에도 관심을 쏟았다. 

책은 3부로 나눠진다. 1부 콜센터의 탄생에서는 한국 산업 근대화의 상징인 구로공단의 변화에 대해 다룬다. 구로공단이 주력하는 산업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여성 노동자의 일자리도 자연스레 바뀐다. 그러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구로에서 콜센터 상담사들은 자신을 과거 여공인 공순이와 닮은 콜순이라고 부른다. ‘콜순이들은 물리적전자적 감시 시스템에 통제 당하며 흡연실을 도피처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관리자들은 이를 이용해 담배를 노동력 강화제로 사용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한다. 이는 과거 여공들이 잠을 쫓기 위해 고카페인 약물인 타이밍을 먹으며 일해야 했던 현실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2투구가 된 헤드셋에서는 인터뷰와 자료를 바탕으로 상담사가 겪는 구체적인 상황을 현장감 있게 전달한다.  콜센터 상담사는 흔히 감정 노동자라고 불린다. 하지만 저자는 이 단어를 통해서는 콜센터 상담사들의 노동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어렵다고 꼬집는다. 콜센터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감정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사들은 하도 바빠 화장실에 갈 때도 허락을 받아야 하고, 치열한 경쟁 구도에 놓이는 등 신체적정신적인 고통을 함께 겪는다. 그 때문에 저자는 이들의 감정을 정동노동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설명한다. 상담사들은 일상적으로 감정을 조절해야 할 뿐만 아니라 모욕적이고 부당한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고 체념하는 정동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뜻이다.

3새로운 몸을 찾아서에서는 콜센터 노조의 이야기를 통해 콜센터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탐구해본다. 그 과정에서 노조원들의 은 해결의 단서가 된다. 책상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만 있던 상담사의 몸들은 다양하게 움직이는 방법을 찾아간다. 이는 노조 활동 및 노동 환경 개선의 실마리가 된다. 그러나 이 역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저자는 영국과 인도의 콜센터와 한국 콜센터의 사례를 비교분석하며 한국의 콜센터는 여성의 지위를 낮게 제한하면서 전통적 여성상을 재생산하는 문제가 있음을 거듭 지적한다. 더불어 일과 시간에 집을 지키던 하우스 키퍼가 상담 콜을 지키는 콜 키퍼로 전환됐음을 말한다.

책은 결국 콜센터 문제는 콜센터 산업이 가진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김관욱/창비/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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