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만난 심상정 “김건희 반드시 사과해야”
김지은 만난 심상정 “김건희 반드시 사과해야”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2.01.22 09:52
  • 수정 2022-01-22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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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후보,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 비공개 면담
김지은 "대법 판결에도 왜곡하면 누가 고발하겠나"
심상정 대선 후보 ⓒ홍수형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홍수형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1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김지은씨와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심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미투 폄훼’ 발언을 언급하며 김건희씨가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씨도 “저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큰 상처가 됐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심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김지은씨와 만났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안희정이 불쌍하다” “돈을 안 챙겨주니 미투가 터지는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MBC '스트레이트'에서 방송된 지 5일 만이다. 

김지은씨는 방송 다음 날인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당신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됐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며 김건희 씨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4일이 지나도록 김건희씨를 비롯한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김지은씨에게 어떠한 구체적인 사과도 내놓지 않았다.

녹취록을 공개한 MBC측은 피해자에 대한 광범위한 2차 가해에 관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고, 김건희씨의 관련 발언을 비판하는 민주당은 정작 자당 내에서 일어나는 정치인과 지지자들의 2차 가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심 후보는 이날 김지은씨를 향해 “미투 발언 이후 굳건하게 어려운 길을 헤쳐온 것에 대해 감사하고, 정치인들이 정치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그게 늘 부족하다는 생각에 죄송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지은씨의 행동이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큰 용기가 되고 변화의 모멘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안 전 지사의 권력형 성폭력은 사법적으로도 이미 판단이 끝난 사안이지만, 정치 영역에서는 여전히 국면이 한 단계 전환되지 못한 채 이렇게 또 결과적으로 아픈 상처를 헤집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김지은씨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에게 선물한 책과 커피. 사진=심상정 후보 페이스북
지난 21일 김지은씨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에게 선물한 책과 커피. 사진=심상정 후보 페이스북

김지은씨는 “이런 어려운 현실에서 혹시라도 저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분들께도 따뜻하게 온기가 전해질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해서 용기 내어 왔다"며 "후보님이 제 목소리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러 오셨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김지은씨는 “많이 힘들다. 재판 이후에도 계속 2차 가해가 지속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가진 말의 힘이 너무 크다. 일반 시민들에게 굉장히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가해자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성범죄자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까지 그렇게 왜곡하고 조롱하는 발언을 한다면 어느 누가 자신의 피해 사건을 고발하고 끝까지 싸우겠나. 그 용기를 꺾는 발언이었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김건희씨의 발언이) 큰 상처가 됐다”고 했다.

또한 김지은씨는 “여전히 사과해주시기를 바라고 있다. 어찌 보면 사담이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그 발언으로 인해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악플을 달고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공적 위치에 계신 분들이 언행에 신중하면 좋겠다. 본인들의 언행으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받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심 후보는 “사적 대화인데 왜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말은 맞지 않다.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씨는 이미 공적 관심의 영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적 대화라 하더라도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됐고 그것이 현재 광범위한 2차 가해의 씨앗이 되고 있다"며 "김건희씨의 말은 이미 몇 년 전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된 권력형 성범죄 사건에 대해 국민들에게 그 본질을 왜곡하고 있으므로 사과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김지은씨는 “언론사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누군가의 인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만일 피해자 인권에 대한 중요성, 윤리의식이 있었다면 그 부분은 방송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내 2차 가해자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계속 하고 있지만 제가 너무 미약한 사람이다보니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며 "가해자 측에서 거짓 증언을 하고 제게 2차 가해를 했던 이들은 여전히 청와대, 국회, 공공기관의 주요 요직으로 대부분 영전해서 가 있는데 진실을 증언해주신 분들은 사실상 정치권에서 쫓겨나 여러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 이런 일들이 제 사건 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심 후보는 “사건 당시 안희정만 제명시키고 무마할 것이 아니라 민주당 차원에서 어떻게 문제를 성찰하고 재발을 방지할 것인지를 책임있게 대책을 내놓고 추진했어야 하나 그러지 않았다"며 "사건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미룰 수 없는 것은 이것이 권력형 성범죄이기 때문이다. 당시 안희정이 누렸던 권력은 개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당의 것이기도 하므로 이 부분에서 명확하게 당 또한 그 책임의 주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민주당이 그 책임을 제대로 이행했다면 이후 오거돈, 박원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에서 권력형 성범죄와 2차 가해 문제에 있어 원칙을 명확히 하지 않았기에 자꾸 다른 얘기를 하는 분위기가 근절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 역시 너무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김지은씨는 미투가 우리 현실을 바꾸는 용기있는 출발이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며 "김지은씨가 겪은 성폭력은 정치의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다. 피해자가 제대로 사과받고 당시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의미가 다시 한번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지은씨는 “사회적 약자와 여성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심 후보님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려우시겠지만 끝까지 힘내주시면 좋겠다.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며 그 자리를 꿋꿋이 지켜주시면 고맙겠다”고 심 후보에게 응원을 건넸다. 

이날 면담은 심 후보가 먼저 제안해 성사됐으며 장혜영 비서실장과 배복주 부대표가 동행했다. 김지은씨는 심 후보에게 자신의 책 '김지은입니다'와 직접 만든 커피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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