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스웨덴 국방개혁에서 얻는 교훈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스웨덴 국방개혁에서 얻는 교훈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2.01.23 12:15
  • 수정 2022-01-24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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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틀란드=AP/뉴시스] 1월 16일(현지시간) 스웨덴 북부 고틀란드의 비스뷔 부근에서 스웨덴군 고틀란드 연대 병사들이 전차를 타고 순찰하고 있다. 스웨덴군 고위 관계자는 발트해에서 러시아의 군사 활동이 증가해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틀란드=AP/뉴시스] 1월 16일(현지시간) 스웨덴 북부 고틀란드의 비스뷔 부근에서 스웨덴군 고틀란드 연대 병사들이 전차를 타고 순찰하고 있다. 스웨덴군 고위 관계자는 발트해에서 러시아의 군사 활동이 증가해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톡홀름 뉘네스함(Nynäsham) 항구에서 동남쪽 180Km 지점에 위치한 고틀란드섬은 관광도시로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같은 위상을 갖고 있다. 중세 독일 상권인 한사(Hansa) 시대의 중요한 교역로로 성장한 도시로 지금도 중심가 외곽을 감싸고 있는 성곽과 무너진 건물 흔적은 중세시대의 고즈넉한 정취를 머금고 있다.

제주도의 2배나 크지만 인구는 10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 지역이다. 여름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이곳은 몇 년 전 외국 영화배우와 한국의 영화감독이 결혼한 장소로 포뢰(Fårö) 섬이 알려져 유명세를 탔던 곳이기도 하다.

평화로운 이곳에 며칠 전부터 예고도 없이 중무장한 군인들이 시내를 순찰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갑자기 나타난 중무장한 군인들의 모습을 보고 전쟁이 곧 날 것 같은 긴장감으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북유럽의 작은 평화의 섬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왜 그런지 금방 알 수 있다. 고틀란드 섬은 동쪽으로 발틱3국과 바다 사이로 가까이 맞닿아 있고 리투아니아 남쪽국경 지역은 세계2차대전 이후 나치독일이 역사적으로 소유하던 칼리닌그라드가 위치하고 있다. 임마뉴엘 칸트가 태어난 곳으로 유명한 이곳은 독일의 전신인 프러시아의 땅이었으나 2차대전에 패배하고 점령군이었던 소련이 주둔하면서 영토를 빼앗겼다. 칼리닌그라드에는 러시아의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한 박틱함대의 사령부가 위치해 있는 곳이다. 지도를 보면 칼리닌그라드에서 고틀란드섬까지는 직선거리로 250킬로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비행기로 몇 분만에 닿을 수 있어 러시아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침략이 가능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가 냉전시대 때 국경을 침범해 긴장관계가 고조되었던 기록은 수없이 많다. 1983년 당시 소련의 S-363 잠수함이 스웨덴 최대 해군기지인 칼스크로나 외곽 해안에서 좌초해 군사적 긴장관계로 치달은 경험이 있다. 이 잠수함에서 방사선이 탐지가 되어 핵미사일을 탑재했다는 설이 정설이지만 당시 소련은 철저하게 함구함으로써 아직도 베일에 쌓여 있다. 하지만 적국의 잠수함이 스웨덴 최대 해군기지를 염탐하기 위해 접근할 때까지 레이더로 식별하지 못하고 좌초하고 나서야 뚫린 것을 알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당시 정부와 군은 국민의 엄청난 질타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1968년에도 수도인 스톡홀름 외곽의 연안지역에서 미확인 잠수함을 목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소련의 영토침략은 스웨덴의 안보의식에 매우 부정적으로 각인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1983년의 사례는 군사강국인 러시아의 침략가능성으로 인해 극도로 높은 불안감을 유발하고 있다. 2018년에도 잠수함의 일부를 촬영한 사진에 신문에 보도되면서 또 한번 전국에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결국 스웨덴 군정보국이 부인함으로서 잠잠해지는 듯 했다.

적국인 소련이 붕괴되면서 해빙무드와 함께 침략전쟁은 영원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당시의 스웨덴 좌익정당들의 인식에 따라 2004년 고틀란드섬의 군사시설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당시 집권당인 사민당은 녹색당의 압력에 따라 세계평화의 장기적 전망에 따라 전국의 군사시설을 폐쇄하고,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할 것을 추진해 관철시켰다. 장기적 평화 시 전쟁시설유지비용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논리로 국방비를 복지예산으로 전환시켰다. 하지만 이 때의 국방축소 개혁은 스웨덴의 국방능력을 획기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최악의 정책으로 인식되기 시작된 것은 푸틴의 등장과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점령하면서부터였다. 언제든지 러시아가 스웨덴을 침략할지 모른다는 자책성 반성을 하기 시작했지만, 한번 망가진 국방력을 다시 회복하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예산을 필요로 했다.

2018년 다시 고틀란드에 수도방어여단을 배치시킨 후 대공무기와 레이더시설 등 국방시설을 갖추기 시작했다. 패트리엇 중거리 미사일도 미국으로부터 구입한 상태다. 하지만 한번 축소한 국방예산을 다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해 대신 2018-2020 2년 기간 동안 27억 크로네(한화 3500억)을 증액하고, 이후 매년 50억씩 2022년까지 증액한다고 여야 간의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2004년 군사시설의 폐쇄 이전까지의 군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 보다 수십 배 의 예산이 투입돼도 모자른다는 분석이 잇달아 단기간 군 전력의 공백은 현실화된 상황이다.

스웨덴은 사이버 전쟁과 가짜 뉴스에 대비하기 위해 2022년 1월 사이버정보국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의 사이버테러와 거짓정보의 가공에 대비하기 위해서 신설된 기관으로 얼마나 러시아의 침략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엿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전 세계의 시선은 북유럽에 집중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숨을 고르며 긴장감을 놓지 않고 러시아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는 스웨덴의 정부와 군, 그리고 국민을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평화는 만일의 하나 발발할 수 있는 전쟁에 가장 충실하게 대비할 때 지켜지는 것이라는 이이의 말이 이곳에도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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