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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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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 안내판 기둥에 어제는 없었던 새하얀 종이가 여러 장 붙어 있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주부들의 부업으로 요즘 한창 인기라는 '노래방 도우미'를 구한다는 광고다. '노래방 도우미 모집, 룸 매상의 30% 지급'이란 글귀 밑에 일할 사람의 조건이 적혀있는데, 그 조건이 아주 단순해서 '25세에서 35세까지의 여성'이라는 단 한 줄뿐이다.

이번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 게시판에 못 보던 종이 한 장이 붙어 팔락거리며 눈길을 잡아끈다. 국민연금 상담요원과 업무보조요원 모집 광고다. 어떤 일을 하게 되나 하는 호기심에 앞서 나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상담요원은 18세에서 35세까지, 업무보조원은 36세에서 40세까지'다. 광고지에 적힌 나이에 습관처럼 마흔 다섯 내 나이를 견주어 보는 것이 멋쩍어, 돌아서며 혼자 슬며시 웃고 만다.

얼마 전 작은 신문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숫자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남자는 복권(로또 숫자), 여자는 나이라고 응답했다는 기사였다. 나이란 사람이나 동식물이 나서 자란 햇수를 말하는데, 이 나이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먼저 '신체적 나이'는 달력에 의한 것이라고도 하는데,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돼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 때마다 1년씩 늘어난다. '생물학적 나이'는 개인이 어느 정도의 신체적 성숙과 건강 수준을 갖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나이다. 그러니까 신체적 나이가 같다 해도 생물학적인 나이가 젊으면 수명이 더 많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심리적 성숙과 적응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보는 나이인''심리적 나이'도 있다. 흔히 주위에서 신체적 나이는 많아도 심리적으로는 덜 성숙한 사람과 반대로 신체적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보다 성숙한 청소년을 보게 되는데, 바로 이 심리적 나이에서 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나이'는 교육받을 시기, 결혼 적령기, 취업과 은퇴 시기 등 사회규범으로 정해져 있는 나이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자각적 나이'는 스스로 느끼는 나이를 일컫는다. 주관적으로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50세 장년이 스스로를 노인이라 여길 수도 있고, 70대 노인이 50대 장년 수준으로 활동을 지속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한 사람의 나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생일 몇 번 지난 것으로 이야기될 것이 아니며, 신체적·생물학적·심리적·사회적·자각적 나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어찌 보면 무척 복잡하고 심오한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머리가 아프다면 오늘은 일단 간단하게 인생 시계를 한번 그려 보면서 내가 어느 만큼에 와 있는지 알아보면 어떨까. 먼저 12시가 아닌 24시가 다 들어가도록 둥근 시계를 하나 그린다. 피자를 잘라 나누듯 원의 중심을 통과하는 선을 네 개 그어 시계를 여덟 조각으로 나눈다. 평균 수명인 80세가 24시에 오도록 적어 넣으면, 10세는 새벽 3시, 20세는 아침 6시, 30세는 오전 9시, 40세는 정오, 50세는 오후 3시, 60세는 저녁 6시, 70세는 밤 9시에 자리잡을 것이다. 이렇게 적어 넣고 지금의 내 나이를 표시한 후, 그 점을 향하도록 시계 바늘을 그려 넣으면 된다.

마흔다섯인 내 나이는 정확하게 오후 1시 30분이다. 마흔이 넘었으니 이제 후반생(後半生), 찬란한 태양은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대단한 착각이었음이 한 순간에 드러난다. 오후 1시 30분이면 정오를 막 지나 여전히 해가 제일 쨍쨍한 시간이 아니던가…. 내 인생 시계를 들여다보며 어느 만큼의 시간을 지나왔는지 알고, 앞으로 어떤 시간을 살아갈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순전히 내 몫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인생 시계의 바늘은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째깍째깍 쉬지 않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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