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휠체어·유아차 환영’ 새로운 관광시장 온다
‘노인·휠체어·유아차 환영’ 새로운 관광시장 온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01.21 09:03
  • 수정 2022-01-21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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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유니버설디자인대상’ 서비스·정책부문 최우수상
‘유니버설 관광환경 조성사업’ 펼치는 서울관광재단
휠체어를 타고 서울 시내 관광 코스를 체험 중인 서울다누림관광 서포터즈. ⓒ서울관광재단 제공
휠체어를 타고 서울 시내 관광 코스를 체험 중인 서울다누림관광 서포터즈. ⓒ서울관광재단 제공
서울다누림관광센터의 「관광업 종사자 서비스 매뉴얼」(2019) 내용 일부. ⓒ서울다누림관광센터
서울다누림관광센터의 「관광업 종사자 서비스 매뉴얼」(2019) 내용 일부. ⓒ서울다누림관광센터

“노인들이 여행을 얼마나 다니겠어?” 옛말이고 편견이다. 시니어 세대는 관광업계의 떠오르는 큰손이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를 중심으로 여행을 즐기는 중장년층이 늘었다. 소득수준이 비교적 높고 은퇴 후 시간적 여유도 많아 다른 세대보다 쉽게 지갑을 연다. 코로나19 이후 억눌렸던 여행심리가 폭발하면 국내외 시니어 관광 수요도 치솟을 전망이다.

관광 당국도 대비에 나섰다. 특히 서울 대표 관광지들이 문턱을 낮추고 있다. 노인, 장애인, 유아도 경복궁, 서울식물원, 국립현대미술관, 남산타워,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등에 편히 갈 수 있게 됐다. 시각장애인 관광객은 생생한 현장 설명을 들려주는 영상해설사와 동행할 수 있다. 휠체어 이용자는 불편한 대중교통 대신 리프트가 달린 미니밴이나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다.

이런 변화 뒤에 서울관광재단이 있다. 2019년 서울 최초 ‘무장애(Barrier Free) 관광’ 안내센터인 서울다누림센터(서울시 종로구)를 열고, 관광지의 물리적 환경과 접근성을 개선하는 ‘유니버설 관광환경 조성사업’을 펼쳐왔다. 관련 가이드북과 업계 종사자용 서비스 매뉴얼 제작·배포, 인식 개선 사업에도 힘썼다. 그간 3500여 명이 재단이 기획, 제공하는 수도권 투어, 소규모 자유여행 등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이러한 공로로 지난달 제1회 ‘서울유니버설디자인대상’ 서비스 및 정책 부분 최우수상(서울시장상)을 받았다. 2021년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중 유일하게 행정안전부 선정 ‘2020 정부혁신 100대 우수사례’에 올랐다.

(위부터) 국토교통부 「2018년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무장애 관광환경 조성계획 수립 연구」(2019) ⓒ서울다누림관광센터 「관광업 종사자 서비스 매뉴얼」(2019) 캡처
(위부터) 국토교통부 「2018년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무장애 관광환경 조성계획 수립 연구」(2019) ⓒ서울다누림관광센터 「관광업 종사자 서비스 매뉴얼」(2019) 캡처

“우리 누구나 언젠가 관광약자가 되잖아요. ‘누구나 여행하기 편리한 서울’을 만드는 건 약자를 위한 정책일 뿐만 아니라 서울의 관광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입니다.”

2019년부터 이 사업을 맡아 추진해온 이영미 시민관광팀 차장은 “무장애 관광은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서울은 국제 여행객 방문 순위 11위에 오른 인기 관광지다(마스터카드, 2019). 2050년엔 전 세계 인구의 15% 이상이 65세 이상일 거라고 하니(UN)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거대한 관광 수요를 놓친다. 서울시도 ‘유니버설 관광환경 조성사업’을 ‘2019-2023 서울관광 중기 발전계획’의 하나로 포함시켜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왔다.

2050년엔 세계인구 15%가 65세↑
“누구나 언젠가 관광약자 돼...
휠체어·유아차도 편히 여행하는
도시로 만들어야 관광경쟁력 커져”

재단은 관광약자가 기존 단체관광보다 가족, 연인, 친구와 떠나는 소규모 자유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뒀다.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한 9~10인승 미니밴과 버스, 운전기사를 지원해 호평받았다. 서울시민은 제주와 섬 지역을 제외한 어디든지, 타 시도 거주자는 서울 시내 관광지 방문 시 활용할 수 있다. 어딜 갈까 망설여진다면 재단이 추천하는 수도권의 ‘무장애 관광지’를 가볼 수도 있다.

“미니밴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본 분들은 계속 이용하십니다. 거리두기 단계에 맞춰 조금씩 운행해보니 ‘집에만 있었는데 나올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단 수요가 있어도 민간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버스 개조·대여 등에 많은 돈이 드는 데 비해서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예요. 그러니 공공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지요.”

코로나19로 관광이 어려워진 지난해에는 관광약자를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소까지 데려다주고 귀가 서비스도 무료 제공해 호응을 얻었다. 7~10월까지 200여 명이 이용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해변용 휠체어, 보호자가 쉽게 조작할 수 있게 개선한 수·전동 휠체어, 이동식 경사로, 이동식 리프트 등 여행용 보조기기도 빌려준다. 비용·관리 문제로 가정에서 구비하기 어려운 물품들이다. 앞으로도 이런 숨은 수요를 발굴할 계획이다.

서울다누림관광센터는 장애인, 노인 등 관광약자의 여행을 돕고자 9∼10인승 미니밴(휠체어 4석 또는 2석) 차량과 기사를 지원한다. 센터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서울다누림관광센터
서울다누림관광센터는 장애인, 노인 등 관광약자의 여행을 돕고자 9∼10인승 미니밴(휠체어 4석 또는 2석) 차량과 기사를 지원한다. 센터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서울다누림관광센터
서울다누림관광센터의 「관광업 종사자 서비스 매뉴얼」(2019) 내용 일부. ⓒ서울다누림관광센터
서울다누림관광센터의 「관광업 종사자 서비스 매뉴얼」(2019) 내용 일부. ⓒ서울다누림관광센터
2021년 9~10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현대서울모터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현장영상해설 투어. 참가자들이 촉각과 청각, 후각을 활용한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체험하고 있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2021년 9~10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현대서울모터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현장영상해설 투어. 참가자들이 촉각과 청각, 후각을 활용한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체험하고 있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시각장애인이 관광지를 찾거나 공연 등을 관람할 때 옆에서 청각, 촉각 등을 이용해 생생한 해설을 들려주는 현장영상해설사를 양성하고, 남산~창경궁 코스, 1박2일 코스 등 현장해설 포함 투어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지난해 9~10월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전시장에서 시각장애인 투어를 열었다. 참여한 시각장애인들은 기획전시 해설을 듣고 자동차도 시승했다.

숙박시설, 음식점 등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유니버설 관광시설 인증제’ 사업도 2018년부터 펼쳐왔다. 휠체어나 유아차가 드나들 수 있게 문턱을 없애고 경사로와 자동문을 설치하는 등 시설 개선 공사비용을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 매년 약 300개 시설이 참여하고 있다.

‘장애인 사절’ 업소도 있고 건물주의 반대에 가로막히기도 했지만 개선 효과를 본 곳이 적지 않다. 2020~2021년 참여 시설의 40% 이상이 “관광약자 손님이 늘었다”고 답했다. 가게를 옮기면서 먼저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한 곳도 있다. 이 차장은 “코로나19로 관광업계 타격이 큰 시기에도 사업 효과와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 기뻤다”라고 했다.

여전히 휠체어나 유아차가 들어가지도 못하는 관광지와 업소가 많다. 장애인은 대중교통조차 자유로이 이용하기 어렵다. 이 차장은 “관광약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 제도, 행정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 문의가 들어온다. 이 차장은 “서울시보다 일찍 유사 사업을 추진한 지자체도 여럿이었지만 관건은 강한 사업 추진 의지와 지속적 예산·인력 지원이었다. 매년 민간 위탁하거나 보조사업자에 맡기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더라”라고 지적했다.

올해 사업 목표로는 ‘지속적 추진과 효율성 향상’을 뽑았다. 프랜차이즈 카페 등 민간 기업, 타 지자체와의 협업도 늘릴 계획이다. “꾸준히 사업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인식 개선 효과를 봤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 해외 홍보를 재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 많은 분이 일상 속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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