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전 바에서 친구 슈메이커 찔러 징역 10년 선고받아
슈메이커, 후유증으로 휠체 생활하다 41세에 사망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브 베넷(오른쪽)과 수술을 집도한 메릴랜드 의대 바틀리 그리피스 수석외과의사 ⓒUSA TODAY 홈페이지 갈무리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브 베넷(오른쪽)과 수술을 집도한 메릴랜드 의대 바틀리 그리피스 수석외과의사 ⓒUSA TODAY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에서 처음으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34년 전 친구를 흉길로 찔러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전과자로 밝혀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메릴랜드대 의대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넷(57)이 34년 전 22살인 에드워드 슈메이커를 흉기로 9차례나 찔러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1988년 4월 30일 슈메이커(22세)가 바에서 술을 마시며 베넷 씨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베넷이 슈메이커의 등을 여러차례 찔렀다.

그는 재판에서 의도적 살인 기도 등 중범죄 혐의는 벗었으나 폭력과 흉기 은닉·소지 등으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슈메이커는 이후 장애인이 돼 휠체어 생활을 해야 했고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다 2005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2007년 41살에 사망했다.

슈메이커는 19년간 휠체어 생활을 하다 숨졌다고 이 매체들은 전했다.

슈메이커의 누나는 "돼지심장 이식 소식을 보고 획기적인 과학성과라고 생각하다가 환자 이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며 "사람들이 그를 영웅으로 부르는 게 가슴 아프다. 우리 가족에게 그는 결코 영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가족은 수년간 참상과 트라우마로 시달려야 했다"며 "그는 새 심장으로 새 삶의 기회를 얻었지만 내 동생은 그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 심장은 자격 있는 사람에게 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이 범죄를 당한 동생의 치료비 등을 위해 베넷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340만달러(약 40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고 법원도 그에게 계속 지급 명령을 내렸으나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돼지심장을 이식받은 베넷은 수술 7일째인 13일 현재 기대한 것보다 더 좋은 상태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베넷의 몸이 이식된 심장을 거부하는 반응이 나타날 것에 대비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잘 회복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식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는 전날 병원 측이 촬영한 영상에서 "이식된 심장은 새 몸 안에서 행복한 듯 힘차게 박동 치고 있다. 오늘은 다시 말도 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상태"라고 밝혔다.

WP는 범죄 경력자에 대해 장기 이식이나 실험적 치료를 금지하는 법이나 규정은 없고 그런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연방정부와 윤리위원회 등의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누구에게 장기를 이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병원에 폭넓은 재량권이 있으며 종종 약물 오남용 전력 등이 고려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베넷의 이번 수술과 관련한 비용은 얼마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새로운 치료법의 시험 적용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메릴랜드대 병원 측이 전액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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