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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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이 작성한 군인 위문편지가 논란이 되자 “군대엔 위로가 아닌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는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폭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군대의 역사를 끝내기 위해선 군인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개별성을 존중하는 평등한 조직을 만드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문편지에 대한 마녀사냥을 당장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위티는 “위문편지는 위로하지 않는다. 폭력을 재생산할 뿐”이라며 “군인들이 위력적 공간 내에서 납득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폭력적 문화와 노동들에 복무해야 하는 것처럼, 학생위문 편지를 쓰는 것 역시 같은 맥락 속에서 용인되는 폭력”이라고 했다.

위티는 편지를 쓴 재학생들에게 성희롱 댓글이 달리고 개인정보를 유포하는 상황을 두고 “편지의 내용들을 ‘남혐’으로 치부하고, 학생의 성별을 꼬집어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정서는 성차별적인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결국 재학생이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해명한 것은 게시글이 논란이 되는 과정 자체가 ‘불공평하게 남자만 군대를 간다’는 불만으로부터 시작된 명백한 백래시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위문편지를 쓰게 한 학교의 입장문에는 학생들을 향한 성희롱 발언과 신상유포에 대한 방침은 없었다. 학교는 “1961년부터 해마다 이어져 온 행사로 조국의 안전을 희생하는 국군 장병들께 감사하는 활동”이라면서 “일부 부적절한 표현으로 행사의 취지와 의미가 심하게 왜곡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같은 학교 측의 입장에 대해 위티는 “학교가 해야 할 것은 사과가 아니라 인터넷 상의 인신공격, 개인정보유포, 디지털성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해당 사건이 논의되는 과정이 학교와 군대로 하여금 그간 존재해온 폭력적 문화를 성찰하고, 수평적이고 인권을 보장하는 조직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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