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후보는 자주 사람을 놀라게 한다. 검사로서도, 검찰 총장으로서도, 총장직에서 내려와 대선판에 올라선 후보로서도 그의 ‘반지성(反知性) 발언들’은 시민과 유권자를 놀라게 한다. 여성가족부를 ‘재구성’하겠다며 대안적 명칭을 제안한 지 얼마나 됐다고, 지난 주에는 자신의 SNS에 “여성가족부폐지”라 내걸고는 구체적 내용을 묻는 질의에 답을 못해 또 한 번 우리를 놀라게 했다. 필요할 때마다 동원하듯 사진 찍고 인용하면서도, 실상은 그들의 삶에 대해 아는 바 없고, 전혀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이대남’만을 향해 구걸하듯 정연한 논리 없이 벌이는 그의 ‘아무말 대잔치’가 이제는 피곤하다.

대학 4년 내내 인문학을 중심으로 교육하는 세계 유수 대학들의 존재를 모르는 건지, 아니면 철학과 역사, 문학과 예술 등 인문학을 통해 형성할 수 있는 공공선 실현을 위한 논리적 사유가 필요치 않다는 건지, 그는 얼마 전 한 대학에서 인문학 무용론을 설파했다. 이처럼 논리적 사유의 훈련과정을 폄훼한 그는 그 이전에는 인종차별과 함께 육체노동도 비하했었다. 자신의 현존함이 수백 년 이상 인류가 갈고 닦은 인문학적 지성과, 장구한 시간 수많은 사람들이 해낸 힘겨운 육체노동의 결과라는 사실에 눈감은 채, 그가 하려고 하는 정치는 도대체 무엇일까. 머리로 하는 노동은 쓸데없다 하고, 몸으로 하는 노동은 하찮다 하는 사회에서는 어떤 누가 살아갈 수 있을까.

‘건강한’ 페미니즘, 남녀 간 ‘건전한’ 교제를 막는 페미니즘 등의 발언에는 많은 이들이 차라리 실소했다. 기초 지식과 논리를 결여했다는 점 말고도, 대중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뜨거워진 페미니즘에 대해 일말의 호기심, 아니 지적 허영조차 없다는 점에서 그는 이준석 당대표, 하태경 의원과 함께 한국사회의 ‘학벌 좋은’ 반지성의 상징, 그러므로 가장 심각한 모순의 상징이 아닐 수 없다. 여가부 산하기관이 남성을 성범죄의 잠재적 가해자 취급한다며 거짓 주장을 하는 극우 사이트 회원이나 운영자가 아닌 이상, 한때의 검찰 수장으로서도, 민주사회 보수정당의 대선후보로서도 그는 사회적 갈등을 제공하고 ‘낭만적 이성애’를 방해하려는 ‘못된’ 여자들의 소음 정도로 페미니즘을 취급해서는 안 된다. 비난과 저항 속에서 검찰을 비롯한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페미니즘에 기반한 성폭력예방교육을 시행한 지 10년이 되어간다. 그러므로 윤 후보의 페미니즘에 대한 극우 인터넷 밈(meme) 수준의 왜곡은 민주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과 상식을 대하는 법조계 출신 정치가의 반지성에 관한 매우 우려할만한 수준의 현주소다. 어쩌면 그것은 사법고시 합격 이후 더 이상의 공부가 필요치 않을 만큼 ‘어떤’ 법조인들의 삶은 뜬금없는 큰절, “원샷!”, 혹은 “우리가 남이가?”만 할 수 있으면 탄탄대로일 수 있는, 한국 사회의 ‘어떤’ 진실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지를 드러내며 페미니스트를 ‘페미나찌’로 멸칭하는 이들에게 혐오적 밈이나 ‘짤’ 말고, 페미니즘에 관한 어떤 책을 접했는지 묻고 싶다. ‘믿을만한’ 페미니스트 학자나 활동가와 대화한 적은 있는지도 묻고 싶다. 그랬다면 윤석열 후보, 이준석 대표, 하태경 의원 등은 젠더갈등을 조장한다는 본말이 전도된 이유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들먹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윤 후보의 각론 없는 여가부 폐지 주장은 120시간 노동, 식용 개, 전두환 옹호 등과 마찬가지로 논리와 성찰 부재로 일관하는 한국 정치 엘리트의 반지성의 산물이다. 젠더 문제에 관한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탁월한 미러링, “성평등부(여성부)강화”가 답이다.

나임윤경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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