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기사 댓글창 폐쇄 외치며 선플 다는 ‘여혐방역대’
성범죄 기사 댓글창 폐쇄 외치며 선플 다는 ‘여혐방역대’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2.01.13 13:16
  • 수정 2022-01-13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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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익명의 여성주의자들이 모여 결성
인터넷 상 여성혐오 막기 위해 해시태그 운동
여혐방역대 제공
여혐방역대 제공

성범죄 사건을 다룬 기사의 댓글창에는 피해자를 조롱하거나 신상정보를 유포하는 등 ‘2차 가해’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국내 언론사의 포털 기사 댓글창 내 여성혐오를 막기 위한 ‘여혐방역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네이버 기사 댓글창, 유튜브 댓글창에서 선플을 작성하거나 추천·비추천 버튼을 눌러 의견을 피력하면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여혐방역대가 처음 생긴 것은 지난해 9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까지 페미니즘 사상 검증을 하고 낙인을 찍는 등 여성에 대한 위협이 늘어나고, 남초 커뮤니티의 백래시 또한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여성 폭력 사건 기사를 공유해 여성들의 댓글 쓰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 성범죄 기사에 대한 댓글창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터넷 상의 여성혐오를 근절하고 건전하고 성평등한 댓글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여혐방역대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포털 사이트의 성범죄 기사 댓글창을 닫아 달라는 피해자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있었다. 집단 성폭행 및 불법촬영 혐의로 징역 5년형을 받은 가수 정준영의 피해자는 지난해 5월 국민청원을 통해 포털사이트 성범죄 기사 댓글 비활성화를 요청했다. 해당 청원은 당시 5만9428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에서 피해자 A씨는 피해 사실을 밝힌 지 5년 만에 “2016년 사건 당시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악성 댓글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학업도 지속할 수 없었다”며 “더 큰 문제는 피해자가 댓글을 보고 사건 진행을 포기하거나 가해자에게 죄책감을 가지는 등 비이성적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권익위원회는 지난해 5월31일부터 6월13일까지 2주간 남성 5663명, 여성 8296명 등 1만3959명을 대상으로 ‘성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관련 기사의 댓글을 제한하자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조사 결과 남성은 68.9%(3903명), 여성은 86.4%(7168명)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근거로는 △무분별한 악성 댓글로 인한 2차 피해 예방 △피해자 인적사항 유출 방지(신변보호) △익명성 뒤에 숨어 막말하는 사람들 때문 등이 나왔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26일 언론사가 기사 단위로 댓글 창을 차단할 수 있도록 뉴스서비스를 개편했다. 이날 네이버는 공지를 통해 “네이버는 AI 클린봇 등 댓글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했으나 피해를 겪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사건·사고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해 섹션 단위뿐 아니라 개별기사 단위로도 댓글창 제공 여부를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한겨레신문은 성폭력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기사에 대해 댓글창을 닫았다.

해외에서도 댓글창을 폐쇄한 사례가 늘고 있다. 악성댓글로 인해 댓글창이 건전한 공론의 장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영국의 로이터는 2014년 11월 댓글 서비스를 없앴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도 지난 2016년 웹사이트의 댓글 서비스를 폐지했다. 미국의 블룸버그·CNN도 댓글창을 닫았다. 일본의 야후재팬도 지난해 10월19일 댓글란 전체를 폐쇄하는 ‘숨김 기능’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일정 수준을 넘어 기준을 위반하는 댓글이 집중된 경우 AI가 자동으로 댓글란을 숨기고 있다.

여혐방역대는 10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최근 남초 커뮤니티와 일부 렉카 유튜버의 선동으로 여성 혐오와 페미니스트 비하 댓글이 조직적으로 달리면서 사이버 여론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며 “대선, 정치판에도 남초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안티페미스트들이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여혐방역대와의 일문일답.

-왜 댓글 쓰기가 중요한가.

“온라인에서 지속되고 있는 여성 혐오에 관심이 낮은 것에 심각성을 느꼈다. 또 미투 운동 이후성범죄 여성 피해자에 대한 무분별한 2차 가해와 신상 유포가 남성들의 놀이문화처럼 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포털사이트 기사의 댓글창은 읽는 사람들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준다. 현재 안티페미니스트들이 점령한 댓글창은 대중의 인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성주의적인 댓글쓰기를 통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성범죄 기사에 대한 댓글창 폐쇄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나.

“오는 16일 오후 5시 트위터에서 성범죄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성범죄 기사 댓글창 폐지를 요구하는 #2차가해_댓글_철폐 #2차가해_댓글창_폐쇄 해시태그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성범죄 기사의 댓글창을 막는 데 대한 국민 여론은 매우 우호적이다. 관련 요구가 있었음에도 정부나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연예기사에 달리는 악플을 방지하기 위해 댓글창을 막은 선례가 있는 만큼 국회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주길 바란다.”

-인터넷 상 여성혐오가 만들어지는 원인과 해결책은?

“여성을 악마화하고 공격해 남성간 연대를 강화하려는 문화가 만연하다. 그들 사이에서 여성혐오는 일종의 놀이가 됐고, 그 기반에는 기득권 사회에 대한 남성의 불만이 있다. 그러나 정작 그들에게는 대항하거나 호소하지 못하고 약자인 여성에 대한 굴절혐오로 해소하려는 것이다. 해결을 위해서는 여성들이 침묵하길 멈춰야 한다. 많은 여성들이 여성혐오에 오랫동안 노출돼남성들의 혐오를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남성들에게 조롱 당하는 페미니스트와 나는 다르다고 선을 그으며 여성혐오를 방관하고 때로는 가담했다. 이는 여성으로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여성이라는 집단정체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성들 간에 자유로운 발언을 할 기회가 생기면서 달라졌다. 여초 커뮤니티를 통해 여성 간 연대가 생겼으며 이들은 남성들의 여성혐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여성들이 남성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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