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게티이미지 대규모 기획전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
3월 2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937년 1월 1일, 독감이 대유행 중이던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배우 베티 퍼니스 (Betty Furness, 왼쪽)와 스탠리 모건(Stanley Morgan)이 감염 예방을 위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키스신 리허설을 하고 있다. ⓒImagno/Getty Images
1937년 1월 1일, 독감이 대유행 중이던 미국 헐리우드에서 영화배우 베티 퍼니스 (Betty Furness, 왼쪽)와 스탠리 모건(Stanley Morgan)이 감염 예방을 위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키스신 리허설을 하고 있다. ⓒImagno/Getty Images

헐리우드 배우들이 마스크를 쓰고 키스신을 연습한다. 독감 대유행이 극심해 치사율이 10만명당 85.7명에 달하던 1937년 찍은 사진이다. 2022년 요즘 시대상과 다를 바 없어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게티이미지의 세계 최초 대규모 기획전,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가 개막했다. 1995년 설립돼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콘텐츠 아카이브 ‘게티이미지’가 보유한 아날로그·디지털 이미지 약 4억 점 중 3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주제는 ‘연결’이다. 세대와 국적, 성별을 떠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감정을 전달하는 사진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는 △아키비스트의 저장고 △현대르포의 세계 △기록의 시대 △연대의 연대기 △일상으로 초대 총 5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헐튼 아카이브, 픽처포스트 등 출간물 콘텐츠와 슬림 에런스, 버트 하디 등 전설적인 사진작가 컬렉션이 눈에 띈다. 혀를 내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철제 빔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뉴욕의 건설노동자들 등 유명한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게티이미지 소속 종군기자들, 협력 사진작가들의 현대 르포사진도 소개한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리비아 등 분쟁 지역의 참상과 난민들의 힘겨운 일상, 자연재해, 환경 파괴와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을 생생하게 전한다. 월드 프레스 포토, 비자도르 데일리 프레스 등 세계 유수의 보도사진전을 휩쓴 사진가들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 전 현장. ⓒ이세아 기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 전 현장. ⓒ이세아 기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 전 현장. ⓒ이세아 기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 전 현장. ⓒ이세아 기자
절박함으로 분신자살을 시도해 전신 70%에 화상을 입은 헤라트 여성. 미국 프리랜서 사진작가 폴라 브론스타인이 2004년 10월 22일 아프가니스탄 북서부의 도시 헤라트에서 촬영한 사진.  ⓒPaula Bronstein/Getty Images
절박함으로 분신자살을 시도해 전신 70%에 화상을 입은 헤라트 여성. 미국 프리랜서 사진작가 폴라 브론스타인이 2004년 10월 22일 아프가니스탄 북서부의 도시 헤라트에서 촬영한 사진. ⓒPaula Bronstein/Getty Images

여성 사진가들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보스턴 출신의 사진기자 폴라 브론스타인이 찍은 2004년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분신자살을 시도해 몸의 70%에 심한 화상을 입은 18세 소녀 마수마는 그의 카메라 앞에서 손에 생긴 흉터를 보여주고 있다. 마수마는 당시 약혼자가 있었고 자살 시도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현지 의료진은 그해 7월까지 80건이 넘는 분신 신고가 접수됐다고 했다. 전시 기획팀은 “보수적인 이슬람법과 남성 중심의 아프간 사회에서 여성의 종속적인 위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강제 결혼, 가정폭력, 빈곤, 교육 기회 박탈 등이 여성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로시아 랭이 찍은 ‘이주노동자 어머니’(1936년작)은 미국 사회를 강타한 대공황 위기를 잘 보여주는 사진으로 꼽힌다. 1929년 대공황 여파로 농산물 가격이 급락하자, 먹고 살기 위해 서부로 간 농민들은 텐트에서 생활하며 음식을 구하려 트럭 타이어를 내다 팔 만큼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랭은 1936년 3월 캘리포니아 니포모 인근 한 이주민 캠프에서 만난 32세 여성 플로랜스 톰슨과 아이 7명을 필름에 담았다. 희망을 잃은 듯 먼 곳을 바라보는 어머니. 수줍은 듯 엄마 뒤로 숨은 아이들의 사진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신문을 통해 발표됐고, 뉴딜 정책에 반대하던 여론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20세기 가장 주목할 만한 사회 다큐멘터리 사진 중 하나로 꼽힌다.

도로시아 랭, 이주노동자 어머니(Migrant Mother), 1936.1.1 ⓒCORBIS/Corbis via Getty Images
도로시아 랭, 이주노동자 어머니(Migrant Mother), 1936.1.1 ⓒCORBIS/Corbis via Getty Images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 전 현장. ⓒ이세아 기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 전 현장. ⓒ이세아 기자

1관과 2관을 연결하는 공간에서는 높은 층고를 활용, ‘게티이미지’ 워터마크로 연출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게티이미지만의 아카이빙 방식과 아날로그 사진 복원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워터마크 레터 프레스기 체험, 어린이를 위한 체험형 아트 클래스, 성인 대상 소규모 프리미엄 도슨트, 세계적 사진가들의 특강 등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3월 2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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