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지예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신지예 국민의힘새시대준비위원회수석 부위원장 ⓒ홍수형 기자
신지예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홍수형 기자

신지예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회의에 합류하자, 여성단체와 진보진영은 “변절자”라 비난했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영입 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페미니즘 정치, 녹색정치를 표방하며 “양당체제를 넘어 제3지대 문을 열겠다”던 정치인이 돌연 ‘변신’한 까닭은 무엇일까. 신 부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려와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재창출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에 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 부위원장은 “진보정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배신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은 모두 민주당 출신 성폭력 정치인들”이며 “진보적 가치를 내세운 이들이 오히려 페미니즘을 배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신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새시대준비위에 합류한 계기는 무엇인가.

“몇 주 전 처음 합류 제안을 받았다. 새시대준비위는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입당하진 않지만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도, 진보가 모이는 외곽조직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몇 차례 거절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합류를 결정했다. 결국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싸움이라면 이재명으로의 정권 재창출을 막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이나 진보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더라도 정권 교체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결정했다.”

-합류 결정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일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주효했다. 대선이 코앞인데 선택지가 없다는 점과 제3지대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했지만 결국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합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윤 후보를 직접 만났을 때 여성폭력을 해결하고 가정폭력, 여성폭력, 성폭력에 강력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직접 만나서 약속을 받고 싶다고 해서 만든 자리였다. 그때 대통령의 지위에 올라가면 초심을 잃기 마련인데, 윤 후보는 초심을 지키겠다는 약속도 했다.”

-지금 새시대위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새시대위에 합류한 분 가운데 90% 이상이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다. 중도, 진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정권 교체를 위해 모였다. 저는 수석부위원장으로서 기획회의에 참여해 전방위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 여성정책뿐 아니라 콘텐츠 발행에도 의견을 내고 검토한다.”

-합류가 알려진 뒤 여러 의견과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논란을 예상했나.

“어느 정도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엄청난 주목을 받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서 가부장정치의 산실인 국민의힘에 합류했다는 비판, 소속 조직과 논의 없이 결정한 것은 공동 노력을 사유화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는데.

“조직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고 갔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운영위원들에게는 합류하기 전 개인적으로 알렸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돌아올 수 없을 거다’라는 우려를 듣기도 했다. 저는 페미니즘이 진보나 보수의 영혼을 가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보정당이라고 했던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 모두 민주당 출신 성폭력 정치인들이다. 페미니즘에 대해 무시로 일관하다가 페미니즘을 표방한 정치인이 ‘이번에는 진보 후보자를 지지하지 못하겠다’는 선언을 배신이라고 부를 만한 것인지 묻고 싶다. 페미니즘은 좌의 문제도, 우의 문제도 아닌데 오히려 진보진영은 이 철학을 사유화시켜왔다. 그리고 민주당이 여성,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에게 선택지는 마치 민주당이나 정의당밖에 없는 것처럼 만들었다. 그것은 여성 유권자를 볼모로 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환영식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환영식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지자들과 공동 노력으로 일군 성과를 사유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러 비판은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 걸까. 페미니즘이 민주당에서 꽃 피우는 게 페미니즘이 향할 곳일까. 저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기만적인 성폭력 행태를 잘 드러내는 것이 페미니즘 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폭력을 저지르면 우리는 용납하지 않겠다라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그들이 권력을 이어받고 2차 가해자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계속 보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의라고 볼 수 없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전 민주당의 기만적인 행태를 저격하고 더 이상의 성폭력 정치를 지켜볼 수 없다고 외치기 위해 새시대위에 들어온 것이다. 페미니즘 가치나 진보적 가치를 버린 것도 아니다.”

-얼마 전까지 거대 양당 체제를 비판하며 제3지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시대위 합류는 그간 행보와 배치되는 것 아닌가.

“지난 10월 대선전환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안철수‧심삼정 연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양당 구조를 다자구조로 만들기 위해서이고, 안‧심연대로 양당 정치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현이 불가능해진 시점이 왔다. 적어도 12월 24일까지는 룰을 완성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책공조가 아닌 단일화를 위한 토론회나 여론조사 같은 구체적 방안이 정해졌어야 했는데 두 후보의 뜻이 같지 않아 연대를 완성할 수 없었다. 윤 후보 지지 선언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윤석열 후보가 “여성폭력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해 합류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책과 방향이 안 보인다. 오히려 성폭력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을 내놨다. 여성폭력 관련 공약은 이재명 후보가 더 구체적이지 않나.

“이재명 후보가 정책을 내고, 미사여구를 잘 쓰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 후보의 공약은 180석을 가진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2년 대선 공약이었던 차별금지법은 미루고 있고 스토킹처벌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누더기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진보의 탈을 쓰고 있지, 정책적 의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거짓말 하지 않고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며 수정할 용의가 있는 사람이 차라리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됐다. 적어도 윤석열 후보는 지금까지 알고 있기로는 내부 성폭력 문제에 대해 침묵한 일이 없다. 곧 기대만한 공약도 나올 거다.”

-부위원장으로서 이것만큼은 꼭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정책은.

“N번방 방지법 관련해 범죄자와 유포 플랫폼에 대한 강력처벌과 성폭력, 가정폭력 범죄자에 대한 형량 강화는 꼭 하고 싶다.”

-윤 후보가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윤 후보는 검사 출신으로서 ‘범죄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지도 뚜렷하다. 적어도 범죄에 대한 감수성은 있다.” 

-윤 후보가 부위원장 영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당원들을 선대위 청년본부 산하의 양성평등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다. 이준석 대표는 ‘기본방침을 위배하면 제지한다’고도 했는데.

“후보가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를 모두 다 듣겠다라는 의지가 강하다. (양성평등특위 위원 임명도) 그런 뜻에서 한 결정인 것 같다. 이준석 대표는 김한길 새시대위 위원장을 통해 제가 영입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김 위원장에게 ‘재밌겠다’며 웃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저는 국민의힘이 아닌 새시대준비위에 들어간 것이고, 페미니즘을 가르치러 온 것도 아니다. 국민의힘이 아닌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온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와 대립점을 가질 이유도, 필요도 없다.”

신지예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홍수형 기자
신지예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홍수형 기자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윤 후보는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대선 후보이지 않나.

“일단 윤 후보는 국민의힘에서 성장한 후보는 아니다. 본인이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이 짧다. 대선 출마를 위해 국민의힘에 들어왔고 후보로 선출됐지만, 윤 후보의 정치에 대한 관점은 거기에 갇혀 있지 않다. 훨씬 더 크고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보수 대통령, 진보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라 국민 대통령을 뽑는 일이기 때문에 외연을 확장해야 할 필요도 있다.

-새시대준비위의 목표는 정권 교체와 정권 교체 너머에 있는 세상이라고 했다. 정권 교체로 무엇이 바뀔 수 있나고 보나.

“적어도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해놓은 패악질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성폭력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부동산 문제도 그렇다. 부동산 값 폭등으로 청년은 갈 데가 없고 서울에 집 한 채 있는 사람들도 집 팔아서 갈 데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코로나19 대응도 부족하고 백신 패스도 억압적 방법으로 작동하고 있다. 윤 후보는 다양한 문제에 관심이 많고 그걸 총체적으로 정책화시켜 나가고 있다. 1월부터 순차적으로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 후보가 제시하는 새 시대와 부위원장이 그리는 세상이 일치하나.

“완전히 같진 않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과 100% 같은 생각을 가진 대선후보를 찾을 수 있겠나. 저는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사태로 180석을 얻었고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막지 못하면 지방선거에서도 권력 불균형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 지금 균형추가 기울어진다면 언제 다시 맞출 수 있을지 모른다. 이재명 후보가 최근 공개한 ‘나를 위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보며 이재명 후보답다고 생각했다. 나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당선 되기 위해서라면 대장동 관련자가 몇 명씩 죽어도 ‘모른다’고 해도 되고, 당선될 수만 있다면 내 아들이 성매매 의혹이 있어도 남의 문제라고 넘겨버릴 수 있는 탈준법 정신이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을 좀먹고 있는 것 같다.”

-윤 후보가 2030 여성표에 대한 기대로 신 부위원장을 영입했다는 시선도 있는데.

“제가 표를 갖고 온다고 한다면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이 맞았을 것이다. 윤석열 후보와 김한길 위원장의 생각은 다양성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윤 후보는 자신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테이블에 함께 앉아야 민주주의가 더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지율로 계산해 사람을 데려오기 보다는 다양한 관점을 자신의 정치에 녹여내고, 앞으로 윤 후보가 만들어갈 정부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듣고자 하는 열망이 담긴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이 이미 무너져버렸다고 생각한다. 87년 이후에 만들어진 진보는 도덕적으로 파산해버렸다고 본다. 새롭게 프레임을 만들 때가 됐다. 그것은 다른 선택을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 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진 않았지만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그런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고 거기에 힘을 실어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제 역할은 이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문을 여는 사람, 송곳만한 구멍을 뚫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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