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왜곡된 역사관 기반한 내용이라 해도
국민들이 맹목적으로 수용하리라 보기 어렵다”
법원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JTBC 드라마 ‘설강화’ 상영을 금지해 달라는 시민단체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29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는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이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며 낸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드라마 내용이 세계시민선언을 직접적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은 이상, 드라마 방영 등으로 단체의 인격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드라마 내용이 단체 측 주장처럼 왜곡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그 내용을 맹목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8일 첫 방송한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대생 영로(지수)와 부상을 입고 여대 기숙사에 숨은 수호(정해인)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간첩인 수호를 대학원생으로 착각한 영로 등 학생들이 국가안전기획부 요원에게 쫓기던 그를 숨겨 주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러한 설정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민주화 운동 당시 간첩으로 몰려 희생된 운동권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독재 정권 논리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설강화 방영 중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9일 오후 6시 기준 35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JTBC 측은 기우라고 반박했다.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대부분 오해가 해소될 것”이라며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억압받는 비정상적인 시대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라고 덧붙였다. 또 “회차별 방송에 앞서 많은 줄거리를 밝힐 수 없는 것에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창작의 자유’를 옹호하며 JTBC 입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