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달라져야 할 것들]
‘낙태죄’ 폐지 이후 입법 공백 메워야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 대책 시급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2021년 3월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신중지의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을 요구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2021년 3월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신중지의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을 요구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대한민국에서 임신중지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낙태죄’ 관련 형법 조항은 2021년부터 효력을 잃었다. 낙태죄로 부당하게 처벌받은 여성이 복권되기도 했다. 법무부는 ‘낙태죄’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아 집행유예에 처해진 여성 1명을 신년 특별사면에 포함해 2021년 12월 31일자로 복권했다고 밝혔다. 복권이란 이미 형의 집행이 완료된 자에 대해 형의 언도로 상실 또는 정지된 자격을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할 보건의료체계 준비는 느리기만 하다.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논의도 더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피임·임신중지 건강보험 확대’를 공약했을 뿐 다른 대선주자들은 조용하다. 국회도 무심하다. 21대 국회 들어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 등이 ‘낙태죄 전면 폐지’ 법안을 발의했으나 1년 넘게 소관 상임위에 머물러 있다.

2022년에도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이 마주하는 것은 혼란스러운 의료 현장이다. 임신중지 비용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고, 관련 진료를 거부하는 병원도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유산유도제 미프진은 국내 허가 문턱을 여태 못 넘었다. 많은 여성이 제대로 된 상담이나 지원도 못 받고 암시장에서 파는 정체 모를 약에 의존하는 현실이다.

2022년엔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는 물론, 여성의 생애주기에 맞는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구체적으로는 △안전한 임신중지 약물 조속히 도입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의료인의 임신중지 진료 선택권 보장 △배우자 동의 없이도 임신중지 가능 △여성 청소년에 월경용품 보편 지원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지원 확대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주자들의 관련 정책 논의·토론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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