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초대석/ 양주석 (주)유니메딕스 회장

실천 중시, 사훈도 ‘아름다운 도전’
11남매지만 외롭게 커, 자립심 강해
무역 전공 살려 의료기기 수입 나서
멀티픽스· 마취심도측정기로 우뚝
국내 1위· 글로벌 의료기업체 목표

양주석 회장

‘생각하는 즉시 실천한다.’ 양주석(59) (주)유니메딕스 회장이 털어놓는 자신의 특징적 장단점이다. 빠른 실행력 덕에 성공하는 일도 많지만 시행착오도 적지 않다는 것. 그래도 그는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하자’를 생활철학이자 경영지침으로 꼽는다. 유니메딕스의 사훈 역시 ‘아름다운 도전’이다. 무슨 일이든 대들어봐야 성과가 나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배우는 게 있다는 생각이다.

양 회장은 11남매(6남5녀)의 10번째로 태어났다. “형제가 많았지만 위 아래가 누나와 여동생 이었던 데다 둘 다 일찍 미국에 가는 바람에 중고등학교 시절 주로 혼자 지냈어요. 덕분에 독립심이 생겼지요.” 대학에선 무역학을 전공했다. 1986년 병장 제대 후 관세사 사무소에 다니다가 마취기기 회사인 로열메디컬에 입사해 서울로 올라왔다.

수출입 담당 3년. 우리 나이 서른이던 1991년 수술실 제품 등을 직접 수입하기로 하고 직원 한 명과 ‘월드메디컬’을 설립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 열리는 의료기기 전시회를 찾아 국내에 필요한 제품을 수입, 판매했다. 밤낮 없이 열심히 뛴 결과 사업은 순조로왔다.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진 건 2000년. “운동 중 허리가 아파 치료 차 갔던 병원에서 뭘 어떻게 잘못 했는지 중추신경 10번 이하가 마비됐다는 판정을 받았어요. 6개월동안 누워 있던 끝에 겨우 휠체어에 앉게 됐지요. 병원에선 앞으로도 걷긴 힘들 거라더군요. 눈앞이 캄캄했어요. 나야 그동안 웬만큼 벌었으니 살 순 있겠지만 회사는. 또 직원들은 어떻게 하나 싶었어요,”

봉급쟁이 5년만에 의료기기 유통

그는 절망하고 좌절하는 대신 방향을 틀었다. 수입하는 대신 국산품을 만들자. 수입에 의존하는 유통은 부침이 심하다. 국내 수요가 많아지면 본사가 직접 진출하는 일이 다반사다. 게다가 직접 뛰지 않으면 안된다. 이 참에 제조업을 해보자. 제조업은 휠체어를 타고도 할 수 있다. 틈새시장을 개척해보자. 그는 결론을 내린 즉시 실행에 옮겼다.

월드메디컬을 계속 운영하는 한편 수입품을 대체할 수 있는 품목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개발해낸 것이 ‘멀티픽스’였다. 멀티픽스는 링거를 맞을 때 바늘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밴드다. “구로디지탈단지 마리오타워에서 만들었어요. 건강은 조금씩 나아졌지만 자금은 부족하고 애써 개발한 제품은 퀄리티가 낮았지요. 기껏 만든 제품 수만 개를 폐기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주저앉을 수 없어 연구개발에 전념했어요.”

죽자고 매달려서 기존의 면 반창고와 달리 감염 걱정 없는 멀티픽스를 출시했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내놓은 멀티픽스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반창고의 '명품'으로 불리면서 의료 선진국에서도 찾는 제품이 됐다. 기존 제품을 보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하면서 '멀티픽스' 관련 특허만 49개를 보유했다.

멀티픽스가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하던 2005년, 고품질 의료기기 제조회사인 (주)유니메딕스를 설립했다. “어떻게든 직립보행을 하고 싶었어요. 고통을 무릎쓰고 재활운동에 매달렸지요. 친구들 도움도 컸어요. 제 의욕을 북돋우겠다며 휠체어에 태운 채로 골프장에 데려갔어요. 자극을 받으라는 거였죠. 간절함 덕분이었는지 한 발 두 발 디딜 수 있게 되고 지팡이를 짚고 걸을 만큼 나아졌어요. 요즘엔 다소 불편해도 지팡이 없이 다닐 정도로 회복했구요.”

 

마취심도 측정장비 개발, 수출도

유니메딕스의 목표는 뚜렷했다. 국내 수요를 충당하는 건 물론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만들자는 것. 2011년 스페인 퀀텀메디컬과 공동 연구개발을 시작하는 한편, 2012년엔 대구경북첨단산업복합단지 입주 계약을 체결했다. 부지는 조성원가 50%에 공급하고, 지역 복합단지 입주 기업 제품을 지역 의료계에서 구매해주는 조건이었다.

2014년 8월 마침내 ‘마취심도 모니터링 장비 ADMS를 개발했다. ADMS는 마취 중 환자의 각성 정도를 수치화할 수 있는 기기다. 프로포폴의 경우 보통 10cc 정도 투여하지만 사람에 따라 반응이 천차만별이어서 누구는 같은 양에도 마취가 제대로 안되는가 하면 누구는 과다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일반양을 투여해도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마취심도 모니터링 장비는 뇌파를 통해 환자 상태를 0에서 99까지 수치화한 다음 20 이상이면 깊은 마취 상태, 40~60은 일반 마취 상태, 70이상이면 각성 상태로 본다. 각성 상태는 고통을 느끼지만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로 환자에겐 최악이다. 모니터링 장비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유니메딕스가 세계 네 번째였다. 수입제품이 독점하던 시장에 최초로 국산품을 출시한 셈이다.

2015년 8월엔 ‘페인스톱’을 개발했다. 페인스톱은 수술 후 통증관리를 해주는 기기다. 수술 환자가 통증에 시달리면 기계가 자동으로 약물을 주입, 통증을 완화해주는 것이다. 2016년엔 마취심도장비(ADMS)의 CE인증(안전· 건강· 환경 및 소비자 보호 관련 통합규격인증마크, 유럽연합 시장 판매조건)을 완료했다. 2018년엔 페인스톱 CE인증도 받았다.

양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는 유니메딕스, 월드메디칼, 유니메디케어 등 3곳. “전세계에 판매되는 제품 출시가 목표에요. 그러기 위해 대구에 자체 R&D센타를 두고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매년 1~2개의 신제품을 내놓죠. 올해 인공중이 상용화를 목표로 현재 시험 중이에요. 중이 뼈에 보청기를 심는 것으로 일종의 임플란트 보청기라고 할 수 있어요. 기존 보청기와 달리 주위의 시끄러운 잡음은 없애고 원하는 소리만 선명하게 듣게 해주는 게 특징이에요.”

임플란트 보청기 개발, 연내 시판 예정

환갑 이전에 세계 각국에서 판매되는 글로벌 아이템을 내놓는 게 목표라는 양 회장이 말하는 애로사항은 건강보험 급여와 관련된 사항. 급여, 비급여. 산정불가로 나눠지는 보험급여 판정에서 산정불가로 나오면 기껏 들인 개발비조차 건질 수 없다는 것. 급여의 경우에도 보험가가 너무 낮게 판정되면 수익이 불가능해 다음 제품을 개발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양 회장은 그래도 “의료기기는 제품 종류가 워낙 다양해 대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블루오션”이라며 지금도 제품만 좋으면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니메딕스가 현재 수출 중인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을 넘어 전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것도 의료기기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기 때문이라고.

맨손으로 상경해 연매출 300억 원대 기업을 일군 '자수성가형 CEO' 양주석 회장의 인사관리원칙은 인성 우선주의다. 채용은 물론 승진 때도 이기적이지 않고, 배려심 있고, 소통이 잘 되는 사람에게 가점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또 “누구나 꿈 꾸고, 소통할 줄 알고, 부지런하면 성공스토리가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모교인 금호고등학교 출신 기업인으로 구성된 금호고경제인협회 회장을 맡아 후배 경영인의 멘토를 자처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양 회장은 매년 사랑의열매에 기부하는 등 사회 공헌에도 열심이다. 변하지 않는 꿈은 ‘국내 의료기기 업계 1위이자 전세계에 수출하는 글로벌 업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현재 마취과와 응급의학과 위주인 유니메딕스 제품을 종합병원 전 과로 확대하려 한다.

“맨손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세계적인 제품이라고 못 만들겠어요. 해봐야죠. 병원에선 영원히 걷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걷잖아요. 휠체어에서 일어설 때의 고통과 의지라면 뭔들 못하겠어요.” 자수성가한 사업가의 각오와 다짐은 단단하고 힘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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