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오기 전 우리 마을에서는 주말마다 장이 섰다.

주민들은 손수 지은 농산물을 갖고 나와 팔고 장터국밥도 끓이고 참 분위기 좋았다.

장에 나오시는 분들 대부분 고령이지만 그 중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장날마다 빠짐없이 나오시는 어르신 한 분,

팔십이 넘으신 나이에 오래 전 풍울 맞아 몸의 한 쪽은 못쓰시는 불편한 몸이다.

그래도 철따라 감자 고추 깨 고구마 오이 가지 등 손수 농사를 짓고

장날이면 어김없이 본인이 수확한 농산물을 깨끗이 다듬어 갖고 나와 장을 벌이신다.

시골의 작은 장이지만 재래시장조차 수입산이 판치는 현실이라

농사꾼이 직접 지은 농산물이란 메리트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쏠쏠히 팔린다.

그런데 몸 불편한 어르신을 장날마다 보살피는 젊은이 한 사람이 있다.

이른 아침 어르신을 모시고 차가 장터로 들어선다.

차에서 어르신을 부축해 내려드리고 그이는 차 트렁크를 열고 바리바리 농산물이 든 자루를 챙긴다.

“엄마, 이거 여기다 놓을까?”

“아니 그놈은 저쪽에…”

“감자는 여기다 논다.”

“그래 그래.” “이거 한 겹만 입고 온 거야? 은근 추운데… 집에 가서 겉옷 하나 더 갖고 올게.”

“아녀, 여기 껴입을 거 하나 더 가지고 왔어. 안추워.”

엄마와 딸의 대화 같은데 사실은 며느리다. 점심때면 노인네 제대로 드셨는지 챙기러 나오고 파장 무렵이면 미리 나와 남은 것들 챙기고 어머니 모시고 집으로 간다.

이런 며느리를 동네분들 칭찬 안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개 어멈, 심성이 참 착해. 요새 그런 며느리가 어디 있어.”

“시시때때로 정성스레 엄니 모시고 병원엘 다니는 거 보고 참 잘한다 늘 생각했지.”

“시아배 살았을 때는 두 노인데 번갈아 병원 모시고 다니느라고 힘들었을 게야.”

“그래도 시부모에게 한결 같이 하는 거 보면 친 딸 같어….”

그런데 얼마 전 그 며느리의 인스타에 올려진 사진을 한 장 보고 가슴이 찡~

제목은 <엄마가 주신 금 일봉 봉투와 편지>

우리 며느리 너무 많이 고마워사랑한다 사랑한다너무 고마워서 절이라도 하고 싶다고마워우리 며느리 너무 고마워 사랑한다우리 며느리 너무 고마워오래오래 행복하여라000(며느리 이름)
우리 며느리 너무 많이 고마워/ 사랑한다 사랑한다/ 너무 고마워서 절이라도 하고 싶다/ 고마워/ 우리 며느리 너무 고마워 사랑한다/ 우리 며느리 너무 고마워/ 오래오래 행복하여라/ 000(며느리 이름) ⓒ박효신 작가

글씨 쓸 줄 모르신다며 평소 연습하시는 엄니...
아들 며느리 딸 사위에게 때마다 편지와 함께 두툼한 용돈을 주신다.
더구나 난 늘 특별대우… ㅋㅋ
감사합니다~~~
좀 더 긴 시간 함께 하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댓글이 달렸다.
“진심이 담겨 있네요. 감동~”
“저도 늘 감동입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인데 시어머니께 들으니 좋으시겠어요.
한 자 한 자 노력하면서 쓰신게 넘 멋지네요. 할머니 짱!“
“표현 잘 하시는 편이셔요. 어떤 자식이던 통화 끝엔 늘 ‘고마워…’ 하시지…”

그래, 사랑을 가득 품고 계시는 시어머니, 그 곁에 심성 고운 며느리…
이 가족의 아름다운 모습 오래 오래 보고 싶다. 

박효신<br>
박효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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