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독립운동가열전』 발간
신영숙, 강영심, 김수자, 정현주 지음

『부부독립운동가열전』 여성역사미래 펴냄
『부부독립운동가열전』 여성역사미래 펴냄

『부부독립운동가열전』이 (사)역사여성미래 총서 3으로 출간됐다. 이번 도서 출간은 한국출판문화사업진흥원의 ‘길 위의 인문학 인문교육콘텐츠 개발 지원’ 사업 2년차 연구 결과물로 여러 가지 의미가 크다. 그동안 (사)역사‧여성‧미래에서 뜻을 같이 한 연구자들이 힘을 모아 작업한 성과물이다.

2021년 10월 현재 서훈 받은 독립유공자는 총 1만6,932명으로 이 중 여성은 540명(3.2%)이다. 이 책은 3.1운동 10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독립운동 여성서훈자의 비중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적고 등급 역시 매우 낮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문제를 푸는 시작을 부부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해보고, 다시 해석해 보는 것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항일독립운동에서 여성들의 역할과 활동을 새롭게 보고, 그 의미를 재정립하고자 했다.

항일독립운동은 지금까지 남성의 영역으로 인식됐다. 항일투쟁은 1910년 일제의 강제 병합 이전 의병운동, 국채보상운동 등을 거쳐 1919년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민족항일운동, 만주와 러시아 등지에서의 무장투쟁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독립운동이 전개되는 곳에는 언제나 여성들도 그곳에 있었다. 때로는 남성들과 함께 총을 들고, 또 때로는 투쟁이 벌어지는 뒤에서 함께 했다. 부부로, 연인으로, 동지로, 가족으로 항상 같이 했다.

2021년 11월 현재 부부독립운동가는 총 69부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는 일차적으로 15쌍의 부부독립운동가를 소개했다. 독립운동을 ‘살린’ 부부, 임시정부에 참여한 부부, 의열 활동에 나선 부부, 사회주의 독립운동 노선을 걸은 부부독립운동가 등이 그들이다.

부부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많이 보이는 시기는 3.1운동을 전후한 시기였다. 1920년대 여성들의 활동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국내의 여성단체 활동, 그리고 국외 지역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임정 또는 의열 활동에 나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임정의 지도자와 운동가들을 돌보고 보살피는 일, 즉 ‘살림’이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임정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웠을 만큼 이들의 ‘살림’은 중요했다. 먹고 입어야 살아남고, 항일투쟁도, ‘미래’도 기약할 수 있지 않은가. 이는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의용대 등 무장 투쟁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의용대 여성대원들은 군량미 조달에서부터 군복 제조, 그리고 독립운동가 은닉과 간호 간병, 의용대 모병을 위한 선전, 선동 활동 등 여성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의용대도 쉽게 무너졌을 수 있다. 더욱이 기본적으로 독립운동을 위한 모금 활동, 항일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선전과 위무 활동 등도 모두 직접적인 활동 이상의 중요한 후방 투쟁이었음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독립운동가 부부는 누구인가? 독립운동을 ‘살린’ 여성으로 이은숙과 이회영, 이혜련과 도산 안창호, 박자혜와 신채호, 김락과 이중업을 들었으며, 임시정부에서 부부가 함께 독립운동에 참여한 부부 독립운동가로 김순애와 김규식, 정정화와 김의한, 연미당과 엄항섭, 최선화와 양우조가 있으며, 의열활동을 함께한 부부로 박차정과 김원봉, 이화림과 이집중, 오광심과 김학규, 민영주와 김준엽부부, 그리고 사회주의 독립운동 노선을 함께 걸은 독립운동가 부부로 허정숙과 임원근, 박원희와 김사국, 김원경과 최창식 부부를 다뤘다.

이상의 15부부가 활동한 내용은 시기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널리 알려진 독립운동가도 있으나 일반이 잘 모르는 독립운동가도 있다. 모두가 항일독립운동에 헌신함으로써 하루라도 빨리 민족의 독립국가 건설에 이바지하고자 하였다.

이들 중 여성독립운동가들은 독립운동가의 가족을 살리고, 민족을 살리는 실천적 활동을 내내 담당했다. 독립운동가들의 어머니, 딸, 며느리, 아내 모두가 바로 이들이었다. 여성항일독립운동에 대한 이같은 재조명, 재해석은 여성사 인식의 확장에도 기여할 것이며, 한국 사회 젠더 문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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