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정치 선 넘기] 국민의힘으로 향한 신지예와 우리가 물어야 하는 것
[2030 정치 선 넘기] 국민의힘으로 향한 신지예와 우리가 물어야 하는 것
  • 신민주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 저자
  • 승인 2022.01.01 14:01
  • 수정 2022-01-01 14: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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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신지예 수석부위원장 영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신지예 수석부위원장 영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였던 신지예가 윤석열 후보의 새시대 위원회에 합류했다는 기사가 떴을 때, 나는 그 기사가 오보일 것이라 믿었다. 그가 일주일 전만 해도 'n번방 방지법'에 '검열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비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의 입장문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애석하게도 뉴스는 오보가 아니었다.

'가짜 미투' 방지를 위해 무고죄 강화를 외치고, ‘저출산’의 원인을 페미니즘이라 이야기하고, 'n번방 방지법'에 대해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의 대상이 된다"는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윤석열 후보가 돌연 페미니스트가 되었을 리 없다. 오히려 윤 후보 측은 상징적 인물을 앉혀놓는 것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효과에 대해 더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혹은 최근의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값싼 계산을 했을지도 모른다. 윤 후보는 신지예의 메시지가 아니라 이미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벌써 신지예에 대한 소식을 “페미니즘의 실패” 따위로 말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을 본다. 그 모나고 못난 마음들을 보며 왜 내가 꽤나 좋아했던 정치인들이 내가 도저히 지지할 수 없는 대선 후보와 함께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는지 또 한 번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에는 나 또한 고민했던 불편한 진실들이 있었다.

나는 그의 결정에 결단코 동의할 수 없지만, 그의 모든 시간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가 그 이전에 했던 일들이 단순히 ‘쇼’ 였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후적 평가가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매 순간마다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건 사실이다. 한 꼬집 밖에 존재하지 않는 젊은 여성 정치인들도 그렇겠지만, 한 시대의 페미니즘 아이콘이 된 그는 아마 엄청난 대표성을 몸에 지닌 채 살아야 했을 것이다. 그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괴로운 일이기도 했을 것이다.

다른 게임판의 말이 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게임판을 여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다. 그런데 젊은 여성이 페미니즘이라는 지향을 하고 판을 까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신지예는 동년배 페미니스트들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임에도 매 선거 때마다 빚을 져야 했다. 그것은 젊은 여성 정치인들이 서 있는 척박한 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도 한 번 정도는 이미 길을 닦아놓고 밀어주고 끌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소속되어있던 정당을 나간 후 그가 서 있던 땅은 더욱 척박해졌으니까.

그는 그 길의 끝에 판을 까는 일을 멈추고 만들어져있는 게임판으로 향했다. 안타깝게도 처음 일어난 일은 아니다. 그와 이별하고 다시 자기의 길을 걸어갈 여성 정치인들은 더욱 척박해진 곳에서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다. 실패해도 도전하고, 또 성장할 기회를 부여받을 수 없는 젊은 여성 정치인들이 있는 한, 또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자원이 거의 없는 한 누군가는 또 판을 까는 일을 그만두거나 걸음을 멈추어야 할 것이다. 신념과 권력 양측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만이 답인 것처럼 종용하는 사회 속에서 신념과 권력을 둘 다 포기하지 않기 위한 길은 무엇으로 가능한가.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신민주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 저자
신민주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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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구 2022-06-20 15:21:32
노회찬이 세상을 떠났을 때 더이상 사람을, 특히 정치인을 신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람은 언제나 부족한 존재이기에 시민이 믿고 따라야 하는 것은 '정치' 그 자체이지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박원순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도 충격은 받았지만 엄청난 절망감을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람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정치에 있어서 사람은 도구다. 정치를 학습하고 실행하기 위한 도구. 도구에 열광하고, 도구에 집착하고, 심지어 도구에 자아를 의탁하는 것은 현명하고 성숙한 시민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