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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변호사 법무법인 덕수▶

“으흐흐흐흑, 흑흑흑!!”

스스로 놀라고 민망할 정도로 서러운 울음소리를 내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며칠 전 이런저런 인연으로 뭉친 네 명의 남녀가 이벤트랍시고 '태극기'로 시작되는 제목의 영화를 보러 간 자리에서 복잡한 심정으로 정말 정말로 서럽게 울어버렸다.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영화의 본질적인 의미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화면 가득히 전해 오는 전쟁의 참혹한 전개과정을 바라보면서 오래 전 떠나간 한 사람의 얼굴이 끊임없이 스크린에 겹쳐졌다.

아버님!

당신도 전쟁의 북새통 속에 할머님과 약혼녀를 북에 남겨둔 채로 홀홀단신 저들처럼 삼팔선을 넘어넘어 오셨지요. 생이별한 가족을 못 잊어하며 술로 시름을 달래다 끝내 그 고통으로 얻은 병을 이겨내지 못하시고 눈을 감으셨는데, 그렇게 남편을 떠나 보내고 25년을 혼자 살아 오신 어머님의 회한 또한 그 슬픔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으리이까. 당신께서 남기고 가신 눈물, 어머님이 가슴에 품고 있는 눈물 그 모두를 담아낼 수는 없지만 이 순간만은 두 분을 위해 한없이 울고 또 울었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수많은 이산가족이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고 때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선택된 몇몇 사람들은 서로 만나 부둥켜안고 울고 또 며칠 만에 기약 없는 이별을 하곤 한다. 방송을 통해 숱하게 봐 왔으면서도 그들의 슬픔이 가슴에 크게 와 닿지는 않았는데, 독일에서 날아 온 노부인이 눈물로 불렀던 '고향의 봄' 노래를 듣고 난 이후부터는 내 아버지도 겪었고 그들도 겪고 있고, 나도 언젠가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사상과 이념의 대립 속에서 화해를 위해 비행기로 겨우 10시간이면 올 거리를 수십 년의 세월이 걸려 날라 온 재독 노교수를 가족으로부터 격리시켜 또다시 생이별하게 만들었다. 수십 년을 타국에서 생활하면서도 아직 단 한 번도 일주일 이상 떨어져 지내 본 적이 없다는 노부부가 잃었던 고향을 찾아왔다는 그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남편은 차가운 감방으로 끌려가고 부인은 낯선 도시의 어두운 방에 홀로 남겨졌다.

복잡한 법리와 이념을 논하기 이전에 우리는 그들의 고통을 얘기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들의 지난 세월에 섣부른 잣대를 들이대어서는 안 될 것이다.우리가 거의 잊고 산 분단의 아픔을 머나먼 타국에서 그들은 온몸으로 끌어안고 살아왔으며, 우리의 고민을 대신하고, 우리가 느꼈어야 할 고통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왔을 것이다. 이 순간 그들로부터 내 부모님이 겪었던 고통마저 되새김질되는 까닭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고 그들이 마지막 이념의 희생자이길 바라는 간절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충격적인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구치소로 면회를 가고,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온화한 미소로 사람들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노부인의 강인한 모습을 변호인의 한 사람으로서가 아닌 같은 여인네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등 뒤로 감춰진 진한 슬픔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도 어설픈 위로 한 마디 선뜻 건네지 못하는 것은 동시대를 무기력하게 살아온 방관자 내지 방조자의 부끄러움이 앞서는 까닭이다.

세상은 이제 변해가고 있질 않은가. 내가 가진 조그마한 것에 행여 위해가 될까 봐 막연한 두려움으로 그들을 배척하고, 그 두려움이 분노로 변해 그들을 향해 소리치기에는 우리가 속한 사회가 너무 건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이제 고향에 돌아온 노부부를 고향사람답게 따뜻하게 안아주어야 할 차례가 아닐까. 아직도 그들은 이 잔인한 고향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가 없었나 보다. 남편의 빈자리에서 노부인과 장성한 아들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라며 고향의 노래를 목메어 부르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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