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숙의 <생인손>이라는 소설에서 아래의 장면은 구 한말, 서구문물이 밀려들어오고 일인들이 조성에 들어와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문화충격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녀는 속곳도 입지 않구 두렁이 겉은 걸 두르구 서서 소피를 본다구들 하구, 양인들은 사람들을 붙들어다 어름 위에서 뺑뺑이를 돌리고 어지러뜨리면 간을 빼어 환을 만드는데 양인의원의 약은 그래서 잘 듣는다구들 했사와요. 더구나 규중처자들을 붙들어다 핵교라는 데 끌어가는데 핵교에 가는 날이면 야금야금 진이 빠져 살아서 손각씨 귀신이 된다구들 했습죠?』

여기서 주목할 것은 양인들이 규중처자를 붙들어다 '핵교'라는 데 끌어다 놓고 손각씨 귀신을 만든다는 소문이다. 서양에 대한 경계심과 여성교육에 대한 거부감이 이러한 소문을 횡행하게 한 것이리라. 그러나 소문과는 달리 근대 초기의 교육은 여성의 지적 수준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넓혀준 중요한 계기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수업내용은 어떠했을까. 학교마다 구성은 달랐지만 대부분 조선어, 일본어, 영어, 수학, 물리, 체육, 음악, 미술, 수신 등을 공부했다. 1920년대의 한 잡지에 실린 여학교 탐방기에 보면 이 시기 여학생들의 수업풍경이 흐릿하게나마 그려진다. 탐방기에 그려진 음악 시간의 모습을 보자.

『… 근 사십 명 학생이 창가책을 들고 피아노 압헤 안저서 처음 발성 련습부터 하고 잇섰습니다. 선생님은 피아노 음악의 뎨일인 김영환씨였습니다. 칠판에 곡보 한 줄을 똑똑하게 그리여놋코 피아노 음정을 따라서 학생들은 천천히 발성련습을 하는 것이엿슴니다. 련습이 끝난 후 부르기 시작한 것은 려수(旅愁)라는 창가였습니다.』

피아노를 치고 악보를 그리고 '려수'를 부르는 오늘날과 그리 다를 바 없는 수업시간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물리 시간에는 실험도 했다. 식민지 시기라면 고대 유물과 같이 생각하는 습관이 있는 나에게 이러한 수업광경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영어 시간에 미국인 네이티브가 수업하는 광경이다.

『… 이년급 영어시간이엿는데 필일두라는 미국로부인이 영습자를 연습식이고 잇섯습니다. 학생은 20명미만인데 영어 모르는 학생에 조선말 모르는 선생이건만은 학생들은 정신을 쏘아련습하고 학생은 일일이 도라다니면서 학생의 손목을 잡아주면서 가르키고 있섯습니다.

…그 다음 방은 사년급의 영어 시간. 학생은 여덜사람이고 선생은 미국부인이것만은 무슨 우스운 이약이나 하는 판인것처럼 학생들은 껄껄거리고 몸을 흔들면서 퍽 자유롭게 자미나게 영어 발음을 배호고 잇섰습니다. 책은 대정리-더의 넷재권 『루뷔쓰 루뷔쓰』하고 주거니밧거니 웃고 떠들고 하면서도 부즈런리 배호고 잇섯슴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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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의 수업시간.▶

1924년 명신여학교 영어수업 시간의 풍경이다. 이학년 수업에서는 알파벳을 사학년 수업에서는 회화와 파닉스를 배우고 있다. 사실, 이 시기에 영어는 학교 정규 과목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 중 네이티브 스피커에게 영어를 배운 경우도 많았다. 선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세운 학교는 특히 그랬다. 근대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외국어 특히 영어에 대한 이해였다. 고종은 19세기 말, 영어교사의 확보를 위해 학교 교사 등의 파견을 청한 바 있다고 한다.

궁금했던 교실 풍경을 복원했으니 여성에 대한 교육이 현모양처 양산, '충량(忠良)한'제국신민을 양성하기 위해 인문 교육보다는 보통교육과 실업 교육에 치중했다는 뚜렷한 한계는 여기서 더 말하지 않겠다.

여성이 교육을 받게 됨과 더불어 전통교육이 말살되고 서구식 교육이 교육의 전부인 양 생각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되었다는 것도.여성에 대한 개화가 제국주의와 더불어 시작되었다는 것은 우리 여성사를 읽어 가는 데에 무수한 모순과 아쉬움을 안겨준다. 우리는 이 시기 신여성의 이야기를 보면서 일본 우익의 망언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시각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변신원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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