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유니버설디자인대상’ 민간부문 최우수상
GS건설·(주)조경설계디원이 만든
서초그랑자이 ‘엘리시안 야드’ 가보니

㈜조경설계 디원이 설계하고 GS건설이 시공한 서초그랑자이의 ‘엘리시안 야드’. ⓒ㈜조경설계 디원 제공
㈜조경설계 디원이 설계하고 GS건설이 시공한 서초그랑자이의 ‘엘리시안 야드’. ⓒ㈜조경설계 디원 제공

올여름 서울 서초동 아파트 숲에 ‘장벽 없는 정원’이 생겼다. GS건설 서초그랑자이의 ‘엘리시안 야드(Elysian Yard)’다. 축구장 2.5배 크기의 중앙광장 어디에도 경계석이나 턱이 없다. 휠체어, 유아차, 지팡이 짚은 노인도 편히 드나든다.

이곳을 설계한 ㈜조경설계 디원과 시공사 GS건설은 지난 14일 제1회 ‘서울유니버설디자인대상’ UD 환경조성 분야 민간 부문 최우수상(서울시의장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 상은 서울시가 유니버설디자인 확산과 관련 산업 진흥을 견인하기 위해 올해 지자체 최초로 제정한 상이다. 서울시유니버설디자인센터가 주관하고 서울시의회가 후원한다.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란 성별, 나이, 장애유무, 국적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시민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20일 서초그랑자이 중앙광장인 ‘엘리시안 야드(Elysian Yard)’에서 한 입주민이 유아차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턱이나 경계석이 없어서 유아차나 휠체어도 편하게 드나들 수 있다.  ⓒ홍수형 사진기자
20일 서초그랑자이 중앙광장인 ‘엘리시안 야드(Elysian Yard)’에서 한 입주민이 유아차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턱이나 경계석이 없어서 유아차나 휠체어도 편하게 드나들 수 있다. ⓒ홍수형 사진기자
㈜조경설계 디원이 설계하고 GS건설이 시공한 서초그랑자이의 ‘엘리시안 야드’. ⓒ㈜조경설계 디원 제공
㈜조경설계 디원이 설계하고 GS건설이 시공한 서초그랑자이의 ‘엘리시안 야드’. ⓒ㈜조경설계 디원 제공

지난 20일, 최철호 ㈜조경설계 디원 대표, 박도환 GS건설 건축·주택디자인팀 책임과 서초그랑자이를 돌아봤다. 정문을 지나자마자 초목이 우거진 공원이었다. 구불구불 길게 뻗은 공중 산책로(스카이워크) 곳곳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했다. 경사로는 완만했고, 인도와 차도 사이엔 턱이나 경계석이 없었다. 곳곳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도 설치했다.

유아차나 휠체어를 몰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근 주민들의 발길도 잦다고 한다. 단지 중심 공간을 개방해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서다. 요즘 브랜드 아파트들이 크고 화려한 문주(門柱)를 출입구에 세우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과 다르다. ‘서울유니버설디자인대상’ 심사위원들도 “공동주택이 주변과의 소통을 위해 경계를 허물고 광장을 개방한 사례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처음부터 ‘소셜 가든’, 개방성에 중점을 뒀습니다. 타 아파트와의 차별화를 원하는 재건축조합원들의 니즈와도 맞아 떨어졌습니다. 조경 단계부터 조합원들에게 이러한 취지를 설명하고 잘 구현하려 노력했고요.” 최 대표가 말했다. “입주민 모두가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도심 속 열린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이런 시도가 늘어나면 훨씬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아파트 한 동 부지를 비워 중앙 정원을 조성한 점도 인상 깊다. “수익성 고민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조경을 감상하면서 가족끼리, 이웃끼리 담소를 나누며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지요.” 박 책임의 설명이다.

아파트 동과 동 사이엔 공중가로(공중보행데크)를 설치했다. 수목을 심고 벤치를 놓아 아늑한 산책로가 됐다. 버려진 고가철도를 되살린 뉴욕 하이라인 공원에서 영감을 얻었다. 심사위원들은 “고령자 등 이동약자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에 더해 유아차를 밀며 산책하는 보호자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다양한 시각적, 감성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라고 호평했다.

입주민의 사생활 보호에도 신경 썼다.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저층부 집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태를 막기 위해 아파트 필로티를 약 9m로 높였다. 보통 아파트 필로티 높이는 3m 안팎이다.

20일 최철호 ㈜조경설계 디원 대표, 박도환 GS건설 건축·주택디자인팀 책임, 이세아 기자가 서초그랑자이 공중가로(공중보행데크)에서 중앙 정원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홍수형 사진기자
20일 최철호 ㈜조경설계 디원 대표, 박도환 GS건설 건축·주택디자인팀 책임, 이세아 기자가 서초그랑자이 공중가로(공중보행데크)에서 중앙 정원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홍수형 사진기자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한 서초그랑자이는 1446가구로 인근 아파트 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강남 한복판 대단지 아파트에 영화관, 수영장 등 초호화 커뮤니티 시설을 갖춰 화제에 올랐다. 도심 속 아파트여도 용적률은 높이고 건폐율은 낮춰 탁 트인 느낌을 주고자 했다.

단지 전체에 다양한 수목을 심어 휴양림처럼 조성했다. 큰 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들고 제주 팽나무와 화산석을 활용한 정원, 소매물도에서 영감을 받은 폭포 조경도 인상적이다. 단지 외곽에는 텃밭과 수확한 농산물을 즉석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공동 공간도 마련했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도 여럿이다. 엘리시안 가든 보행로에 바닥분수와 안개 분사 노즐을 설치해 여름이면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아이들의 창의력과 모험심을 일깨워주는 다양한 디자인의 놀이터들도 눈에 띈다.

박 책임은 “도보 포장재, 단차 등 설계부터 ‘배리어 프리’ 원칙을 준수해 높은 점수를 받았고, 건설사로는 유일하게 이번 상을 수상해 영광”이라며 “밋밋하지 않게 조성해 시각적 아름다움을 선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 “GS건설은 모든 조경의 질을 높이고 배리어 프리 설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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