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털털함 모두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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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정면을 응시하는 배우 이정재의 표정이 압권이다. 케냐의 황량한 벌판, 비온 뒤의 인스부르크, 프라하의 광장까지. <왜관촌년 조선희,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황금가지)를 펼쳤다.

저자 조선희(34)씨가 “사진 찍기와 사랑에 빠져 엄청난 엔도르핀과 에너지 를 쏟아부었다”고 책에 대해 설명한 글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23일 숨겨 왔던 글솜씨를 맘껏 발휘한 듯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책을 들고 논현동 작업실로 조씨를 찾았다. 작은 체구에 허스키한 목소리, 누구라도 어깨를 툭 치며 친해질 것 같은 인상이다.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도 사뭇 다르다. 이를 의식한 듯 “책에 이미 이중적인 인간이라고 쓰지 않았느냐”반문하며 “어떤 글에서는 사진이란 것을 무진장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처럼, 어떤 글에서는 이 일 자체를 지겨워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양쪽 모두 사실이다. 어떤 글은 감정적이고 어떤 글을 터프하고, 심지어 욕설이 섞여 있는 것도 있는데, 글쟁이처럼 하나로 통일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조선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물 흐르는 대로 살아온 것 같아요. 책도 언제간 내야지 생각하고 있었을 뿐 꼭 내야겠다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조씨는 계획을 세우는 등의 일은 잘 못한다며 스스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에세이집은 틈틈이 일기 쓰듯 끄적거린 글들과 외국여행 때의 사진을 모아 2년 가량 준비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놀기 좋아하는 '한량'처럼 보이는 그는 한 때 '연예인 프로필 전문가'(그는 이 말에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라는 말까지 들으며 국내 유수의 대중 스타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나 유명세를 타면서도 사진 전공자가 아니라는 부분에 할말이 많은 듯했다.

“처음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가 비주류였어요.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사진가. 근데 한 번도 그걸 부끄러워해 본 적이 없어요. 주류들이 줄줄 외고 다니는 외국의 포토그래퍼 이름이나 어려운 용어들 아직도 모르지만 주류들이 그런 지식에 탐닉하고 있을 때 전 현장에서 찍은 사진 날리고 실수하면서 몸으로 사진을 배웠습니다.”

그의 전공은 의생활학이다. 대학 서클에서 처음으로 사진을 배웠다. 그는 상업성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사진을 찍고 싶을 뿐이라며 자신이 상업 사진과 순수 사진의 중간쯤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5년 경력의 사진가가 된 그에게 꼭 같은 시간 뒤의 모습을 물었다.

“제가 지나갈 때 '야, 조선희다. 멋있다'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대중 스타들을 많이 찍으니 그들의 현재를 조선희의 눈으로 바라본 기록을 남긴다는 것도 의미가 있죠.”

가깝게는 올 5월 결혼한 뒤 유학을 갈 계획인 조씨. 뭘 공부할 예정이냐고 물으니 “무엇을 하든 나를 다시 채우고 싶다. 말 그대로 '거닐면서 배울' 생각”이란다.

임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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