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 여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인 2019년 9월 27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우리의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헌법이 보장하는 여성의 기본권이 속절없이 침해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인 2019년 9월 27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우리의 '우리의 임신중지를 지지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헌법이 보장하는 여성의 기본권이 속절없이 침해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낙태죄’는 사라졌는데,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은 여전히 기댈 곳이 없다. 의료 현장은 혼란 그 자체다. 임신중지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다. 임신중지 관련 진료를 거부하는 병원도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유산유도제 미프진은 아직도 국내 허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안전한 임신중지 약물을 쉽게 구할 수 없는 여성들이 암시장에서 파는 정체 모를 약에 의존하는 판국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속절없이 침해되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임신중지 처벌은 멈췄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낙태죄 관련 형법 조항이 1월 1일부로 효력을 잃었다. 그러나 여성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논의와 의료체계 준비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주 정의당 의원 등은 ‘낙태죄 전면 폐지’ 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도 못 넘었다. 정치권은 대선 정국에 몰두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명백한 직무 유기다.

전문가들은 안전하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추고 의료인의 임신중지 진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유산유도제 △건강보험 적용 △임신중지 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진 △진료 거부 △배우자 동의 요구 등에서 개선과 제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설문·실태조사). 21대 국회와 정부는 여성의 권리를 중심에 둔 대책 마련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