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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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경로로 가상지갑에 잘못 이체된 비트코인을 사용한 사람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6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를 받은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6월20일 출처를 알 수 없는 경위로 입금된 외국인의 199.999 비트코인을 자신의 다른 계좌에 이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체한 비트코인을 개인적인 용도로 쓰다가 이듬해 재판에 넘겨지기 직전 피해자에게 158.22비트코인을 반환했다.

A씨는 이 비트코인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해 약 14억8724만원 상당의 이득을 취하고, 같은 금액 만큼 비트코인의 원소유주에게 손해를 입힌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A씨를 기소하면서 횡령 혐의가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배임죄도 적용했다.  

1·2심은 비트코인이 물리적 실체가 없고 사무적으로 관리되는 디지털 전자정보에 불과하다며 횡령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별다른 이유 없이 타인 소유의 비트코인을 이체받아 보관하게 됐다면 '부당이득'에 해당돼 반환해야 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라 반환 때까지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할 임무가 주어진다며 배임죄는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 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이체된 경우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면서도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사람을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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