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영숙 도봉구의회 의원‧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공동대표

여성 기초의원 비율 30% 넘었지만
비례가 70% 이상… 선출직 손 꼽아
광역단체장 0명‧기초단체장 3.5%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문턱 없애야

이영숙 도봉구의회 의원 ⓒ홍수형 기자
이영숙 도봉구의회 의원‧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공동대표 ⓒ홍수형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1 지방선거)를 160여일 앞두고 여성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영숙(54) 도봉구의회 의원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당사자이자 동료 여성 정치인들의 조력자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 의원은 홍진옥 충주시의원, 설혜영 용산구의원과 함께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이하 전여네) 공동대표로서 성평등한 지방의회와 여성 정치 참여 확대를 뛰고 있다. 이 의원은 “6‧1 지방선거와 3‧9 대통령 선거가 3개월 차이를 두고 치르게 되면서 정치권과 시민의 관심이 대선에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방자치가 주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성이 다수인 지방의회에 주민의 다양한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정치 입문한 뒤 내리 3선
“사회적 약자 대변하는 게 정치”

이 의원은 2010년 정계에 첫 발을 내딛은 뒤 내리 3선을 한 풀뿌리 정치인이다. 1996년 도봉구로 이사한 그는 두 자녀를 키우던 평범한 주부였다. 도서관 건립 활동에 참여하면서 그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동네에 방치된 공간에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마음 맞는 분들과 도서관 건립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주민서명을 받으러 다녔죠. 그렇게 모은 주민들의 마음을 구의원에게 전달했고 구청장을 만나 목소리도 냈지요. 그렇게 도서관이 탄생했습니다. 주민들의 요구가 정치인을 통해 정책에 반영되자 삶이 달라지는 것을 바로 체감할 수 있었어요. 이 일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하게 됐지요.”

이 의원은 “정치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일”이라고 했다. 구의원으로 살아온 지난 12년간 장애인, 돌봄노동 종사자 등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들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고 기울어진 정치판을 바로잡기 위한 토대를 주력했다. 지역 장애인 단체와 네트워크를 꾸려 장애인 관련 조례가 전혀 없던 도봉구에 조례 7개를 만들었고, 장기요양보호사 처우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도봉구 전체 조례를 대상으로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진행해 성차별적 용어를 바꾸는 작업도 진행했다. 전여네 소속 의원들과 함께 각 지자체에 아이스팩 수거 및 재사용 활성화 지원 조례를 만들어나갔다. 최근 전여네는 산하에 전국성평등의회지원센터(센터장 왕정순 관악구 의원)를 신설하기도 했다. 의회의 성차별·성희롱·성폭력 문화를 개선해 성평등하고 안전한 의회를 만들기 위한 기구다.

이 의원은 중앙 정치와 지방 정치가 손발이 맞지 않으면 주민이 정책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봤다. “시민들이 ‘내 생활이 달라졌구나’라고 정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주민자치이고, 그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이며 “지역에서 생활하며 돌봄을 하는 사람이 정치를 잘할 수 있는 이유”라는 것이 경험을 바탕에 둔 그의 생각이다. 지방자치가 시민의 살림과 직결되는 만큼 여성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여성에게 정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여성 기초의원 비율 30% 넘었지만
비례가 70% 이상… 선출직 늘어야

지난 7번의 지방선거는 매번 여성 정치의 중대한 변곡점이었다. 지방선거를 통해 ‘연줄’ 없던 여성들이 정치에 처음 도전장을 냈고, 정치에 눈 뜬 여성들이 늘면서 여성의 정치 참여를 늘리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이 의원은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여성의원 비율이 30%(30.8%)를 넘어섰으나 당선자 70%는 비례대표였다”고 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여성의원 비율은 30.8%였다. 그러나 광역의회 여성의원 비율은 19.41%, 기초자치단체장 3.5%, 광역자치단체장은 0%에 불과했다. 지역구 여성 당선자 비율은 30%를 넘기지 못한다. 지역구 기초의원 여성 비율은 20.7%, 광역의원 여성 비율은 13.3%다.

이 의원은 “2010년 지역구 선거에 여성 의무 공천제가 도입되면서 여성 의원이 늘어날 수 있었다”며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여성의원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 할당제’와 ‘여성 공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 기여도를 기준으로 지방선거 공천을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며 “공천 자격시험을 치르고 결과에 따라 경선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의회는 민의를 대변하는 기구이지만, 여성이 과소대표되고 있다. 결국 국민 절반의 삶과 경험이 정치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지금 추세대로 라면 여성의원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여성의 과소대표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여네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은 50%, 광역의원과 단체장은 30% 이상 여성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정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여성후보를 30% 이상 공천하도록 ‘의무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현행법은 정당이 여성후보를 30% 이상 공천하도록 권고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옥주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각각 1명 이상씩 반드시 추천하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의회는 대의기관으로서 주민을 닮아야 한다”면서 “성별, 연령 등이 다양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의할 수 있는 지방의회가 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당이 그 토대를 만드는데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전여네)는 정당과 지역을 초월한 전국의 광역·기초의회 여성의원으로 구성된 연대단체다.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개발하고 협력과 교류를 통해 여성지방의원들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2008년 설립됐다. 현재 1060여명의 여성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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