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적 결말 채플린이 만든 '혁신적인' 멜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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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의 여성 편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당대 최고 권력가였던 미디어 제국의 왕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정부인 배우 마리온 데이비스와 밀회를 나누는 등, 주로 딸 나이뻘 여성들과 염문을 뿌렸다. 이는 채플린의 급진 사상과 더불어 비난의 빌미가 되었다.

1943년, 우나 오닐(작가 유진 오닐의 딸)을 네 번째 부인으로 맞은 후 채플린은 비로소 안식을 찾았다. 그때 채플린의 나이는 56세, 오닐은 17세였다. 결혼 직전까지 친자 소송에 시달렸던 채플린과 결혼한 오닐은 채플린에게 무려 8명의 자녀를 안겨주었다.

채플린의 여성 편력이 불우했던 어린 시절, 특히 모성 결핍에 대한 보상 심리라는 분석도 있지만, 아무튼 그와 염문을 뿌린 여성 명단은 상당히 길다. 그런 채플린의 영화에서 페미니스트의 시각을 볼 수 있을까? 스웨덴이 낳은 국제적인 스타이자 감독인 리브 울만은 그렇다고 답한다.

특히 채플린이 33살에 발표한 <파리의 여인>에서.채플린은 자신의 초기 코미디 상대 역이었던 여배우 에드나 푸르바이언스, 백만장자들과 이혼을 거듭해 온 페기 홉킨즈 조이스, 폴란드 여배우 폴라 네글리에게서 영감을 얻어 흑백 무성 영화 <파리…>의 각본을 썼다.

연인 사이인 마리와 장은 파리로 떠날 약속을 하나, 오해가 생겨 마리 혼자 떠난다. 1년 후 파리. 바람둥이 갑부 피에르의 애인이 된 사교계 여인 마리는 화가가 된 장과 만난다. 마리의 사랑을 되찾지 못할 것을 깨달은 장은 자살하고, 마리는 장의 어머니와 함께 시골로 가서 고아를 돌본다.

'춘희'를 연상시키는 상투적인 삼각 멜로물로 보일지 모르나, 울만은 1923년에 혁신적인 멜로물을 내놓은 채플린의 천재성을 언급한다. 특히 과거와 현재 연인 사이에서 갈등하기보다 현실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여주인공 캐릭터와 페미니스트의 결말을 칭찬한다. 당시 관객은 채플린이 출연하지 않은 심각한 드라마를 외면했지만, 울만과 같은 이들 덕분에 <파리…>는 최근 재평가되고 있다.

<파리…>는 MK2사가 채플린의 대표작을 디지털 리마스터링한 '채플린 투데이' 시리즈 덕분에 선명한 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이 시리즈의 국내판은 워너사의 '찰리 채플린 콜렉션'으로 출시되었다. 울만의 설명은 DVD 서플먼트에 담겨 있다. 오래 전 비디오로 출시된 바 있다.

감독:찰리 채플린/ 주연:에드나 푸르바이언스, 에이돌프 망주/
          1923년 작/ 워너/ 84분/ 전체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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