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배우자 김건희씨. ⓒ뉴시스

다시 ‘쥴리’가 나타났다.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최근 안해욱 회장을 출연시켜 “1997년 5월 라마다르네상스호텔 나이트를 방문했다가 조남욱 회장의 접대를 받았는데 ‘쥴리’라는 예명을 쓰던 김건희 대표를 만났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해당 유튜브 채널은 그동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동거설과 접대부설을 퍼트려온 채널이다. 김씨가 모 아나운서와 동거했었다는 주장을 하는가 하면, 치매에 걸린 양모 변호사의 어머니를 인터뷰해 자기 아들의 동거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었다. 그런 보도의 관련자들은 현재 고발돼 있는 상태이다.

이번에도 김건희씨가 쥴리라는 근거는 74세 노인의 25년 전 기억이 전부다. 그 오래 전에 단 한번 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초인적인 능력 앞에서, 16년 전 생태탕집에 왔던 사람의 신발까지 기억해낸 스토리는 견줄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런 주장의 신빙성 자체도 문제이지만, 한 여성을 접대부 출신으로 알리겠다는 집요한 공격들에서 보게 되는 것은, 정파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한 여성의 인격과 삶을 유린해도 상관없다는 모습들이다. 설혹 사실이라 한들, 개인의 과거가 이토록 무섭게 파헤쳐질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그가 대선 후보의 배우자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로 던져져야 할 윤리적 질문이다.

유튜브 채널 하나의 문제만이 아닌 것이, 정작 참담한 것은 그런 설들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우리 사회의 광경이다. 100만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몰려들어 좋아요와 댓글을 남기며 환호한다. 그리고 몇몇 친여 매체들은 그런 주장을 기정사실로 보도하는데 앞장서고, 그 내용들은 다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대대적으로 유포된다. 그들 가운데 대부분은 평소 ‘적폐’를 규탄하고 ‘진보’를 외쳐왔던 사람들일 것이다. 근엄한 얼굴로 약자를 말하고 젠더를 말하던 사람들도 적지않을 것이다. 그들 가운데 태반은 조동연 교수 논란 때 사생활을 거론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던 사람들이기도 할 것이다.

급기야 공인 자리에 있었던 여성들까지 나서서 외모를 갖고 같은 여성을 모욕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김건희씨의 셀카 사진까지 올리며 "나이 탓하며 기억을 불신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라고 접대부설에 힘을 실어주는 글을 연일 올리고 있다. 손혜원 전 의원은 김씨의 과거 사진과 현재 사진을 함께 올린 뒤 “눈동자가 엄청 커져 있다”고 성형했을 것이라며 조롱한다. 진혜원 검사도 “성형수술로 외모를 가꾼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관상 관점에서”라고 조롱하며 맞장구를 쳤다.

대선 후보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정보를 아는 것은 필요하다. 터무니없는 마타도어가 아니라 합리적 의혹이 제기된다면, 그가 후보는 아니지만 진위를 가리고 갈 필요는 있다.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 만약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그에 합당한 조치가 따를 일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그렇지 않아도 집요할 정도로 수사 중이니 그 결과를 보고 탄압인지 위법인지를 판단하면 된다. 하지만 ‘쥴리’를 찾는 일은 그런 것들과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진영 앞에만 서면 무너져버리는 인간에 대한 예의, 진영 앞에만 서면 되살아나는 인간에 대한 폭력성을 우리는 다시 한번 목도하게 된다. ‘쥴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보는 대체 어떤 것이냐고. 이것이 당신들이 말하던 그 진보가 맞냐고. 당신들도 젠더의식을 말해오지 않았냐고. 그런데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되었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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