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왼쪽) 전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실에서 올라프 숄츠 신임 독일 총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함께 웃고 있다. ⓒ베를린=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왼쪽) 전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간) 베를린 총리실에서 올라프 숄츠 신임 독일 총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함께 웃고 있다. ⓒ베를린=AP/뉴시스

지난 9월 26일 독일 총선이 있었다. 연정협상을 시작했던 사회민주당(25,8%), 녹색당(14,6%)과 자유민주당(11,5%)은 11월 24일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12월 8일(현지 시간) 새정부 출범을 알렸다. 총리는 사민당 울라프 슐츠, 외무장관은 녹색당 공동대표인 아날레나 베어보크가 맡았는데 외무장관으로 여성은 처음이다. 새정부는 최저임금 12유로, 빈곤아동 보조, 보조주택공급과 이민자통합정책 등 사회정책들을 발표했는데 ‘기후보호’를 가장 핵심적인 과제로 강조했다. 각국 정부도 이처럼 기후보호를 시대적 사명으로 직시해야만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 후쿠시마 핵사고 10주년이 지나고 있다. 사고 이후 탈핵 여론이 점차 높아졌는데 2021년 여론을 물었을 때 70%가 넘는 다수의 일본인들이 탈핵을 원한다고 답했다. 한국의 대선 후보들이 이웃나라 시민 다수가 원하는 탈핵의 의미를 잘 해석해 ‘에너지 정책’을 각별히 다듬어야 한다. 10년 전 벌어졌던 후쿠시마 핵사고는 ‘안전’에 무감했던 수많은 서유럽 시민들을 각성시켰고 대다수 서유럽 국가들이 탈핵의 수순을 밟는 계기가 되었다. 십년 전 독일은 핵발전이 함의하는 사회윤리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각계의 포괄적 논의를 통해 탈핵을 결정한 후 곧 8기의 핵발전소 폐쇄를 단행했고 계획대로 2022년 내년이면 남은 6기를 모두 폐쇄해서 탈핵을 완료한다. 반면, 그 10년간 타격을 입은 핵발전 산업계는 강한 로비를 펼치며 돌파구를 모색해오다 기후위기를 ‘기회’로 포착해 핵발전 재건을 기후대응으로 선전하며 기회주의적 이익을 챙기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아마도 기다렸다는 듯이 민첩하게 반응했다. 기존의 ‘탈핵 방향’(2011년 거의 80%의 전기를 핵발전에 의존하다가 2021년 67,1%까지 내리게 되었다.)과 반대로 지난 10월 소형핵발전인 SMR(소형모듈발전) 개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11월 대국민연설에선 전력자립과 기후대응이 목적이라며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나왔다. 한국은 지금도 핵발전 4기가 건설 중이지만 과도한 핵발전 비율을 낮추는 목표를 정했던 프랑스에선 신규 핵발전소의 건설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와도 같았다. 2007년 짓기 시작한 거대한 규모의 EPR(가압수형핵발전)만이 아직도 건설 중인데 예외적이다. EPR 건설에 참여하는 핵산업체가 개명했을 정도로 부패스캔들도 있었고 첫 재정예산 6배의 막대한 건설비가 들어가는 등 구설수가 이어졌던 플라망빌의 EPR은 16년의 건설을 마치고 2023년 가동이 예정돼 있다. 막대한 재정과 장구한 시간이 소요되는 핵발전소 건설과정의 투명한 관리감독은 물론, 가동후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운영으로 각종 사고를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 노후돼 폐쇄해야 할 때 7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폐쇄비용을 지불하고 가동연장 없이 ‘안전’ 우선으로 순조롭게 폐쇄를 단행할 수 있을지 핵발전소의 전주기를 현실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기후대응’을 내세워 기존의 비판을 다 제압할 태세로 핵발전을 재건한다고 나오자 프랑스에선 연일 찬반이 부딪치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시대적 사명인 ‘기후보호’를 위해선 탄소배출이 많은 석탄발전과 화석연료발전을 닫고 빠르게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전환과정에 따르는 어려움은 당연히 예상되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뤄서 현명하게 대처해나갈 각오가 필요하다. 핵발전 부흥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기후보호를 위한 ‘기후실천’의 아픈 노력 없이 핵발전소를 재건하면 원하는 에너지를 맘껏 쓰면서 기후대응도 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마술지팡이가 핵발전의 문제를 일타에 해결이라도 했다는 건가 ? 또 주장하는 대로 핵발전 재건으로 기후보호를 한다는 논리는 타당한가 ?

지난 11월 말 부산 고리 핵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들을 그곳에 임시가 아닌 영구 저장하도록 만들 수 있는 특별법안이 국회에 상정됐는데 부산을 치명적인 핵쓰레기장으로 만들지 말라며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거센 반발이 있었다. 핵폐기물 문제는 답이 없기 때문에 계속 차기 정부로 미뤄오다 위급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약 60년 전 핵발전을 처음 가동했을 당시 언젠가 핵폐기물의 문제를 해결할 기술이 나오길 기대했겠지만 그런 기술의 도래는 상상의 영역에서만 가능해보인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대처한다는 프랑스도 핵폐기물 분리기술을 통해 재활용 성분 일부를 추출하고 폐기물 양을 좀 줄이는 처리 후에 500m 깊이로 땅을 파서 방대한 저장시설을 짓고 거기에 처리된 핵폐기물을 넣고 묻겠다는 것 이상의 방법을 모른다. 수만년에서 20만년 이상 방사성 독성이 지속되는 막대한 양의 핵폐기물을, 핵발전이 지속되는 한 계속 쌓이는 위험천만한 핵폐기물을 대대손손 후대에 넘기겠다는 현세대의 비윤리성을 미래세대의 준엄한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당장 우리 현실은 핵폐기물을 좀 줄이는 처리기술도 없고 땅 깊숙이 묻을 거대한 저장시설도 없는데 각 핵발전소 단지 내의 임시저장시설 포화율이 90%를 상회하는 두려운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핵발전 재건을 주장하는 국민의힘의 윤석렬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기적 같은 해결의 묘책이라고 갖고 있다는 것인가? 윤석렬, 안철수 후보와 마크롱 대통령의 탄소중립(기후대응)을 위해 핵발전을 재건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며 긴 시간이 걸리고 기존 핵발전의 1/3~1/6 규모의 SMR을 좀 더 빨리 짓는다 해도 세계적으로 상용화되려면 2050년이 돼야 한다고도 한다. 그 이전에 설계를 끝내고 부지를 확보해 아무리 빨리 짓는다고 해도 기후대응을 하기엔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이 되기 때문에 기후대응 논리는 맞지 않다. 급박한 기후대응에 요구되는 ‘골든타임’을 핵발전소의 긴 건설시간으로 낭비할 시간적 여유는 없는 것이다. 핵중흥에 나선 마크롱은 유럽연합의 ‘녹색산업분류체계‘ 협상에서 핵발전이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될 수 있도록 독일과 각을 세우고 있다. 핵발전이 ‘친환경에너지’로 분류되면 ‘녹색’금융의 우대융자나 세재감면 등의 혜택을 기대해볼 수도 있고 환경관련법 제재등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준위핵폐기물의 방사성 위험이 없어지는데 수만년에서 20만년이 걸린다는데 ‘친환경적 에너지’로 분류되는 협상결과가 나온다면 역사상 최악의 ‘그린워싱’이 될 것이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도 SMR개발투자를 주창하고 있는데 핵발전을 재건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지켜낼 수 있을 지 자성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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