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부사관이 여군 장교 성추행 폭로
대대장은 “군 생활 오래해야지” 무마 시도
공군 법무실, 가해자‧2차가해자 불기소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 여군 장교 강제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8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 여군 장교 강제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또 다시 공군에서 성폭력 사건이 터졌다. 공군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 소속 여군 장교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보고했지만 지휘관이 오히려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 검찰은 가해자의 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성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를 들어 불기소 처분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8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2차 가해자 등이 황당한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는데 공군본부 법무실이 연루된 전관예우가 의심된다는 점에서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과 매우 흡사한 양태”라고 폭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공군제1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 소속 장교인 피해자는 지난 4월 6일 하급자인 A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나이와 경력이 피해자보다 많았던 A상사는 평소 “장기(복무)를 할 생각이면 간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주인은 부사관이다”라며 소위 ‘여군 길들이기’를 했다고 한다. A상사는 장기복무에 도움을 주겠다며 사적인 연락을 했고 사건 당일에도 태권도를 가르쳐주겠다며 태권도 관계자와의 저녁 자리를 주선했다. 이 자리에서 A상사가 피해자의 어깨와 등, 팔 안쪽을 만졌고, 저녁식사가 끝난 뒤 주차장에서는 “귀가 작네”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귀를 만졌다는 것이다.

A상사는 다음 날인 4월 7일 마사지 해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4월 8일 오후 10시에도 피해자에게 “순진한 줄 알았는데 받아치는 게 완전 요물”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자는 4월 9일 군사경찰대 대대장인 B중령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나 B중령은 피해자에게 ‘지휘자로서 역량이 부족하다고 보일 수 있고 주홍글씨가 남을 수 있다’, ‘A상사가 역고소할 수 있다’는 등의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B중령이 피해자가 고소 의사를 밝힌 이후 3개월간 수사를 묵혀두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간 분리도 않았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지난 7월 12일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에 A상사와 B중령을 강제추행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A상사는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체를 만진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공군 검찰은 ‘피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성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상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B중령에 대해서도 ‘조사를 중단시키거나 신고를 방해할 목적으로 협박한 적이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군인권센터는 “성추행은 있었지만 성적 의도는 없었다는 해괴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피해자는 현재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을 한 상태다.

공군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A상사에 대한 수사 결과, ‘강제 추행’과 관련해 형사처벌 대상 행위로 보기 어려워 불기소 처분했다”며 “B중령의 경우 ‘사건 무마 협박’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 휴대폰 압수수색 등을 통해 면밀히 수사했으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다만 “B중령이 상부에 해당 사건을 보고하지 않는 등 일부 비위사실이 인정돼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공군본부 보통검찰부는 피해자 측에 불기소 처분 사유와 재정 신청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고, 피해자의 재정 신청에 따라 법적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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