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기거나 구울 때 나오는
‘요리 매연’, 폐암 발병률 높여
집에서 요리할 땐 꼭 환기해야
정책적 고민 절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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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사람들 활동이 많이 제한되자 온실가스 배출도 줄어들었고, 파란 하늘을 보는 날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는 여전히 높다. 도심은 공장도 별로 없고, 코로나로 자동차 이용도 줄었는데 말이다. 특히 인체에 훨씬 해로운 초미세먼지 PM2.5 농도가 높다. 왜 그럴까?

미국 캘리포니아 사우스코스트 환경청 자료를 보면, 도심에서 PM2.5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 1위는 식당이다. 조리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대형 덤프트럭에서 나오는 PM2.5의 두 배다. 특히 햄버거 패티 한 장을 구울 때마다 디젤 덤프트럭이 250km를 달릴 때 나오는 매연과 동일한 양의 미세먼지가 나온다.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뉴욕시는 올해부터 새로 오픈하는 식당과 일주일에 고기 400kg 이상을 소비하는 식당은 환경청의 인증을 받은 공기 청정 필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법제화했다.

한국은 어떨까? 가까운 지인의 어머니도 꽤 이른 나이에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요리 솜씨가 유독 좋으셨고, 아버지는 세 끼를 어머니 밥만 고집하셨다고 한다. 부모님 모두 담배를 안 피우셨는데 결국 폐암으로 사망하셨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폐암으로 수술한 여성 환자 957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약 93%가 비흡연자였다고 한다. 같은 취지로 국립암센터에서는 여성폐암원인의 90%가 주방미세먼지라고 발표한 바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를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했으며, 식재료를 튀기거나 구울 때 나오는 ‘요리 매연(Cooking Emission)’은 폐암 발병률을 높일 만큼 위험하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 집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요즘, 주방의 요리 매연이 건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우리는 미세먼지 심한 날 밖에 나가지 마라, 운동하지 마라 등 걱정이 많지만 WHO는 실외보다 실내 미세먼지가 폐에 도달할 확률이 100~1000배 높다고 말한다. 초미세먼지는 폐로 곧장 들어갈 정도로 작은 입자라 훨씬 건강에 위협적이다. 요리 매연은 실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이자 모두 PM2.5 초미세먼지라 제일 인체에 해롭다고 할 수 있다.

집에서 요리를 할 때는 환기가 중요하다. 가스렌지 후드를 켜거나 창문을 열고 요리하는 게 좋다. 요리를 마친 후에도 15~30분 정도 창문을 열어두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학교 등 대형 급식시설이나 직화구이를 하는 대형 음식점의 경우 애초에 미세먼지 발생량이 어마어마하므로 제거가 더 중요하다. 환기만 한다면 결국 실외로 빠져나간 미세먼지가 또 다른 오염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민감 계층인 어린이들이 있는 학교 급식실, 공장이나 회사의 대형 급식시설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관리대책이 시급하다. 또 사람들이 밀집하는 대형병원 지하식당이나 백화점의 푸드코트 등에서도 조리 근로자, 식사하는 사람들, 주변 근로자들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으니 관리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연에 많은 예산과 정책을 쏟아부었듯, 이젠 전 국민이 먹는 음식에서 나오는 요리 매연을 어떻게 제거할지에 대한 정책적인 고민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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