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김은미 이화여대 총장] 이화 리더십으로 AI 분야 세계 최고 향한다
[만남-김은미 이화여대 총장] 이화 리더십으로 AI 분야 세계 최고 향한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12.03 10:58
  • 수정 2021-12-03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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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
학교 역사상 두 번째 직선제 총장
내년도 AI 융합학부 신입생 선발
강점 가진 인문·사회 분야와 접목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 ⓒ홍수형 기자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은 “AI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분야인 만큼 역량을 키우고 여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젠더 감수성을 갖춘 AI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이화가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형 기자

이화여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인문‧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이화여대가 “인공지능(AI) 분야를 선도하겠다”고 천명하며 빠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이는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전환기에서 취임 첫 해를 숨 가쁘게 보낸 그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있다. 김 총장은 “AI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분야인 만큼 역량을 키우고 여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젠더 감수성을 갖춘 AI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이화가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신설된 AI융합학부는 인공지능 전공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고 2023학년도에는 AI 단과대학을 설립하기로 했다. 김 총장은 취임 후 95일 만인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화 비전 2030+’를 발표했다. “전화의 시대에 공감과 배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의 왼쪽 가슴엔 이화를 상징하는 배꽃과 학교 상징색인 ‘이화그린’ 컬러의 비취가 어우러진 브로치가 반짝였다.

-취임 첫 해를 어떻게 보냈나.

“3월 초 취임한 뒤 석 달간 처장단 인선부터 발전계획 발표까지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 총장 임기 4년이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올 상반기에 중장기 계획을 공유하고 빠르게 진행하고자 했다. 지난해 11월 총장 당선 직후부터 구성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의견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해 발전계획을 빠르게 준비할 수 있었다.”

-최근 ‘창린티엔 리더십상’을 수상했다. 여성과 소녀 역량 강화 및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쌓은 업적을 인정받았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 주변에서 많은 축하를 해주셨다. 창린티엔은 미국에서 아시아계로는 처음 연구 중심 종합대학의 총장을 맡은 인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번영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왔다. 따뜻함과 배려심 깊은 리더로 존경받는 인물의 이름을 딴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코로나19로 교육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지난해 온라인 강의가 전면 도입됐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에 올해는 큰 문제 없이 온라인 교육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학교 정보통신처에 IT 맵핑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면 등교가 이뤄지면 캠퍼스 내에 IT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인프라가 필요한 곳과 설치된 곳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기회에 학과 리모델링도 진행하며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끝냈다.

코로나19를 통해 온라인 교육의 편리성을 알게 됐지만,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누려야 했던 것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 실험, 실습을 해야 하는 수업이 있고, 캠퍼스에서 생활하며 사회성과 리더십, 문제해결 능력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가 되더라도 예전의 대면 수업 방식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전공이나 수업에 따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방식을 찾아 다르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베스트 교육 모델을 연구하고 있고, 교수들이 직접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자도 받고 있다.“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1 창린티엔 리더십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화여대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이 11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1 창린티엔 리더십상’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화여대

-전면등교를 시작하면 안전한 캠퍼스에 대한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며 대학도 정상화를 위한 준비를 진행하며 안전한 캠퍼스를 위한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미국 주요 대학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자가진단테스트를 통해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선 대학 내 진단검사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재정 문제도 고민이다. 학생과 교직원 등 2만5000명의 구성원에 대한 PCR 검사를 실시하면 25억원이 소요된다. 일주일에 2회씩 한 달이면 200억원이 필요한데, 대학이 감당할 수 있는 재정 범위를 넘어선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또 다른 전염병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팬데믹을 둘러싼 인권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할 과제다.”

-AI융합학부의 첫 신입생을 선발하고, AI 단과대학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화여대 AI 교육은 어떤 차별점이 있는가.

“AI 분야에서 이화의 사명은 크게 3가지다. 먼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여성 진출은 여전히 적다. 디지털 리터러시에서 여성과 소녀가 차별받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차별이 없는 AI 알고리즘의 문제다. 올해 초 챗봇 이루다 사건으로 AI 알고리즘의 젠더 감수성 문제가 드러났다. 당시 개발자들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는 156국 가운데 102위다. AI 알고리즘의 젠더 감수성 부족은 이러한 불평등이 심한 현재를 그대로 재생산하고 고착화할 수 있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젠더 감수성을 갖춘 AI 알고리즘 개발이 중요한 이유다. AI의 사회적 책무성과 규범, 규제에 대한 연구다. 중요성은 커지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 크게 고려하지 않는 분야인데 이화는 이 분야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세 번째는 이화가 전통적으로 강한 인문·사회·예체능 분야가 AI에 적용‧응용에 굉장히 좋은 토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화여대는 설립 때부터 '여대가 꼭 필요하느냐'는 물음이 따라 붙었다. 일부는 이미 성평등이 이뤄진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성 격차 지수’ 세계 102위라는 사실은 아직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여성은 남성이 받는 임금의 60% 정도를 받고 있고, 정치‧경영 분야의 유리천장이 확고해 여성이 고위직으로 올라가기 어렵다. 다보스포럼은 성별 격차를 해소하려면 앞으로 136년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성평등이 일부분 이뤄졌으나 여전히 성평등한 사회라고 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화에서는 남녀 역할 구분이 없다. 성차별이 있고 젠더 역할이 상대적으로 분명하다보니 남녀공학에서도 여학생과 남학생 역할이 나눠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화에선 ‘여자가 해도 돼?’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캠퍼스에서 A부터 Z까지 모든 경험을 젠더 역할에 갇히지 않고 해볼 수 있다. 단순히 무거운 것을 드는 일부터 리더를 맡는 일까지. 이화에선 리더가 여자라는 사실도 자연스럽다.

이화여대는 고등교육 이수율이 낮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여성들에게도 기회의 공간이다. 코이카의 국제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여성 공무원 학위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아 여성들이 한국에서 2년간 공부하며 석사 학위까지 받는다. 남녀 구분 없는 프로그램에선 남성들에 밀려 지원조차 하기 어려운 여성들이 이 사업으로 유학의 기회를 얻는 것이다. 몇 년 전 내가 직접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으로 찾아가 동창회를 열었는데, 현지에서 만난 여성들은 그곳에서 자리를 잡으며 리더로서 성장하고 있었다. 이들을 만나며 여자대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됐다.“

-전환의 시대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리더십 담론보다는 우리 주변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고, 얼마나 지속되는 영향을 낳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마음까지 각박해지는 상황이 된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줌’으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그동안 느끼지 못한 계층 간 차이를 느낀다고 했다. 컴퓨터 화면에 비치는 배경을 통해 사는 곳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체감할 수 없는 문제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적 문제와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상대를 존중하고 겸손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7년부터 10년간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를 지냈다. 1997년부터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일하며 국제대학원장, 이화여대 글로벌소녀·여성건강연구원장, 대학원장 등 보직을 역임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위원을 지내고 올해 유네스코(UNESCO) 한국위원회 유일한 민간위원이자 선출직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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