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두 달...70여 명 검거·구속 2건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두 달...70여 명 검거·구속 2건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12.05 08:46
  • 수정 2021-12-05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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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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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신분을 속이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자 등에 접근해 증거를 확보하는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를 시행한 지 두 달이 지났다. 그간 총 70여 명이 검거됐고, 2명이 구속됐다.

피해지원 현장에서는 위장수사제도의 존재만으로도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메타버스 등 새로운 플랫폼을 타고 진화하는 성범죄에 대응하려면 더욱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암호화・익명화된 ‘다크넷’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려면 일반적인 수사 기법으론 부족하고, ‘온라인 수색’ 같은 적극적인 수사 도입을 검토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위장수사를 맡은 경찰이 가짜 신분을 이용해 성착취물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점에서 일탈·오남용 우려도 존재한다. 수사관의 인권 감수성 향상, 아동·청소년 지원체계 강화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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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 9월 24일부터 온라인상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위장수사 중이다. 위장수사는 크게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로 나뉜다. 경찰은 신분을 밝히지 않고 범죄자에게 접근해 범죄 관련 증거·자료 등을 수집할 수 있다. 범죄 혐의점이 충분하고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득이한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가짜 신분을 만들어 수사할 수 있다.

경찰청은 위장수사로 지난 두 달 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판매한 70여 명을 검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중 2명이 구속됐다. 신분비공개수사로 덜미가 잡힌 대학생 A(23)씨는 10대 공범 5명과 함께 올해 1~11월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등에서 유포됐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7만5000개를 텔레그램으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동·청소년 5∼6명에게 접근해 성착취물 제작을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SNS 모니터링으로 A씨 등이 올린 성착취물 판매 게시글을 확인하고, 구매자를 가장해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은 구체적 수사 기법 노출 등을 우려해 더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성과가 있다”고 말했다.

성착취물 판매자는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 경찰은 외국과 공조수사로 범죄자들을 적발하는 방식도 동원하고 있다. 올해 안에 경찰청 사이버수사국 내에 위장수사 업무를 전담하는 사이버성폭력수사계도 신설할 계획이다.

“위장수사 제도 존재만으로도
디지털 성범죄 예방 효과”

피해지원 현장에서는 위장수사 제도의 존재만으로도 디지털 성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홍영선 대전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지난 6월 ‘치안정책연구 제35권’에 게재한 ‘디지털 성범죄의 위장수사 쟁점과 과제’ 논문에서 “그동안의 디지털 성범죄 수사는 범죄 사후 신고나 웹 모니터링을 통해 수사에 착수함으로써 범행 증거를 쉽게 유실하는데, 위장수사는 범죄 포착 동시에 중요한 범행 증거를 사전에 즉시 수집할 기회를 줌으로써 범죄 예방은 물론 공소 유지에 필요한 결정적 증거를 보다 다양하고 완전하게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사 대상이 디지털 성범죄 전체가 아니라 ‘아동·청소년 성착취’에 한정된 점은 아쉽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대상을 확대하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홍 의원은 “개정안 통과로 아동·청소년 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포착과 증거 확보가 가능해져 피의자 검거가 더욱 신속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은밀하게 벌어지는 범죄 추적하려면
“온라인 수색 도입해야” 목소리도

암호화・익명화된 ‘다크넷’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하려면 일반적인 수사 기법으론 부족하고, ‘온라인 수색’ 같은 적극적인 수사 기법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일종의 악성코드를 심어서 수사 대상자의 이메일, 채팅, 데이터 등을 들여다보고 수사기관으로 전송하는 식이다. 독일은 내란죄, 테러단체조직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취득·소지죄, 성적자기결정권 침해 등에 대해 엄격한 요건 하에 온라인 수색을 허용하고 있다.

강정은 공익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1월 23일 연 ‘2021 아동인권보고대회’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다만 국가기관에 의한 사생활·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큰 만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범죄 수사과장은 “실제 수사를 해보면 온라인 수색이 정말 필요하다. 국내 서버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때 협조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면 난감하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메타버스 등 새 플랫폼 타고 진화하는
온라인 성착취...빠르게 대응해야

진화하는 아동·청소년 성착취에 대응하려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최근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이용자가 아이의 아바타를 성희롱하거나, ‘주인·노예 역할극’ 등 아바타를 상대로 유사성행위를 요구하는 사례 등이 보고됐다(여가부, 2021). 디지털 성폭력은 현실의 성매매, 성폭력 같은 범죄들과 맞물려 나타난다는 것을 놓쳐서도 안 된다. 강 변호사는 “큰 이슈가 발생한 이후에야 사후처방 방식으로 행해지는 입법을 넘어 사전 예방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 변호사는 “재범 가능성이 있는 경우 채팅앱, 채팅 사이트 접속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한다든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영상에 접근하는 과정에 개입하는 조처 등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홍영선 대장은 “위장수사 특례의 주체가 사법경찰관리에 한정돼 민간 신분의 정보원을 활용할 수 없는 점”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장수사 악용 가능성도
제도적 규제 존재해도 교육 필요
경찰 인권감수성 높여야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가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경찰관이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가짜 신분증을 활용해 성착취물 광고나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위장수사 요건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이유다. 신분비공개수사를 하려면 내부(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승인)와 외부(국가경찰위원회에 보고)의 승인을 모두 받아야 한다. 신분위장수사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도 남용을 지나치게 우려해 위장수사의 실효성을 떨어뜨려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강 변호사는 “정당한 법 집행을 수행한 수사관을 보호하면서도 수사의 대원칙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조문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사관의 인권감수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이 문제로 지적됐다. 가해자를 잡기 어렵다거나 피해 신고를 귀찮아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아동·청소년이 많았다”며 “아동·청소년 피해자 보호·지원 체계 강화도 중요하다. 가해자도 아동·청소년인 경우, 단순 처벌보다 재범 예방과 사회 복귀를 위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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