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기술 실험의 난자채취 후유증 심각할 수도

@A13-1.jpg

지난 주말 각 언론들은 한국인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대서특필했다. 복제소 영롱이로 유명한 황우석 교수와 문신용 교수 등 국내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개가를 올렸다고 한다.

이 연구를 세포치료로 활용할 경우 면역거부 반응이나 바이러스 전염 등의 위험 없이 뇌질환과 당뇨병 등 난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세계 과학계를 뒤흔들었다''NYT, 황우석 박사 등 한국연구진 성과 극찬' 등의 제목 아래 이번 실험이 세계 생명공학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극찬했다. 줄기세포 개발로 연간 500억 달러 이상의 새로운 의료시장이 창출되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몇몇 네티즌들은 “노벨의학상까지 도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감사하고 가슴이 뭉클합니다” “과학자들에게 짱 칭호를 쓰자” 라며 기사마다 감격에 찬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인류의 숙제인 난치병 치료 가능성뿐 아니라 40대 회사원까지 노벨화학상을 타는 일본에 열등감을 느끼는 한국민의 노벨상 염원까지 함께 담아내는 걸 보면 중요한 업적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며, 여성단체와 시민환경단체 및 종교계 일각에서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줄기세포 추출, 각계 다양한 반응

우선 이번 줄기세포 복제 기술의 성공으로 “복제아기의 탄생이 현실로 다가왔다”라는 점이다. 사람 난자와 체세포 핵이식을 통한 배아줄기세포 배양이라는 이 연구는 ①난자에서 핵 제거 ②난자제공자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 이식 ③전기자극을 통한 세포융합 ④5∼6일 동안 배양해 줄기세포 덩어리인 배반포 단계로 발육 ⑤세포덩어리에서 각각의 줄기세포주로 배양 ⑥세포덩어리에서 각각의 줄기세포주로 배양 등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복제된 인간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면 복제인간이 탄생하고, 이번처럼 배아줄기세포만 떼어내 실험실에서 키우면 난치병 환자에게 필요한 장기이식 재료가 된다. 물론 황우석 교수는 “인간복제 시도는 범죄행위”라며 난치병 치료를 위해서만 기술을 쓸 것이라고 다짐했고, 문신용 교수 또한 “고통받는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과학기술의 신기원을 찾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악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1978년 처음으로 시험관 아이가 등장했을 때에도 '신에 대한 도전'이냐 '불임부부를 위한 축복'인지를 두고 커다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험관 아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임부부를 위한 선택가능한 차선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불과 26년이 지난 지금 국내에는 90여 개의 불임 클리닉이 성황이라 한다. 이제 몇 년 후가 되면 구매할 수 있는 돈만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신체조직 중 일부를 복제하고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필시 생명의 대한 경시와 도구화와 연결될 것이다.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해 파괴되는 배아는 자궁에 착상된다면 그대로 인간으로 자라는 하나의 온전한 생명이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배아는 필요한 장기의 생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죽임을 당해도 좋은 '단순한 원료'에 지나지 않게 된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경제적으로 능력 있으며 유전적으로 개량된 우성인간의 출현으로 인간사회가 되돌릴 수 없는 차별사회로 고착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한편 이와 같은 생명공학 기술은 여성의 몸에 중대한 피해를 입히지만 그 과정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LA타임스 12일자 보도에 의하면 황교수 등이 16명의 젊은 여성으로부터 모두 242개의 난자를 기증받아 이 중 176개를 복제실험에 투입, 30개의 배반포를 얻고, 거기서 정작 배아 줄기세포는 한 개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한다.

실험과정에 대한 이와 같은 묘사는 불임클리닉 등 다른 생명공학 기술의 적용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몸이 받아야 하는 고통은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해내는 과정을 묘사할 때처럼 '원료'가 어딘가에서 손쉽게 구해져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완성품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표현된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라면 16명의 여성이 242개의 난자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번에 약 3∼4억개를 얻을 수 있는 정자와는 달리 정상적인 여성의 경우 한 달에 한쪽의 난소에서 한 개씩 배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의 몸에 대한 수많은 약물과 의료기구의 개입이 필요하다.

인공수정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아직 안전성이 채 확인되지도 않은 루프론(Lupron)이라는 과배란 호르몬을 투여받아야 한다. 날마다 일정한 양의 호르몬을 투여받은 여성은 호르몬의 혈중농도를 일정 기간마다 점검받아야 하고, 난소에서 난자의 배란낭태를 관찰하기 위한 '질식 초음파'도 받아야 한다. 초음파 관찰을 통해 난자채취를 위한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되면 마취 후 연구자 혹은 의사는 여성의 난소를 가느다랗고 긴 바늘에 찔러 난자를 흡입 채취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필연적으로 여성의 몸이 갖는 자연스러운 내부주기와 순환원리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으며 단시일내에는 확인할 수 없는 심각한 휴유증을 여성의 몸에 남길지도 모른다. 모든 복제기술 실험은 반드시 수많은 난자를 필요로 한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황우석 교수는 모 중앙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발적 난자 공여자로서 단단한 자물쇠를 열게 해준 고귀한 정신들이 내 가슴에 뭉클한 진동을 울린다”고 특별히 언급하기까지 했다.

여성의 고통 은폐하는 과학적 성과

그러나 이번 연구팀들이 과연 어떤 경로로 난자 기증자를 구하고 난자를 채취했는지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없다. 난자에서 핵이 제거되고 다른 핵이 다시 이식되고 줄기세포주로 배양되는 과정은 그림과 그래픽까지 동원하여 상세하게 보여주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여성의 고통은 은폐되고 과학적 성과만이 사람들의 눈을 현혹한다.

게다가 향후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필요한 그 수많은 난자들은 또 어디서 제공받을 것인가? 현재 매매 등 상업적 목적이 아닌 난자의 무상증여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난자가 150만원∼300만원에 팔리고 조선족 대리모에 관한 기사가 나온 지 2, 3년 되는 지금 무상기증할 여성이 그렇게 많을까? 난자가 불법 매매되거나, 인위적으로 난자를 채취당하고 건강을 해치며 난자제공기로 폄하되는 빈곤층 여성의 끝없이 양산되더라도 과학적 쾌거를 낚아채기에 급급한 남성 과학자 집단이 있는 것은 아닐까?

피해당사자 여성목소리 들어가야

이와 관련하여 한국여성민우회 여성환경센터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에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여 눈길을 끈다.

첫째, 세계 각국에서 유보 또는 금지하고 있는 체세포 복제와 교잡을 허용함으로써,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생명윤리법안의 한계를 전제하고 있다.

둘째, 현재 불임클리닉 등 관련기관에서 시행되는 인공수태시술이 한해 1만 여건이 넘는 상황에서 배아의 생산, 이용을 논하기 이전의 출발점인 '인공수정'에 대한 내용이 법안에서 제외되어 있다.

셋째, 배아생산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난자매매가 나날이 증가하는 현실에서는 난자를 둘러싼 대책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난치병 치료라는 과학적 미명아래 여성들의 몸을 연구용, 상업적인 목적의 대상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배아 줄기세포 배양과 관련한 기사들은 대부분 '난치병에 희망을 걸고' 있고, 몇몇 시민단체와 종교계에서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접적 피해당사자인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불임시술 기관의 잔여배아 처리 등 배아관리와 난자매매를 둘러싼 여러 가지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다.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