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여경 무용론’… 인천‧양평 사건 팩트 체크 해보니
또 ‘여경 무용론’… 인천‧양평 사건 팩트 체크 해보니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11.24 18:54
  • 수정 2021-11-24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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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당시 여성 경찰관이 초동 대응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고 알려지면서 ‘여경 무용론’이 또 다시 불거졌다. 경기 양평에서 벌어진 또 다른 ‘흉기난동 사건’의 여경 대응을 문제 삼는 영상은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남경·여경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으나, 여경을 겨냥한 과도한 비난과 함께 ‘가짜 뉴스’까지 판치고 있다. 한 여성 경찰관은 “‘여경 무용론’은 여성 혐오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단지 실재하는 여성 혐오보다 언론사가 이를 과장해 보도하는 과정에서 부풀려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평 사건의 경우, 해당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된 뒤 많은 댓글이 달리자, 언론사가 이 영상을 기사화하면서 당사자나 경찰서에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인천과 양평 사건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팩트 체크를 해봤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문제로 아랫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24일 인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문제로 아랫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24일 인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 여경 혼자 현장에서 달아났다?

인천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남성 경찰관인 A경위와 여성인 B순경은 지난 15일 신고를 받고 오후 5시 5분께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 3층으로 출동했다. 빌라 내부로 진입했던 A경위는 밖으로 나와 신고자이자 3층 집주인인 C씨와 대화했다. B순경은 빌라 3층에서 C씨 아내와 20대 딸에게 진술을 받고 있었다. 이때 분리 조치를 했던 4층 거주민이자 가해자인 D씨가 3층으로 내려와 C씨 아내의 목 부위에 흉기를 휘둘렀다.

⇨ B순경은 사건을 목격하고도 현장을 벗어나 1층으로 내려왔다. 빌라 내부로 올라가던 A경위 역시 현장 상황을 들은 후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19년차 베테랑인 A경위, 시보인 1년차 B순경 모두 달아난 셈이다. A경위는 비명을 듣고 3층으로 뛰어 올라간 C씨와 1층으로 내려오던 B순경에게 상황을 듣고도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두 경찰은 지원 요청 등을 이유로 현장을 이탈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경찰관은 이후 공동 현관문이 잠긴 탓에 다른 주민의 도움을 받고서야 빌라 내부로 재진입했다.

경찰들이 현장을 떠난 사이 C씨의 딸은 흉기를 든 D씨의 손을 잡으며 대치하고 있었고, C씨가 몸싸움 끝에 D씨를 제압했다. A경위 등은 D씨가 제압된 뒤 현장에 나타나 테이저건을 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경찰청은 현장 출동 경찰관들에 대해 직위해제하고 곧 징계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여경이 가해자에게 테이저건을 뺏겼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경이 가해자에게 무기를 빼앗겼다‘는 취지의 글이 게시돼 확산됐다. 피해자의 지인이라고 주장한 네티즌은 “경찰이 상대한테 무기를 뺏기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군인으로 치면 총을 뺏긴 것”이라고 썼다. 이 네티즌이 실제 피해자 가족의 지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인천 경찰은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B순경이 테이저건을 뺏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B순경이 테이저건을 소지하고도 쏘지 못하고 현장을 이탈했다. 지난해 입직한 B순경은 현재 정식 경찰관으로 임용되기 전 수습 기간인 ‘시보’ 신분 경찰관이다. 그는 무도훈련과 위해성 경찰 장비 안전 교육 등 교육과정을 온라인으로 이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찰은 흉기를 지닌 피의자를 상대할 때 테이저건과 삼단봉 등 휴대 장비를 사용하는 방법과 체포술 등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전 위주 교육을 집중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 양평 ‘흉기난동’ 사건]

지난 2일 오후 4시 19분쯤 경기 양평군 한 길거리에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40대 남성을 경찰들이 검거하고 있다. 사진=해당 유튜브 영상 캡쳐
지난 2일 오후 4시 19분쯤 경기 양평군 한 길거리에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40대 남성을 경찰들이 검거하고 있다. 사진=해당 유튜브 영상 캡쳐

◇ 여경이 ‘엄마’ 찾으며 도망갔다?

11월 2일 경기 양평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 또한 뒤늦게 논란이 됐다. 한 유튜버가 당시 영상을 게재하며 ‘엄마 찾으면서 도망가는 여경’이라는 제목을 단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영상은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A씨를 검거하는 경찰관들의 모습이 담겼다. 해당 영상은 한 시민이 인근 건물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 게시자는 자막으로 현장에 있던 여성 경찰관이 비명을 지르고 범인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적었다. 그는 “여경은 아무것도 안 했다” “정신 차리자. 경찰이다. 여자가 아니라”는 자막을 달았다. 일부 언론이 해당 영상을 소개하며 ‘여성 경찰관이 엄마를 찾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영상 속 여성 경찰이 도망을 가거나 엄마라고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평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 10명의 경찰이 출동했고 현장 매뉴얼과 각자 분담된 역할에 따라 범인 제압, 시민 통제 등의 역할을 나눠 맡아 범인을 검거했다. 당시 공격은 연차가 높고 경험이 많은 경찰 6명이 중심이 됐다고 했다. CCTV를 확인한 결과, 10여 분간 여성 경찰이 테이저건을 들고 A씨를 쫓는 장면도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해당 영상은 단편적인 면만 부각해 편집한 영상으로 사실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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