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 이야기]
홍의숙 ㈜인코칭 대표이사
어머니 이덕순 씨

조카 졸업식 날 어머니와 함께. ⓒ홍의숙
조카 졸업식 날 어머니와 함께. ⓒ홍의숙

30년간 리더십 분야에서 일하면서 여러 번 받은 질문이 “당신은 누구를 존경하는가? 롤 모델(Role Model)이 있는가?”이다. 그럴 때마다 조금도 주저함 없는 나의 대답은 '어머니'였다. 1923년에 태어나 딸만 셋이었고 그 중 막내였던 나의 어머니는 조용하면서 매우 지혜로운 분이셨다. 아버지 사업 실패로 오랜 시간 가정을 홀로 이끄시며 아들 셋, 딸 하나 4남매를 키우셨다.

수 없이 많은 어려운 일들이 있었는데도 돌아보면 흔들림 없이 가정을 지키셨다. 나의 어머니 이덕순 여사는 86세로 2010년 5월에 자녀와 손녀들까지 다 함께 한 자리에서 사랑한다는 자손들의 말을 들으며 돌아가셨다.

리더십을 강의하고 코칭을 하는 내가 명확한 기준을 갖고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어머니께서 나에게 들려주시고 보여주셨던 몇 가지 사례들 때문이다. 첫번째, 어린시절의 나는 많이 아파서 얼굴은 누렇게 떠있고 매일 어지러워서 토하기를 밥 먹듯이 했었다.

중학교 때였는데 그날도 아파서 힘들어 하는데 어머니께서 내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너 지금 많이 힘들지. 그래서 속이 상하지. 그런데 네가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 너만 더 힘들어진다. 너는 아파도 학교는 갈 수 있는데 너보다 더 많이 아픈 아이들은 학교가 가고 싶어도 못 가. 그 아이들에 비하면 너는 행복한 거야. 그러니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기면 먼저 너 자신을 위로해야 하니까 너보다 더 힘든 사람을 보며 참고 위로를 받으렴. 그러나 그렇게만 하면 발전이 없으니 위를 보는데 너무 높이 보면 힘드니까 딱 한 계단, 두 계단 정도만 쳐다보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지내야 해. 그러면 해낼 수 있어.” 

어머니 이덕순씨. ⓒ홍의숙

그래서 나는 어떤 상황에서나 별로 비교하지 않고 크게 부러워 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된 것 같다. 두번째,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우리 동네에 바보 딸과 함께 힘들게 사는 모녀가 있었는데 두 모녀가 우리집에 있으면서 바보 딸은 내 물건을 갖고 놀고 있었고 아주머니는 내 방 아궁이를 고치고 있었다. 당황하는 나를 보고 얼른 어머니는 안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 식구는 쌀 1가마면 되는데 한 말이 여유가 있단다. 저 아주머니에게 그냥 주면 미안해 할 것 같아서 일부러 일거리를 만들어 드린 것이야. 혹시라도 아궁이가 잘못되면 내가 다시 고쳐 놓으면 된다. 엄마가 할 수 있어. 서로 도우며 사는 게 이웃이니까 불편한 티 내지 말고 잘 해.” 라고 하시며 내 손을 잡아 주셨다. 어머니의 사려 깊은 행동에 당황해 하던 내가 많이 부끄러웠다. 나눔이 결코 많아서가 아니라 이웃을 향한 진정한 사랑을 가지면 작은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본 사례다.

세번째, 교사가 꿈이었기에 대학을 가야 하는데 집이 가난해서 입학금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입학금만 주면 절대로 손 벌리는 일 없이 학교에 다닐 테니 어떻게 해서라도 입학금을 조달해 달라고 했다. 이웃에 살던 이모가 내가 있는 자리에서 ‘너는 그렇게 힘들게 살면서 고등학교까지 공부시켰으면 됐지 뭘 또 빌려서 입학금을 주려고 하니?’ 하면서 핀잔을 주는데 어머니는 ‘어떻게 자식이 배우겠다는 걸 막을 수
있어. 나는 그렇게 못해’ 라고 했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해서 선생님이 되라며 지원해 주셨다.

한산 이씨 가문에서 태어나 딸에게 학교는 커녕 글도 안 가르치는 가정에서 혼자 독학해서 글을 읽으셨던 나의 어머니는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나에게는 아낌없이 주셨다. 가정 형편에 비해 큰 사랑을 받고 자란 나는 내 자녀들에게 무언가를 할 때 마음 속으로 ‘내가 우리 어머니에게서 받은 사랑만큼은 하는 것인가? 나는 많은 사랑을 받아 놓고 내 자녀들에게 덜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마지막 사례로 어머니의 언어 사용이다. 한번은 아버지께서 만취가 되어 들어오셨는데 이웃집 아주머니가 ‘아저씨가 많이 취하셨다.’고 하니까 어머니가 ‘약주가 좀 과하셨지요?’라고 대답하시는 것을 보고 우리 어머니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자라면서 단 한번도 어머니께서 욕을 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진정한 리더십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서 본을 보여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며 긍정적인 영향력을 나누는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홍의숙 ㈜인코칭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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