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태니컬, 한국화, 디지털, 분장 '오색오미(五色五美)'전 여는 다섯 자매

분야는 다르지만 30년 동안 한 길 걸어서로에게 조언,
정신적 지지 아끼지 않는예술적 동료이자 든든한 후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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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준비하며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다는 다섯 자매.

왼쪽부터 구유진, 구여혜, 구순원, 구지연씨. 첫째 구매화씨는 아직 미국에 있다.

여성들간의 연대를 표현할 때 흔히 '자매애'란 말을 쓴다. 그만큼 가깝고 신뢰가 깊은 관계란 이야긴데, 이들은 단순히 자매애를 표방한 사이가 아니라 실제 자매다. 생김새부터 성격, 직업, 관심사까지. 중년을 훌쩍 넘은 세 살 터울의 오자매가 하나같이 닮아 있다.

구매화(56·디지털 아트), 구지연(52·보태니컬 아트), 구여혜(49·한국화), 구순원(46·보태니컬 아트), 구유진(43·분장예술). 구매화씨와 구유진씨를 제외하고 모두 꽃을 테마로 한 작품 활동을 주로 해오고 있다. 이들이 4월 7일부터 13일까지 인사동에 위치한 동덕아트갤러리에서 다섯 자매 '오색오미(五色五美)'전을 연다. 다섯 여자가 선보이는 다섯 가지 색깔은 어떤 모습일까.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들을 지난 16일 셋째 구여혜씨의 집에서 만났다.

“이 쪽이 첫째 구매화, 셋째 구여혜, 넷째 구순원….”

자리를 잡자마자 둘째인 구지연씨가 다섯 명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기자의 이해를 돕는다.

“뉴욕에 있는 언니가 딸 다섯이 모두 아트를 하니, 같이 전시를 해보자며 아이디어를 냈어요. 30년 동안 분야는 다르지만 모두 그림을 그려 왔으니 각자 분야에서 이룬 성취를 나누어 보자는 의미죠.”

구지연씨는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활발히 개인전을 여는 등 보태니컬 아트의 진수를 보여 온 이다. 정세하고 감각적인 꽃 그림을 인상깊게 보여주었던 그는 태평양 화학 디자이너였다가 결혼 후 전업주부로 지내던 구순원씨를 보태니컬 아트에 합류시켜 함께 작품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첫째부터 막내까지 딸 다섯이 한 길에 들어섰다는 점이 이채롭다.

“어머니는 딸이 다섯이나 되니 일일이 옷을 사 입히기가 쉽지 않아 대부분 만들어 입히셨어요. 시부모님, 시동생까지 열다섯 식구를 거두면서 한번도 딸들에게 '노'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으세요. 할머니도 105세까지 장수하셨는데, 100세 넘어 버선을 직접 기우시는 등 규방공예에 탁월한 분이셨습니다.

남동생까지 인테리어 계통에서 일하고 있으니 흐르는 피가 있지 않나 싶어요.” 입을 모아 “선대 여성들에게 배운 손재주가 어디 가겠나”라고 전한다. 오페라 '나비부인' '라보엠' '아이다', 뮤지컬 '캐츠' '아가씨와 건달들'등 작품 1000여 편의 분장을 담당했던 구유진씨는 화장품 회사를 운영했던 아버지 구용섭(85·태평양 화학 고문)씨 탓에 어릴 때부터 갖고 놀았던 화장품과 그림을 그리는 언니들 영향이 합쳐져 현재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 같다고 전한다.

“딸 다섯이니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이렇게 훌륭한 동생, 언니였구나 새삼 느끼고 있어요. 떨어져 있어도 서로에게 관심 가지고 마음써 왔다는 것을 확인하는 귀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이번 전시가 자신의 꿈을 접고 아내, 어머니로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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