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정치 선 넘기] ‘펨코’에서 대선 후보들이 찾지 못하는 것
[2030 정치 선 넘기] ‘펨코’에서 대선 후보들이 찾지 못하는 것
  • 신민주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 저자
  • 승인 2021.11.24 19:45
  • 수정 2021-11-24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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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대선후보들이 열심히 디시(디시인사이드)와 펨코(에펨코리아) 글을 공유하고 있을 때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만화가 윤서인이 내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는 소식이었다.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니 내가 2년 전에 출연했던 유튜브 캡처 사진이 올라가 있었다. 2년 전 명절, 나는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여자들과 비혼 토크를 진행했다. 기본소득 얘기도 했고, 명절 잔소리 얘기도 했고, 지긋지긋한 제사와 집안일 이야기도 했다. 댓글 창에는 나와 친구들의 얼평이 가득했다. 다음날에는 7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독하는 유머 페이지에 내 얼굴이 올라왔다. 남초 커뮤니티에도 그 사진이 돌았을 것이다. 또 시작이었다.

만화가 윤서인 페이스북 캡처
만화가 윤서인 페이스북 캡처

3년 전 신문사 유튜브에 출연해서 페미니즘 이야기를 한 이후에 주기적으로 내 얼굴이 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으로 올라갔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때마다 고소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사실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고소를 위해 죽여 버리겠다는 댓글, 못생겼다는 댓글, 가족들을 비난하는 댓글들을 매일 읽고 pdf로 저장했다. 수만 개의 댓글 중 추려서 몇백 개 정도 고소했다. 경찰서에 출석해서 “왜 사람들이 그런 댓글을 달았을까요?”라는 경찰관의 질문에 화내지 않고 잘 답변했다. 적지 않은 변호사 수임비도 냈다. 경찰서에서 지장도 수십 번 찍었다. 그런데 고소를 하는 속도보다 악플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빨랐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트위터는 해외 플랫폼이라 고소가 어렵기도 했다. 어느 순간인가 나는 PDF를 따고 사람들을 고소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경찰과 검찰 통지서를 받는다.

내가 고소한 사람들 중에는 디시와 펨코 회원들도 있다. 그들은 도저히 지면으로 옮길 수 없는 말들을 했다. 나는 PDF를 따며, 경찰서 조사를 받으며, 통지서를 받으며 그들이 한 말들을 두 번, 세 번 읽었다. 그리고 그 게시판에 수없이 많이 들락거렸다. 나만 피해자는 아니었다. 남초 커뮤니티에는 여성 비하적 글, 불법촬영물, 연예인과 주변의 여성들에 대한 모욕적인 말들이 나돌았다. 그곳엔 청년 여성들이 토막 나고 분해되어 평가의 대상이 되고 모욕의 대상이 되었다.

윤석열 후보는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를 토론회 참고 문헌으로 제시했고, 이재명 후보는 에펨코리아 글을 가져와 선거 캠프 사람들과 읽었다. 나는 그들도 그 글을 보았을지 궁금하다. 그들은 남초 커뮤니티 글이 청년들의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들이 제시한 그 사이트에는 청년 여성의 인권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곳엔 청년 여성이 분해되고 토막 난 객체로서 등장한다. 대선 후보들은 남초 사이트 내 청년 여성에 대한 비하와 폭력을 보고도 모른 척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청년 여성은 청년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초 사이트 게시물을 참고문헌으로 삼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페미니스트와 청년 여성이 당하는 폭력은 없는 것으로 취급하고, 폭력의 가해자가 된 사람들의 말들을 듣는 인물들이 정의로운 길을 선택할 리 없기 때문이다. ‘거짓 미투’에 대비하여 무고죄를 강화하고 여성가족부 권한을 제한하자고 주장하는 공약은 대선 후보들이 가진 사상이 반영된 결과에 불과하다. 펨코에서 대선후보들이 찾지 못하는 것은 ‘이대녀’의 표심이기도 하지만, 정의로운 승리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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